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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자의 조각보 Nov 04. 2022

학교를 누구 위해서 다닌다니?

태극기 검사하는 날





나 어릴 적 학교에서는 가끔 국경일이 다가오면 태극기 검사라는 것을 했다. 집에 게양할 태극기가 준비되어 있는지 확인하는 거였다. 우리 집에는 태극기가 없었다. 있다 해도 셋방살이여서 그걸 걸 수 있는 대문은 우리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검사를 위한 태극기는 필요했다. 한 집에 태극기는 하나만 있으면 되었으므로 형제가 있는 집은 맨 위 형제가 가져갔다. 


우리는 삼 남매여서 오빠가 가져갔다고 하면 되는 거였다. 그러나 나는 그것을 가져가고 싶었다. 선생님 앞에 나가서 ' 우리 집 태극기는 오빠가 가져갔어요.'라던가 '우리는 셋 방에 살아요'라고 말하기 싫어서였다. 내 이런 태도는 엄마의 화를 돋우었다. 뭐 하나 맘에 들게 못한다는 거였다. 

     

“그렇게 말하기가 뭐 어렵다니~ 응?~ 셋 방 산다고 말하기 싫으믄 오빠가 가져갔다고 하믄 되지. 그럼 선생님두 그런 줄 알 꺼고 그렇게 한 번 때우고 오면 되는 걸 가지구.. 정작 태극기 가져가야 하는 늬 오빠는 말 한마디 없이 가는 거 봐라~ 너는 어째 아침부터 사람 속을 긁고 그러냐! 그럴라믄 학교구 뭐구 다 때려치우구 다니지 마라~ 학교를 뭐 누구 위해서 다닌다니?” 

     

나는 항상 닥치는 일보다 큰 걱정을 가슴에 품었고 그것은 때로 감당하기 힘들 만큼 버거웠다. 하지만 대부분 그런 일들은 내가 느낀 걱정의 크기에 비해 정말 시시하게 지나갔다. 

 

그런데 나이 먹은 지금도 똑같이 그렇다. 



(사진출처: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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