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읽기

설계

by 메모

독서는 하나씩 천천히 음미하면서 책의 내용을 일상에 적용시킬 수 있도록 저자의 생각을 해체하고, 그 파편을 나에게 맞게 조합하여 재구성하는 과정이다. 책의 내용이 일상에 전혀 적용되지 않는다면 독서를 하는 의미가 퇴색된다. 일상과 괴리된 독서행위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단지 다독을 위한 강박적인 책읽기는 오히려 자기 자신을 논리의 감옥 속에 가두는 행위에 불과하다. 지식은 쌓으면 쌓을수록 무수히 많은 분류체계를 접하게 되고, 그것이 내 인식 속에 박힐 수밖에 없는데, 그것을 비판적으로 읽지 않는다면 그저 저자의 분류행위에 나 자신이 속박되는 결과만 야기될 것이기 때문이다.

2만권의 책을 아무런 생각 없이 쭉 읽어 나가는 것. 1권의 책이라고 할지라도 자기에게 필요한 부분을 선별하고 해당 부분에 관한 한 문장 하나하나를 곱씹어가면서 밑줄을 긋고 방점을 찍어가며 읽는 것, 더불어 책 여백에 순간적인 단상을 메모(때로는 그림이나 도표로 정리)하고 그와 관련된 나만의 생각을 메모장에 글로 써가며 사색적으로 읽는 것, 더 나아가 나만의 책을 쓰기 위해 내가 다루고자 하는 주제와 관련된 부분을 적극적으로 탐색하며 읽는 것. 둘 중에 더 훌륭한 독서는 후자이다. 우리는 다량의 책을 접하기 위해 빠르게 책을 읽어나갈 때는 알 수 없었던 것을, 그것의 내용을 하나하나 음미하면서 느리게 읽을 때는 확연히 이해가 되는 신비한 경험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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