대중이 사형제도를 놓지 못하는 이유

그것이 정말 제대로 작동할 것이라는 헛된 믿음

by 이동민
처벌의 엄격성, 확실성, 신속성


고전주의 범죄학은 위의 세 단어로 정리될 수 있다. 범죄자의 공리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처벌이 엄격할수록, 처벌이 확실할수록, 그리고 신속할수록 범죄를 저지르는 빈도는 낮아져야 한다. 너무 직관적인 명제라서 따로 실증적인 연구가 필요 없는 것 같다. 그렇지만 실증연구가 뒷받침되지 않은 이론은 사회과학의 영역에서 남아 있을 순 없다. 철학의 영역이라면 모르겠지만 말이다.


저희는 일반인이라 논문까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습니다?

단언컨대 아니다. 논문을 봐도 알 수 있을까 말까 한 사실을 논문도 없이 알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않은가?





처벌의 엄격성에 대한 실증 연구(1): 사형제도


처벌의 엄격성을 가장 쉽게 연구할 수 있는 부분은 사형제도에 대한 시계열 분석time series analysis이다. 사형제도가 시행되었을 때와 사형제도 폐지되고 난 후의 살인 범죄율을 비교한 연구가 많이 존재한다. 우리나라는 실질적 사형 폐지국가이긴 하지만, 사형제도가 명목상으로는 존재하고 있고 집행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종단적 연구 대상으로는 부적합하다. 「The Death Penalty」, Thorsten Sellin(1959)의 연구에는 사형제도가 살인범죄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Gibbs(1975), Tittle(1980) 등의 후속 연구에 의해서도 사형제도와 살인범죄의 상관관계는 없거나 매우 약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형제도를 존치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과연 그들을 우리와 영구히 격리시키는 가장 경제적인 방법이라는 주장만으로 충분한 것인지는 모두가 생각해야 할 문제이다.




처벌의 엄격성에 대한 실증 연구(2): 형량


해당 범죄에 대한 형량을 높이면 범죄율이 줄어들까? 너무 당연해서 일반인들이라면 논문을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공부를 할수록 모르는 것이 많아진다면 일반인들은 납득할 수 있을까? 형량도 같은 문제이다. 실제로 형량에 관한 연구는 빅데이터 분석으로 충분히 가능한데 우리나라 성범죄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시행 이후로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내가 TV 토론에서 이런 점을 지적하면서 '처벌의 수위를 높이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라는 취지의 주장을 했더니 일반인 상대 패널은 '그것은 성범죄의 인식 변화 때문이다'라는 반론을 폈다. 물론 그럴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럴 때 우리는 상관관계가 없거나 약하다고 결론 내린다. 데이터를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는 것은 자유지만, 그게 논리적이라고 말하려면 다른 근거를 찾아와야 한다.

윤창호법만 보아도 형량이 범죄율을 줄이지 못한다는 사실은 쉽게 알 수 있다. 윤창호법 시행 후 짧은 기간은 음주운전 적발 건수가 소폭 감소했지만 일정기간이 지난 후에는 이미 적발된 자들의 경험이 누적되고 공유되면서 예전의 수치를 회복했다. 약간 감소했다고 하더라도 COVID-19으로 인한 술자리, 대면 단속 감소를 고려하면 유의미한 수치라고 볼 수 없다.




처벌의 확실성에 대한 실증 연구


그렇다면 처벌의 확실성은 범죄를 줄이는 인자가 될까? 처벌의 확실성은 실증 연구 자체가 매우 힘든 분야이다. 간략하게 말해서 빅데이터 분석 외에는 크게 신뢰할만한 측정 방법이 없는 것이 문제이다. 예를 들어서 수형자를 대상으로 '당신이 검거될 것이라고 믿었는가?'라는 질문을 한다고 생각해보자. 이미 체포 경험이 있는 수형자에게 경험 자체가 인식에 왜곡을 불러일으킨다. 이미 체포된 수형자는 실제보다 체포 가능성을 높게 책정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빅데이터 분석은 처벌의 확실성이 범죄율 감소와 아주 약한 상관관계를 가진다고 말해준다. 하지만 이런 분석도 신뢰에 한계가 존재하는데, 우선 신고된 범죄 대비 유죄 판결을 받은 범죄의 건수를 비교하는 것은 (억울하게 유죄 판결을 받은 소수의 사례를 무시하더라도) 신고된 범죄 중에서 어떤 것이 무고에 해당하는지 가려낼 수 없다. 수사 후 유죄 판결을 받을 확률을 분석한 연구도 있으나, 이것도 기소유예 등의 처분에 대해 어떻게 분석해야 할 것인지 논쟁의 여지가 있다. 기소유예 처분은 실제로 피의자가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기 때문에 억울하게 누명을 쓰더라도 정식 재판까지 나아가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처벌의 신속성


아쉽게도 처벌의 신속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 학자는 거의 없다. 이론상 중요하다고 여겨지지만, 신속성이야말로 실증 연구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신속성은 대부분 범죄 경험이 있는 자를 상대로 자기 보고식 조사를 하여야 하는데, 그들의 기억은 대부분 오염되었고 사후적 평가가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억제 효과에 대한 인지적 측정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엄격하고 확실하면서 신속한 처벌을 내리는 것은 해당 범죄자의 범죄 의욕을 좌절시키는 것 외에 일반인들에 대한 위하general deterrence도 목적으로 한다. 풀어서 이야기하자면 남이 처벌받는 것을 보고 '아 범죄를 저지르면 안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심어주는 효과를 말한다.

Matthew Scheider(2001), Thomas Loughran(2012) 등은 '당신이 범죄를 저지른다면 체포될 확률은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는가?', '당신은 비행을 저지르거나 저지를 가능성이 높은가?' 등의 자기 보고식 조사를 통해 일반인이 인지하는 체포율과 범행 성향의 상관관계를 분석하려 했다. 하지만 범죄와 관련이 없는 일반인은 실제 통계 수치와 너무 동떨어진 인식을 가지고 있었고, 이런 자기 보고식 조사가 상관관계를 밝혀내기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다만 일부 연구에서 소년범의 경우 처벌의 엄격성과 확실성을 높게 평가한 집단이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는 후속 연구가 존재한다. (다만 이에 대해서는 해석이 일의적이지 않다. 높은 도덕성을 가진 집단이 '정의는 반드시 실현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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