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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nkiN Dec 01. 2024

대화의 기술

와이프와의 언쟁

 연애, 결혼 도합 8년, 웬만하면 충돌이 없지만 내가 유일하게 조심하는 것이 있다.

 바로 와이프의 회사에서 겪는 고충들을 들을 때이다.


 와이프는 회사의 어려움들을 자주 토로한다. 피드백을 주고자 많이 노력했으나 이 피드백은 보통 실패로 돌아간다. 더 나은 해결을 위해서 진심 어린 조언을 하지만 와이프는 기분만 상한 체 방으로 들어간다. 항상 챗바퀴처럼 똑같이 흘러가는 상황이지만 나도 버튼이 한번 눌리면 자중이 되지 않는다.


 내가 하는 조언은 본인도 그것을 모르는 게 아닌데 자신을 바보라고 생각하고 말하는 것 같다고 한다. 나는 나름대로 진심 어린 태도로 그런 의미로 하는 말이 아니라고 항변하지만 이미 와이프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있다.


 이 정도로 사건이 전개가 되면 나도 억울하다. 이야기를 경청하고 거기에 대한 나의 생각을 말하지 못한다면 이것은 대화가 아니지 않은가.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하는가. 현실적으로 나은 방안에 대해서 고심해야 되지 않겠는가. 


 방법은 이미 알고 있다. 그저 듣고 로봇처럼 공감만 해주면 된다. 추임새만 조금씩 넣어주면서 기계적으로 끄덕일 뿐이다. 그러면 와이프의 기분은 나아질 것이고 언쟁의 원인도 없어진다. 그런데 이상한 죄책감이 생긴다. 그렇게 하고자 마음만 먹으면 와이프가 하는 이야기가 들리지 않는다. 듣지 않고 듣는 척만 한다.


 이 것이 계속 문제가 되니 가만히 들어주길 원한다면 듣기만 하라고 사전에 고지하는 것으로 협의를 했다. 하지만 협의는 주기적으로 잊히고 알고리즘처럼 다시 언쟁이 되고 나서야 협의를 상기시킨다.


 와이프와의 대화의 기술을 다시 한번 점검할 때다. 


 생각하지 않는다. 내용은 중요하지 않다.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해 내기 위한 회의가 아니다. 나는 내 본분에 충실한다. 회사에서 생긴 문제는 본인 스스로 잘 해결할 것이다. 이 행위는 용기를 북돋워 주는 의식과도 같은 것이다.


입 벌려! 초콜릿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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