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 온 셋째 날인 오늘은 저녁식사 약속이 있었어. 식사장소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려 문 손잡이를 당기자마자 누가 문짝을 확 밀어젖힌 것처럼 차문이 활짝 열렸어. 바람 때문이었어. 차에서 내려보니 생전 처음 겪는 세기의 바람이 불고 있었어
바람에 밀려 넘어질 것 같았어. 몸을 가누기 어려워 일단 기둥뒤로 몸을 숨겼지만 당장 어디서 간판이 날아와도 이상하지 않았어. 건물입구까지 스무 걸음. 숨을 참고 한걸음 한걸음 겨우 걸어 문 앞까지 갔어. 강풍으로 부서진 유리회전문은 나무판자로 가로막혀있었고 그 옆에 있는 여닫이 문은 등뒤에서 불어오는 강풍 때문에 도저히 잡아당겨지지 않았어. 사람 살려 소리가 나오려는 찰나 건물 안에 있던 도어맨이 몸으로 문을 힘껏 밀어 열어줬어. 재빠르게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도어맨은 축하를 해줬지만 내입에선 고맙단 말도 바로 나오지 않았어. 두려움에 몸이 떨리고 있었어.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어제오늘 뉴욕엔 겨울 폭풍이 몰아치고 있어. 빌딩풍이 원래 거센 뉴욕이지만 뉴욕에서도 오늘의 강풍은 기록적이래. 날씨는 점점 더 극단적으로 변해가고 있어. 오늘의 두려움이 시작일까 봐 더 두려워져.
2022.12.23. 다행히 숙소에 잘 도착한 유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