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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일공 Jan 23. 2024

불안

알랭 드 보통

나의 방

세상에는 여러 감정이 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우선적으로 추구하는 감정은 바로 행복이나 기쁨일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의 행동과 판단에 있어서 영향을 미치는 감정은 추구하고자 하는 것과 다르다. 추구의 사전적 의미는 '목적을 이룰 때까지 뒤좇아 구함'이다. 즉 어떠한 특정 목적이 존재해야만 뒤쫓는 행동이 나타난다. 어떤 것을 추구하고자 하는 동기는 내가 삶의 필수적인 요소가 충족된 뒤에 권태가 찾아오거나 인생의 의미가 희미해질 때 나타난다. 동기의 사전적 의미는 '행동을 일으키게 하는 계기 및 내적인 직접요인의 총칭'이다. 목적을 이룰 때 까지 뒤좇는 동기가 생겨 무언가를 추구할 수도 있지만, 행동동기에 있어서 행복을 좇고자하는 것으로 착각되는 감정들이 존재한다. 그 감정들은 대게 불안으로 대표된다. 내 자신 속에 있는 불안감, 행동을 하지 않으면 행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착각은 회피동기이다. 적당한 불안은 우리로 하여금 적절한 동기가 되어 일상 속에서 어느정도 긴장감과 성실하게 살게하는 원동력이 된다. 그러나 현재 사회는 불안과다이다. 불필요하게 불안을 자극하는 것들이 차고 넘친다. 불안의 근원은 아주 다양하다. 사회에서는 '지위'의 유지가 자신의 평온한 감정 그리고 그것의 지속감에서 오는 안정감을 행복이라 느낄 수 있다. 


이러한 지위에 흔들림이나 부스럼이 생기기 시작하면 인간의 불안이 자극된다. 지위에 흔들림을 주는 요소들은 다양한데, 첫번째로 근본적인 충분한 사랑을 느끼지 못할 때이다. 충분하지 않는 사랑과 애정은 사회적 동물인 인간에 있어서 큰 결핍이다. 나의 존재에 있어 가치를 확인함과 동시에 자존감에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두번째로 사람들의 속물적인 본성이다. 사람은 속물적인 동물이다. 이해관계가 존재하고 그러한 현상이 부자연스럽거나 가식적인 것이 아닌 당연한 현상이다. 하지만 이러한 속물적인 본성이 나의 친밀하다고 느끼는 가까운 관계 속에서도 존재한다면 그리 좋은 현상은 아닐 것이다. 애정과 관심이 존재하더라도 그것이 자신의 존재와 가치에서 기인하는지 아니면 나의 지위와 가진 것들에게서 오는 관심인지 헷갈릴 때 불안은 시작된다. 온전한 나 자신이 아닌 내가 가진 것에서 기인한 관심이라면 그것은 나 자신으로 하여금 존재적 가치에 대한 물음이 뒤따른다. 그러므로 사람들을 볼 때마다 이러한 애정이 지위에서 오는 것으로 착각하거나, 또는 진짜 그렇다면 지위에 대한 불안이 자극된다. 이러한 지위에 있어서 오는 불안을 해소하는 방법은 다양하게 나타난다. 어떤 이는 이러한 불안은 비싼 사치재를 구매하거나, 더 저급한 방법으로는 타인을 까 내려 상대적으로 자신을 지켜 올리는 언행이나 행동으로 불안에 있어 자신의 존재가치를 느끼고자 한다. 


이러한 불안감은 인간이 문명과 자본을 이룰 때부터 높았는가? 그것은 아닐 것이다. 바로 평등에 대한 기대심리가 불안감을 증폭시킨다. 세상은 결코 평등할 수 없는데, 역사적으로는 평등을 위한 저항이 매우 많았다. 그러한 저항들은 어느정도 효과를 보아 얼핏보아 평등한 세상으로 보이게 한다. 일반적인 사람의 생활 수준이 올라가고 이나 추구하고자 하는 목표들이 생겨나고 이룸에 따라 세상은 좀 더 좋은 쪽으로 변화했지만, 결코 평등하다고 말할 순 없다. 그러나 신분제에 따른 차등적인 사회보단 내 지위가 상위 계층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한다. 그러므로 평등한 세상이라는 기대감은 사회에 대한 저항보단 나 자신의 태생과 능력의 한계에 대한 저항으로 바뀌어 갔다. 그러한 저항에 있어 모두가 성공을 할 수 없는 구조이기에 어떤 이는 실패를 할 것이고 이러한 실패 가능성은 불안감을 야기할 수 밖에 없다. 잡힐 듯하면서 잡히지 않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절망적이다. 하지만 잡힌다고 하더라도 불안이 해소될까? 불안은 또 다른 불안으로 대체되어 끊임없이 행복하지 못할 것이다. 


내가 속한 사회가 점점 확대되어가는 착각 또한 불안을 증폭한다. 사람은 자기가 속한 집단을 준거집단이라고 하는데 모든 지위에 있어 비교와 우위는 이러한 준거집단 내에서 일어난다. 교통과 이동통신에 발달로 준거집단이 대폭 넓어진 것은 그만큼 불안의 증폭가능성이 늘어났다는 의미이다. 특히, 대한민국과 같이 영토가 좁고 수도권 과밀화된 국가는 불안의 증가가 극심하다. 더불어 문화적인 측면에도 불안감을 조성하는 환경이다. 나라가 좁고 한민족국가이며 발전한 속도가 매우 빠른 국가이기에 도시나 개인의 생활양식의 다양성이 동질적인 특성을 띈다. 그렇기에 이러한 환경은 의식하고 타인에 대한 비교 및 관심이 늘어나게 된다. 사치재의 구매력이 전세계에서 제일 높고 자살율이 제일 높고 출산율이 제일 낮은 이유도 이러한 특성에서 기인한 것이다. 끊임없는 저울질과 그에 따른 자기혐오와 불안 증폭은 국가 존속의 위기에 봉착했다. 좀 더 불안감이 낮은 국가가 되려면 많은 부분에 있어 구조적인 문제해결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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