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것 아닌데 별스럽게 행복한 일상 (1)
이사하고 친구가 많아졌다. 새로 이사 온 사람임에도 스스럼없이 먼저 말을 건네주었다.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잘 모르는 요즘 세상인데 이렇게나 많은 친구들을, 그것도 이렇게 짧은 시간에 사귀게 될 줄은 몰랐다.
친구들의 평균 나이는 8.3세. 오픈카 대신 킥보드를 즐기고 커피 대신 뽀로로 비타민 음료를 쫍쫍 들이킨다. 어찌나 성격도 쿨한지. 공원 벤치에 앉아 있는 우리 모녀에게 거침없이 다가와서는 “이름이 뭐예요? 몇 살이에요? 몇 층에 살아요?” 묻더니 “저는 00초등학교 1학년 4반이에요.” 소개를 한다. “어머, 이모도 그 학교 1학년 4반이었어! 너무 반갑다!” 어느새 동문회 분위기.
또 다른 친구가 양갈래 머리를 휘날리며 뛰어온다. “저는 2반이에요! 저 달리기 진짜 잘해요. 우와, 아기 진짜 귀여워요.” 3초 정도 머리를 쓰담쓰담해주더니 “우리 이제 가자. 안녕히 계세요!” 하고는 호다닥 미끄럼틀을 향해 손을 잡고 뛰어간다.
훅 하고 시작해서 홱 하고 끝나는 대화. 한 마디마다 바뀌는 대화 주제. 너무나 신선한 자유로움이다. 복잡할 것 없는 관계의 회로. 그 쿨함에 청량감마저 든다. 공원을 둘러싼 키 큰 소나무가 눈에 들어온다. ‘솔의 눈(롯데칠성음료에서 제조하는 솔싹추출물 함유 음료)’을 한 모금 꿀꺽한 듯하다.
다음 날, 다다음 날에도 친구들을 만났다. 굳이 카톡으로 약속을 잡지 않아도 제법 ‘모임’ 이 결성된다. 즐겁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술래를 누가 할 것인가에 진지함을 쏟아내는 모습도, 다람쥐처럼 놀이기구 사이로 요리조리 뛰어다니는 모습도.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처럼 깔깔깔 마주 보고 웃는 소리도. 아직 걸음마가 서툴러서 놀이에 끼지는 못하지만 라은이도 언니 오빠가 뛰어노는 모습을 보는 게 재밌나 보다. 작은 손바닥으로 내 검지 손가락을 꼬옥 감아쥔 채로 한참을 바라본다. 두 눈이 반짝 웃는다.
태권도 복에 킥보드를 탄 오빠가 우리 곁으로 다가온다. 처음 보는 얼굴이다. “안녕, 아기야. 반가워” 하더니 U자를 그리며 쿨하게 사라진다. 아 너무 좋잖아! 매일 ‘이웃집 토토로’를 만난다. 행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