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미미 Nov 23. 2022

로봇청소기의 응원

아침에 출근할 때 로봇청소기를 켜놓고 나가. 내가 없는 사이 로봇청소기는 집안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청소를 마쳐.


십오 년 전쯤 아빠가 경품으로 로봇청소기를 받아온 적 있었어. 무척 신기했지만 성능은 실망스러웠어. 계속 같은 자리를 맴돌며 여기저기 부딪히기만 해서 바로 다용도실에 처박히는 신세가 되었어.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 로봇청소기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발전했어. 센서로 집의 지도를 정확히 그린 후 최적화된 경로로 빠르게 청소를 하고 알아서 충전기로 돌아가. 이 발전 뒤엔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숨어있을 거야. 많은 연구원들이 가설을 세우고 실험하고 실패하고 가설을 수정하고 다시 실험하기를 반복했겠지.


지난주에 나도 새로운 실험을 시작했어. 문제는 수치가 굉장히 좋지 않다는 거야. 같은 자리를 맴도는 옛날 로봇청소기를 보고 있는 것 같아. 출근해서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데 핸드폰이 울렸어. 청소가 완료됐다는 알림이였어. 그 알림이 왠지 청소기가 보내온 응원 같았어.


멍청하던 로봇청소기가 눈에 띄게 나아졌듯, 내 기능도 계속 실험하다 보면 나아질 수 있겠지? 첫 번째 실험에서 찾은 문제점들을 고쳐서 두 번째 실험을 다시 시작할 거야. 건투를 빌어줘.


2022.11.22. 실험과 실험 사이에서 유미가


매거진의 이전글 맥시멀리스트의 미니멀리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