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문장들을 모아
*순서에 의미는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구절들을 기록해두기 위한 글입니다.
1.
살아 있는 한 끝까지 글을 쓰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 이것이 내가 사람을, 그리고 나의 삶을 사랑하는 몇 안 되는 방식이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
- 최은영, <내게 무해한 사람> 작가의 말 中
2.
눈물 방지 테스트를 통과한 인생입니다, 그런 스티커가 붙어 있어도 끝내는 울게 된다.
- 정세랑, <옥상에서 만나요> 中
3.
너라면 이해할 수 있을 거야. 모든 사랑 이야기는 사실 절망에 관한 이야기라는 걸.
- 정세랑, <옥상에서 만나요> 中
4.
별이 떨어진다면 당신이 있는 공간으로
네가 아침잠에서 깨어 방문을 열었을 때
천장을 뚫고 쏟아지는 별들
난 그 별을 함께 주워 담거나
그 별에 상처 난 너의 팔을 잡아 주고 싶었다
(중략)
우린 오래오래 안녕이지만
오래오래 사랑한 기분이 든다
(중략)
네가 두고 간 것들은 나만 보게 되었다
너를뭐라불러야할지모르겠다
- 성동혁, <1226456> 中
5.
오늘은 내가 무수했다
나를 모래처럼 수북하게 쌓아두고 끝까지 세어보았다
혼자가 아니라는 말은 얼마나 오래 혼자였던 것일까
- 임솔아, <모래> 中
6.
우주가 아무리 넓어도 직접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야기들이 있으니까.
- 정세랑, <지구에서 한아뿐> 中
7.
나는 너의 그 선험적 이해를 이해할 수 없었어. 인간이 인간과 인간 아닌 모든 것들을 끊임없이 죽이고 또 죽이는 이 끔찍한 행성에서, 어떻게 전체의 특성을 닮지 않는 걸까. 너는 우주를 전혀 모르는데, 어떻게 우주를 넘어서는 걸까.
- 정세랑, <지구에서 한아뿐> 中
8.
너야. 언제나 너야. 널 만나기 전에도 너였어. 자연스레 전이된 마음이라고 생각해왔었는데, 틀렸어. 이건 아주 온전하고 새롭고 다른 거야. 그러니까 너야. 앞으로도 영원히 너일 거야. 한아는 그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채 말하지 못햇고 물론 경민은 그럼에도 모두 알아들었다.
- 정세랑, <지구에서 한아뿐> 中
9.
나는 그녀의 등을 바라보면서 결코 돌아보지 않는, 돌아볼 수 없는 마음에 대해 생각했다.
- 안희연, <흩어지는 마음에게, 안녕> 中
10.
모든 것을 주저앉히려는 힘의 반대편에는 다시 일어서고자 하는 힘이 있다. 무화시키려는 힘을 통과하며 뾰족해지는 펜이 있다.
- 안희연, <흩어지는 마음에게, 안녕> 中
11.
결국 인간의 삶을 지탱해 나가는 것은 온갖 종류의 그리움이지 않겠느냐고, 먼 시간 속의 그녀가 말을 걸어오는 것 같았다.
- 안희연, <흩어지는 마음에게, 안녕> 中
12.
밤마다 세상을 미워하고 잠이 들었던
그대 굳이 인생을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
- 정호승, <부치지 않은 편지> 中
13.
네가 나를 선한 사람에
끼워 주기를 바랐지만,
막상 네가 나더러 선한 사람이라고 했을 때, 나는 다른 게 되고 싶었어. 이를테면
너를 자랑으로 생각하는 사람.
나로 인해서,
너는 누군가의 자랑이 되고
어느 날 네가 또 슬피 울 때, 네가 기억하기를
네가 나의 자랑이란걸
기억력이 좋은 네가 기억하기를.
바라면서 나는 얼쩡거렸지.
- 김승일, <나의 자랑 이랑> 中
14.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 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 백석,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中
15.
너를 영원히 사랑한 적이 있다
- 김성대, <31일 2분 9초> 中
16.
친절한 사람들이 나쁜 사람들을 어떻게 계속 이겨요. 도무지 이기지 못하는 것까지 친절함에 포함되어 있으니까 괜찮아요. 져도 괜찮아요.
- 정세랑, <보건교사 안은영> 中
17.
사람보다 다른 것들이 비싸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살아가는 일이 너무나 값없게 느껴졌다.
- 정세랑, <보건교사 안은영> 中
18.
"왜 그런 걸로 울었지?"
사랑하는 사람에게 잘해주고 싶었던 거야. 그 사람이 죽고 없어도.
- 정세랑, <시선으로부터> 中
19.
어떤 자살은 가해였다. 아주 최종적인 형태의 가해였다.
- 정세랑, <시선으로부터> 中
20.
