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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미미 Nov 28. 2022

스타벅스에서 서울을 그리워하며

오늘은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이 콘서트를 했어. 세상이 좋아진 덕에 지구 반대편 스위스에서도  인터넷 스트리밍으로 콘서트를 관람할 수 있었어. 콘서트 스트리밍이 끝나니 점심때가 가까웠어. 한인마트에서 사 온 김치와 이탈리아 참치캔으로 점심을 대충 차려 먹는데, 케이팝 때문인지 김치 때문인지 갑자기 서울에 가고 싶단 생각이 들었어.


서울. 나는 서울이 ‘서럽게 울다.’ 줄임말이 아닐까 생각했었어. 서울에 처음 올라온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강남에 있는 재수학원에 등록했을 때였어. 재수학원에도 길거리에도 사람들이 차고 넘쳤고, 유일하게 혼자 있을  있던 공간은 한평 남짓 고시원뿐이었어. 고시원  방은 공동주방 앞에 있었는데, 어느  아침, 주방에서 나는 달그락 소리에 잠에서 깼어. 잠결에 엄마가 아침을 준비하고 있구나 생각했는데,  떠보니 고시원이었어. ‘서럽게 울다’, 20살의 서울은 그런 곳이었어.


한때 그렇게 싫어했던 서울에서 나는 십 년을 살았어. 이곳 스위스에 오기 직전에도 강남에 살고 있었어. 다만 나는 더 이상 엄마가 보고 싶어서 울지 않았고, 붐비는 테헤란로도 제법 좋아하게 되었어.


그때 살던 오피스텔 바로 옆에 스타벅스가 있었어. 평소에도 자주 갔지만 특히 연말이 되면 매일 아침 일찍 토피넛 라테를 테이크 아웃하러 갔어. 그래서 나는 스타벅스에서 토피넛 라테를 기다리며, 잠시 잠들었던 테헤란로가 기지개 켜며 일어나는 순간을 바라보고 있곤 했어. 푸르게 밝아오는 하늘 아래 지난밤 뿌려진 전단지 몇 장이 길바닥에 뒹굴고, 부산스럽게 오픈 준비를 하는 일층의 가게들 앞으로, 부스스한 머리의 직장인들이 코트를 여미며 하나둘씩 지하철 역에서 밀려 나오는 풍경을 말이야.


오늘은 그 건조한 서울의 풍경이 그리웠어. 그래서 점심 먹은 접시를 대충 정리한 후, 버스를 타고, 다시 트램을 갈아타서 스타벅스에 다녀온 거야. 취리히 반호프 플라츠 스타벅스에서 마신 토피넛 라테도 테헤란로 스타벅스에서 마신 것과 같은 맛이 났어.


내가 서울을 그리워하게 될 줄 몰랐어. 언제든 기회가 되면 떠나겠다고 생각했었는데 말이야. 이곳 취리히엔 몇 년을 더 머물게 될까? 어쩌면 서울처럼 십 년을 살게 될 수도 있을까? 그때가 되면 지금 내가 서울을 애틋해하듯 아직 낯선 취리히도 내게 특별한 도시가 되어 있으면 좋겠어.


2022.11.27. 취리히에서 유미가.


이번 연말에도 돌아온 스타벅스 토피넛 라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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