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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nkiN Dec 16. 2024

전자책

참을 수 없는 가벼움

 자기 전에 읽는 책이라는 것은 단점이 하나 있다. 누워서 읽기가 불편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식사 친구인 태블릿을 침대로 불러들였다. 전자책을 볼 요량으로 도서관에 가서 도서카드도 만들었다. 도서관 어플을 깔고 전자책을 골라서 읽었다. 하지만 눈이 너무 시리다.


 태블릿으로 밤에 편하게 읽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았으나 그런 건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는 도중 전자책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태블릿이나 스마트폰이 백라이트에 빛을 발하여 시각적 효과를 나타낸다면 전자책은 도트에 내장되어 있는 잉크가 전기적인 자극에 의해 올라가 시각적 효과를 내는 것이다. 세상에 잉크에 전자기적인 자극을 줘서 글자를 표현한다니. 그런데 가격이 만만찮다. 이 조그만 친구의 가격이 가성비 태블릿을 능가한다. 조심스럽게 당근을 켜 중고를 찾아본다.


 지금은 전자책 회사가 상장할 만큼 전자책 시장이 커졌고 당근에도 전자책이 많이 올라와 있으나 당시에는 쓰는 사람들만 쓰는 정도였다. 그래프나 사진을 보는데 어려움이 컸었고 컬러는 엄두도 못 낼 정도로 가격이 높았다. 하지만 나는 그 당시 최신형 전자책 단말기를 하나 장만하고 전자책 플랫폼 1년 정기권도 구매했다.


 처음에 전자책을 접했을 때 속도 측면에서 너무 답답했다. 버벅거리고 오로지 책을 읽는 용도로만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보고 있을 때 눈이 편안했다. 그리고 밤에는 전자책에서 은은한 빛을 설정해서 보고 있노라면 조명도 필요 없었다. 휴대폰이나 태블릿을 암실에서 보게 되면 반딧불이 되어버리는데 전자책은 적당히 책 읽을 정도만 되는 빛으로 자기 전에 보기 딱 좋았다.


 물론 종이책이 주는 그 감성을 포기할 수는 없으나 전자책의 휴대성과 편리성이 너무 뛰어나 나는 전자책으로 독서를 하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다. 이 작고 가벼운 친구 하나로 얼마나 많은 책을 들고 다닐 수 있게 되었는가. 은은한 자체조명으로 별도의 조명을 구비하지 않아도 편하게 볼 수 있고 누워서 한 손으로 책을 볼 수도 있다. 책장을 넘기려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 종이책을 넘기다가 놓쳐 얼굴에 떨어뜨린다면 끔찍하다. 사실 전자책도 몇 번 손에서 놓쳐 얼굴에 떨어뜨려 보았으나 종이책만큼 아프진 않았다.


 부득이하게 전자책으로 나오지 않은 책들이나 구독하고 있는 독서 플랫폼에서 서비스하지 않는 책들은 구매해서 읽는다. 한 달에 한 권 이상만 읽는다면 도서비용을 아낄 수 있다. 독서 플랫폼의 또 하나의 장점은 단말기가 없는 상황에서도 스마트폰으로 틈틈이 독서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약속시간보다 일찍 도착해서 시간이 붕 뜬다면 이전에는 유튜브를 보거나 했겠지만 지금은 최대한 독서를 하려고 하는 편이다.


 하지만 단점도 명확하다. 전자기기의 한계점이라고 할까. 책을 꼼꼼히 읽거나 메모나 밑줄을 치면서 탐독하는 독서가들에게는 적합하지는 않은 것 같다. 물론 메모나 하이라이트와 같은 기능을 제공하고는 있으나 썩 쓰기 좋은 편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플랫폼에서 책을 읽는 것은 단순 대여의 느낌이 크다. 구독을 종료하면 그 책은 더 이상 내 책이 아니게 되는 것이고 해당 책에 대한 서비스를 종료하게 되더라도 더 이상 그 책을 읽을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여기에다 메모하고 밑줄 치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자체를 구매해서 영구소장하는 방법이 있겠지만 그런 영구소장할 책들은 종이책으로 구매하는 게 낫지 않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전자책을 선호한다. 책을 읽는 행위 자체에는 전자책의 효율을 종이책이 따라갈 수 없다. 마지막으로 읽었던 페이지에 나만의 책갈피를 꽂아놓고 내일의 이야기를 기다리는 감성이 없는 것과 고요한 방안에 사락사락 종이 넘어가는 소리가 안나는 것만 빼고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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