지구로 내려간 우리는 그 다른 존재들을 만나고, 많은 이들은 누군가와 사랑에 빠질 거야. 그리고 우리는 곧 알게 되겠지. 바로 그 사랑하는 존재가 맞서는 세계를. 그 세계가 얼마나 많은 고통과 비탄으로 차 있는지를. 사랑하는 이들이 억압받는 진실을.
올리브는 사랑이 그 사람과 함께 세계에 맞서는 일이기도 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거야.
- 김초엽,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中
21.
그때 나는 알았어.
우리는 그곳에서 괴로울 거야.
하지만 그보다 많이 행복할 거야.
- 김초엽,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中
22.
"그리움이 어떤 건지 설명을 부탁해도 될까요?"
(중략)
"기억을 하나씩 포기하는 거야."
- 천선란, <천 개의 파랑> 中
23.
콜리는 인간의 구조가 참으로 희한하다고 생각했다. 함께 있지만 시간이 같이 흐르지 않으며 같은 곳을 보지만 서로 다른 것을 기억하고, 말하지 않으면 속마음을 알 수 없다. 때때로 생각과 말을 다르게 할 수도 있었다. 끊임없이 자신을 숨기다가 모든 연료를 다 소진할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따금씩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알아차렸고, 다른 것을 보고 있어도 같은 방향을 향해 있었으며 떨어져 있어도 함께 있는 것처럼 시간이 맞았다. 어렵고 복잡했다. 하지만 즐거울 것 같기도 했다. 콜리가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면 모든 상황이 즐거웠으리라.
- 천선란, <천 개의 파랑> 中
24.
우리는 모두 천천히 달리는 연습을 할 필요가 있다.
- 천선란, <천 개의 파랑> 中
25.
나는 세상을 처음 마주쳤을 때 천 개의 단어를 알고 있었다. 그리고 천 개의 단어로 다 표현하지 못할, 천 개의 단어보다 더 무겁고 커다란 몇 사람의 이름을 알았다. (중략) 천 개의 단어만으로 이루어진 짧은 삶을 살았지만 처음 세상을 바라보며 단어를 읊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는 천 개의 단어는 모두 하늘 같은 느낌이었다. 좌절이나 시련, 슬픔, 당신도 알고 있는 모든 단어들이 전부 다 천 개의 파랑이었다.
마지막으로 하늘을 바라본다. 파랑파랑하고 눈부신 하늘이었다.
- 천선란, <천 개의 파랑> 中
26.
우리가 아직은 악보다는 선을 믿고, 우리를 싣고 가는 역사의 흐름이 결국은 옳은 방향으로 흐를 것을 믿을 수 있는 것도 이 세상 악을 한꺼번에 처치할 것 같은 소리 높은 목청이 있기 때문이 아니라, 소리 없는 수많은 사람들의 무의식적인 선, 무의식적인 믿음의 교감이 있기 때문이라고 나는 믿고 있다.
- 박완서,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中
27.
겨울의 첫 입김이 흩어지고 있었다
언젠가의 네 이름이 생각나지 않았다
- 이제니, <왜냐하면 우리는 우리를 모르고> 中
28.
그러니까
얼굴은 마주 보는 것
마음은 서로 나누는 것
사람은 우는 것 사랑은 하는 것
- 이제니, <왜냐하면 우리는 우리를 모르고> 中
29.
모두가 돌아갈 무렵엔 우산이 필요하다
- 황정은, <디디의 우산> 中
30.
그러니까 최종적으로 마음은 턱에 있어. 마음은 언제나 결정적이고 최종적인 것이니까. (중략) 녹슨 자물쇠로 꽉 잠긴 듯한 입속에. 뻣뻣한 혀와 화약 맛이 도는 침에. 마음은 그런 데 있어.
- 황정은, <디디의 우산> 中
31.
"마녀가 되어서 좋은 게 뭐예요 대체?"
이 일을 하면서 몇몇 마녀와 직접 대면도 했지만, 하나같이 삶에 찌든 사람들이었다. 뭐가 좋냐는 질문에 지원은 멍하니 하늘을 쳐다보았다.
"하늘 날잖아."
- 전삼혜, <위치스 딜리버리> 中
32.
그대는 늘 행복의 한복판에 있길
그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생의 한가운데 있길
존재한다는 것이 비참함이, 비통함이 되지 않도록
- 박정대, <삶의 권리> 中
좋아하는 문장들을 메모장에 적어 모으다 보니 어느새 그 양이 제법 많아져 차근차근 이곳에 기록해두려 합니다. 또 서른 개 즈음의 문장들이 모이면 글을 가져올게요.
작가명이나 작품명, 혹은 문장에 오타나 오류가 있다면 언제든 댓글로 알려주세요. 이 글이 좋아하는 문장을 서로 나누는 기분 좋은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