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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미미 Nov 30. 2022

나는 우동

팀원들과 점심을 함께 먹을 때면 보통 스타워즈나 왕좌의 게임, 미국이나 영국 드라마들에 대해 얘기해. 나는 우리나라 드라마도 잘 보지 않고, 외국 드라마는 뭐가 있는지도 잘 몰라. 영화를 특별히 좋아하지도 않아서 스타워즈 시리즈 중에 하나도 본 게 없어. 한인 동료들과는 와인이나 여행에 대해 얘기하는 것 같아. 나는 술을 전혀 못 마셔서 와인도 잘 몰라. 여행도 좋아하긴 하는데 별로 가본 적 없어. 그냥 적당히 호응하면서 듣고 있다 보면, 내가 이방인들 중에서도 이방인이라는 걸 깨닫게 돼.


오늘도 회사 점심시간에 독일어권의 글루바인과 불어권의 뱅쇼 중에 뭐가 더 맛있는지에 대한 얘기를 멍하니 듣고 있었어. 그러다 한분이 나는 싱가포르 같은데 살면 더 좋겠다는 말씀을 하셨어. 대수롭지 않게 대답하고 자리로 돌아왔는데, 갑자기 눈이 뜨끈해졌어. 내가 이곳에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았어.


재수하러 처음 서울에 올라왔을 때가 떠올랐어. 그때 재수학원 친구들은 나를 우동이라고 불렀었어. 기가 죽어서 흐물흐물한 모습이 꼭 우동 같았거든. 강남에 있던 재수학원엔 대치동 사는 아이들이 많았어. 나는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커피전문점의 커피를 친구들은 종종 테이크 아웃해왔어. 나는 그들과 얘기할 때면 혹시라도 사투리를 쓰지 않을까 긴장하곤 했어.


지금도 마찬가지야. 서구권 출신의 팀원들이나 해외 경험이 많은 동료들 사이에서 나는 다시 우동이돼. 여기서 나만 변변한 영화관이 없는 곳에서 자랐고,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야 처음 해외에 나가봤고, 신입사원연수가 제일 긴 해외 체류였던 것 같아. 그래서 다시 스무 살 때처럼, 긴장하며 발음에 신경 쓰게 돼.


대학에 간 이후론 재수학원 친구들이 놀랄 만큼 활기차 졌었어. 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그랬던 것 같아. 나의 말과 행동이 서울에서 이상해 보일까 걱정스러웠는데 새로 만난 학과 동기들이 나를 좋아해 주니까 자신감이 생겼었어.


여기 스위스에서도 새로운 사람들을 사귀어야 좀 나아질 것 같아. 대학교 신입생 때와 달리 지금은 가만히 있으면 아무도 만나 지지 않으니까, 용기 내는 수밖에 없어.


2022.11.29. 취리히의 이방인, 유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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