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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미미 Nov 27. 2022

인생을 낭비하는 유일한 방법

오늘 나한테 어떤 황당한 일이 있었는지 좀 들어봐.

설 즈음에 한국 가는 항공편을 끊어 뒀다고 했었잖아. 돌아오기 전에 일본에 들려야 할 것 같아서 돌아오는 항공권을 바꾸려고 했어. 고객센터에 전화하기 전에 미리 약관을 살펴보았는데, 돌아오는 항공권은 분명 변경 가능한 항공권이었어.


내 항공권은 부킹닷컴에서 예약한 거였어. 그래서 부킹닷컴 고객센터에 전화했는데, 터키항공의 규정 때문에 변경이 불가능하다는 거야. 내가 확인한 약관은 그렇지 않다고 했더니 상담사는 그러면 터키항공 고객센터에 전화해서 서면으로 확인 받으라고 했어.


그래서 터키항공에 다시 전화를 걸었어. 터키항공 고객센터에서도 내가 약관에서 확인한 내용처럼, 돌아오는 항공권은 변경 가능한 항공권이 맞다고 했지만 서면으로 보내줄 수는 없다고 했어. 대신 부킹닷컴 고객센터에서 직접 연락할 수 있는 헬프데스크를 운영하고 있으니, 부킹닷컴 고객센터에 직접 항공사 헬프데스크에 전화해서 확인하라고 하랬어. 난 다시 부킹닷컴에 전화해서 내가 들은 말을 옮겼어. 그러니까 이번엔 부킹닷컴에서 그럴 수 없다는 거야. 그런 헬프데스크에 자기네는 연락할 수 없대. 나는 터키항공에 다시 전화해서 서면으로 된 증명을 한번 더 요청했지만 역시 똑같은 말을 듣고 거절당했어.


그 뒤로도 서너 번은 더 전화를 했어. 양쪽 고객센터 모두 걔네가 잘못 알고 있는 거다. 암튼 우리는 안된다만 반복했어. 그러다 문득 예전에 외항사 고객센터와 해결이 안 될 땐 외항사의 한국 고객센터로 전화하면 해결이 된다는 얘기를 들었던 게 기억났어.


혹시나하는 마음으로 터키항공의 한국고객센터를 찾아 전화를 걸었어. 세 시간 동안 양쪽고객센터의 말을 전하기만 하고 하나도 진전이 없던 일이 한국고객센터와 통화하니까 순식간에 해결이 됐어. 내 돌아오는 항공권은 변경 가능한 항공권이 맞대. 하지만, 한국으로 가는 항공권이 변경 불가능한 항공권이기 때문에, 한국으로 가는 항공권이 실행된 다음에 돌아오는 항공권이 변경 가능해진다는 거야. 그래서 부킹닷컴의 시스템에선 항공사 규정 때문에 변경이 불가능하다고 뜨는 거고, 터키항공 상담원들이 내 항공권을 조회했을 땐 변경 가능한 항공권이라고 드는 거였어.


내가 왜 다른 상담사들은 그 규정을 모르느냐 물었더니, 그 상담사는 흔하지 않은 케이스여서 보통은 잘 모를 거라고, 자기는  예전에 비슷한 케이스를 상담했던 적이 있어서 아는 거라고 대답했어.


그런데 말이야. 내가 그전에 상담했던 다른 상담사들은 아무튼 안된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했지 왜 안되는지를 알아보지 않았어. 그래서 만일 또 나와 같은 불편을 는 사람이 고객센터에 전화하면 그 상담사들은 지금과 똑같이 아무것도 해결해줄 수 없을 거야.


겪는 모든 일들이 경험이 되는 건 아니란 생각이 들었어. 그게 무엇이든 진심으로 했던 일들만 기억에 남고 경험이 돼. 진심으로 고객의 문제를 해결해 주었던 일은 경험이 되었고 그냥 오는 전화를 받을 뿐인 일은 경험이 되지 않았듯이. 어쩌면 인생을 낭비하는 유일한 방법은 진심을 다하지 않는 것뿐일지도 몰라.


2022.11.26. 진심을 다해 살고싶은 유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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