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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미미 Nov 17. 2022

혼자됨의 즐거움

타국 생활은 외로워. 회사 친구들이 이곳에 몇 명 있긴 하지만, 가족들과 오랜 친구들은 모두 고국에 있으니까. 그런데 타국 생활이라는 세트상품에는 외로움만 들어 있는 게 아니었어. 자유로움도 있었어.


내가 “근황 경쟁”이라고 이름 붙였던 게 있어. 지인 모임에서 다녀온 풀빌라나 먹은 오마카세 같은걸 서로 경쟁하듯 공유하는 거 말이야. 피하고 싶어 하면서도, 막상 근황 경쟁이 시작되면 나도 지고 싶진 않았어. 그래서 한창 출장 다녔을 때 인스타그램에 해외에서 찍은 사진들을 “아카이빙”했던 거야. 진짜 아카이빙은 구글 포토에 자동으로 되고 있었는데…


그러다 문득 내 인스타그램 피드가 백화점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각자 쇼윈도에 제일 잘 팔릴 것 같은 순간들을 진열해 놓고, 서로의 쇼윈도를 보며 은근히 평가하는 모습이 말이야. 고민 끝에 인스타그램 계정을 없애 버렸지만, 오프라인 근황 경쟁에서는 여전히 자유로울 수 없었어.


그런데 스위스로 이사오니 지인 모임에 나갈 일 자체가 없어졌어. 여기엔 아직 지인이 거의 없고, 오랜만에 서울에 가도 친한 친구들 만나기 바쁘지, 지인들까지 보진 않아. 마침내 근황 경쟁에서 빠져나오게 된 거야.


그리고 다섯 달이 흐른 지금, 내가 남들의 시선에서 조금씩 자유로워지는 걸 느껴. 예를 들어, 내년 친오빠 결혼식에서 들 명품가방을 하나 사려고 했었는데 별 생각 없어졌고, 필터가 들어간 셀카 어플을 잘 쓰지 않게 되었어. 드디어 주변의 소음이 잠잠해지고 나 스스로에 집중할 수 있어진 것 같아.


2022.11.16. 외롭고 자유로운 유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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