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일
인간은 자기의 의식을 통해 세상의 형상을 관념으로 재구성하여 바라본다. 인간이 ‘나(아)’라는 관념을 형성하는 순간 그와 동시에 ‘비아(너)’라는 관념이 형성된다. 바꿔 말하면 ‘나’라는 관념과 ‘너’라는 관념은 서로의 대립적인 의미에 의지해서만 지각될 수 있는 ‘개념’이다. 양자의 개념 중 하나라도 없으면 지각 자체가 불가능하다. 인간의 언어 구조는 이원화된 구조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항대립은 서로의 대립항이 없다면 그 의미가 성립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번 면밀히 살펴보자. ‘나(아)’라는 관념과 ‘비아(너)’라는 관념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가? 이 세상 모든 관념은 자기의 의식에서 비롯된다. 여기서의 의식은 어떤 관념(개념)의 개입도 없는 ‘절대적 무관념’의 합일의식을 뜻한다. 언어와 언어의 동의어인 사고가 끊어진 의식 그 자체의 세계에서는 ‘나’라는 관념도, ‘너’라는 관념도 없다. 모든 관념이 없는 ‘절대무’이며, 따라서 나와 당신도 모두 하나이다. 영화 아바타(Avatar)에서 “I see you.”라는 대사의 의미는 나와 너가 하나인 ‘절대무’의 세계(합일의식)를 본다는 뜻이다. 따라서 그 논리적 귀결로 나와 너를 포함한 세상 만물 역시 모두 하나인 것이다(절대적 무관념). ‘유’의 세계는 ‘무’의 세계(상대무)에 의지해서만 존재할 수 있는 것인데, 실체적인 측면에서는 ‘무’의 세계(상대무)라는 관념도 없는 것이다(‘없음’의 없음의 절대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