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카이로스엘 Apr 15. 2022

나도 비행기 타고 외국 여행 가고 싶다

출장 간 남편이 부러워

  이번 주는 뭔가 정신이 없었다. 월요일에 코로나 격리가 끝나고 목요일부터 한국어 수업을 재개했다. 다행히 약간의 잔기침 외에는 특별한 후유증은 남지 않은 듯하다.


  이상하게 말을 안 하고 있을 때는 기침이 막 나는데 수업을 할 때는 기침이 거의 안 난다. 수업이라는 긴장감 혹은 책임감이 기침도 멈추게 만드는 것인가? 이것도 일종의 정신력 같기도 하다.




  이번 주가 특별히 정신없게 느껴졌던 이유는 남편이 집에 없기 때문이다. 남편은 그저께, 즉 내가 수업을 시작하기 전날, 일본 도쿄로 출장을 갔다. 코로나가 터진 이후 첫 해외 출장인데 다음 주에 돌아온다.


  남편이 집에 없으니 온 집안일이 내 차지가 되었다. 남편이 평소 쓰레기 처리며 빨래며 많은 일들을 해 주었었는데 남편이 없으니까 당장 빈자리가 너무 크다.


  집안일도 집안일이지만 내가 느끼는 더욱 큰 감정은 '부러움'이다. 진짜 너무나 부러워 죽겠다. 비행기 타고 외국엘 가다니! 물론 놀러 간 것이 아니고 출장 때문에 간 것이지만 그래도 이 시국에 비행기를 타고 외국에 간다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무척이나 대단한 일로 여겨진다.

   

남편이 공항에서 보내 준 비행기 사진


  남편의 일본 출장을 앞두고 내가 코로나에 확진이 돼서 내심 걱정이 됐었다. 혹시나 나 때문에 남편이 코로나에 걸려 출장을 못 가게 되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런데 남편과 아들은 이미 확진이 된 적이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다행히 둘 다 무사했다.


  남편은 일본에 가기 이틀 전에 PCR 검사를 한 후 음성 확인서를 받았다. 그리고 일본에 도착해서 공항에서 또다시 PCR 검사를 받았다. 그런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코로나 시국의 해외여행은 참 여러모로 힘든 것 같다.


  남편 옆에서 PCR 검사를 받으려고 대기했던 한 한국인 탑승객은 양성 결과가 나와서 공항에서 직원들에 이끌려 조용히 어디론가 사라졌다고 한다. 그분은 어디로 갔을까? 일본에서 격리되어 치료를 받는 것일까?


  또 어떤 부부는 음성 확인서를 인천공항 어딘가에 두고 와서 난리가 났단다. 아마 비행기를 타기 전 머물렀던 곳에 두고 온 듯하다. 한국에서 받은 음성 확인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일본에 입국을 할 수가 없기 때문에 소동이 났었는데 어찌어찌해서 PCR 검사를 했던 기관에서 이메일로 음성 확인서를 보내주어 겨우 입국이 허용됐다고 한다. 아침 비행기였으니까 망정이지 만약 저녁 비행기였다면 그 부부는 음성 확인서를 이메일로 못 받았을 테고 한국으로 되돌아가야 했을 것이다. 내 일도 아닌데 이야기만 들어도 손에 식은땀이 흐른다.




  내가 가장 놀랐던 것은 일본 공항에서의 PCR 검사 방식이었다. 우리는 보통 코나 목에 면봉을 찔러서 검체 체취를 하는데 남편은 일본 공항에서 침으로 검사를 다는 것이다! 즉 면봉 씨와 눈물이 찔끔 날 만큼 고통스러운 만남을 하지 않고 침만 뱉으면 끝. 검사 결과는 2시간 후에 나온다고 한다.


  침만 뱉어서 양성인지 음성인지를 알 수가 있다면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부담 없이 받을 수가 있을 것 같다. 얼마 전에 코로 들어간 면봉이 목에서 느껴졌던 끔찍한 검사에 비하면 이건 진짜 너무 간단하지 않은가!


  공항에서 2시간을 기다려 '음성'이라는 결과를 받은 사람들 중에 3차 접종을 마친 사람들은 각자 자유롭게 자택이든 호텔이든 원하는 숙소로 이동을  하고, 3일째 되는 날 PCR 검사를 해서 음성이 나오면 격리 해제가 된다. 3차 접종까지 마치지 않은 사람들은 지정된 격리 시설에서 격리를 해야 하는데 역시 3일째 되는 날 검사를 해서 음성이 나오면 격리 해제가 된다.  


  남편은 3차 접종 완료자이기 때문에 지정된 격리 시설이 아닌 회사에서 예약해 준 호텔에 가서 격리를 할 수 있었다.


  사진을 보니 호텔방이 널찍하고 마치 콘도처럼 싱크대, 인덕션, 식기세척기 등의 주방시설과 세탁기까지 갖추어져 있어 지내기가 무척 편리해 보였다(참고로 이 호텔에서는 11층이 격리 층이고, 그래서인지 엘리베이터도 11층에서는 멈추지 않는다고 한다.).


  호텔에서 음식도 배달시켜 먹을 수가 있고, 편의점에서 뭘 사고 싶으면 호텔 직원들이 사다 준다고 한다. 그래서 호텔방으로 라멘도 배달시켜 먹고, 카라아게(닭튀김)도 배달시켜 먹었다는데 어찌나 부럽던지. 나도 시설 좋은 편안한 호텔에서 배달 음식 시켜 먹으며 하는 격리라면 마치 호캉스 즐기듯 즐길 것 같다.




  남편은 내일이 입국 3일째라서 병원에 가서 PCR 검사를 받게 된다. 그리고 주말 이후 다음 주 월요일부터 본격적인 출장 업무가 시작된다. 3일 동안 출장 업무를 마친 뒤 목요일에 귀국이다. 결과적으로 8박 9일의 일정 중에서 호텔 격리 기간과 주말을 빼면 딱 3일만 일하는 셈이다.


  '아, 부럽다, 부러워...!'


  요 며칠 이런 마음의 소리들이 계속해서 들려왔다. 막상 남편은  감흥이 없고 출장 자체를 별로 가고 싶어 하지 않았는데 나만 괜시리 마음이 들썩들썩하는 중이다.


 빨리 코로나가 전 세계적으로 종식되어 코로나 검사나 격리를 할 필요 없이 자유롭게 비행기 타고 여행 갈 날이 오면 좋겠다.  


  그때가 되면 어디로 갈까...? 그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구나!


  

남편이 호텔에서 찍어 보내 준 도쿄 거리의 모습
매거진의 이전글 아들은 열공 중, 엄마는 춘곤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