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체계와 상징계

합일!

by Edit Sage

인간의 의식 그 자체, 존재 그 자체로 그저 있는 것, 즉 완전한 몰입 상태 또는 완전한 명상 상태에서 인간은 나와 너의 분별 없이 모든 것이 통합되어 있는 극한의 절정경험을 하게 된다. 이러한 상태에 빠져 있는 인간은 언어라는 상징체계의 매개 없이 순도 100%에 가까운 구체적인 현실 그 자체를 온전히 받아들인다. 요컨대 현실이란 언어적으로 관념화된 세계가 아닌 언어가 배제된 실존 그 자체의 세계이다. 여기서 말하는 현실은 우리들이 통상 ‘현실’이라고 부르는 세계와는 전혀 다르다. 실제 현실은 언어적으로 관념화된 세계가 아닌 구체적인 현실 그 자체, 이른바 실체계이다. 극한의 몰입경험을 하며 실체계에 머물고 있던 인간이 몰입에서 빠져나와 특정한 생각을 하는 순간 그 인간은 언어(언어와 생각은 동의어이다)라는 상징체계를 매개체로 삼아 상징계에 발을 디딘다. 다시 말해 통합된 세계인 실체계에 있던 인간은 언어라는 매개체를 통해 양분된 세계인 상징계로 떨어진다(상징계는 자크 라캉의 탁월한 통찰에서 비롯된 용어이다). 언어는 그 구조적 한계상 이항대립의 모순 구조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본질적으로 하나였던 인간의 의식은 언어를 매개체로 삼아 이원화된 구조로 관념화되는 것이다. 결국 구체적인 현실은 추상적인 관념으로 전환된다.

우리들이 통상적으로 ‘현실’이라고 부르는 세계는 외려 비현실적인 세계이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살아가는 현실 세계는 영화 ‘매트릭스’에서 탁월하게 묘사한 것과 같이 일종의 가상세계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언어적으로 관념화된 세계에서 추상적으로 살아가지만, 자기 자신이 언어로 추상화된 가상세계에서 살아간다는 점을 인식하지 못한다. 그 이유는 인간이 특정 생각을 하는 순간 ‘자동적으로’ 언어라는 상징체계를 매개체로 삼아 의식이 관념화되어 구성되기 때문이다. 갓난 아이를 떠올려보면 우리가 얼마나 언어적으로 관념화된 가상세계에서 살아가고 있는지를 비교적 쉽게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은 상징계를 살아가면서 실체계에서 존재하지 않던 나와 너의 양분된 관념을 인식한다. 실체계에서 원래 하나였던 나와 너는 상징계에서 관념적으로(언어적으로) ‘나’와 ‘너’로 분리된다.

실체계는 구체적인 현실 그 자체이며, 인간의 본질적인 상태이자 자연스러운 상태이므로 이러한 상태에 빠져 있는 인간은 충만감을 느낀다. 반면 인간이 생각을 통해 언어적으로 양분되어 추상화된 상징계로 떨어지는 순간 인간은 부자연스러움을 느끼고, 분리감 또는 고립감를 느끼게 된다. 하나의 의식이 언어의 이원화된 구조에 의해 이분법적으로 모순된 관념으로 분리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간은 상징계로 구성되어 있으며, 언어라는 상징체계 없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대다수의 인간이 정신분열적인 상태에 빠져 정신질환을 겪고 있는 것이다. 비록 자기가 정신병에 걸려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살아가고 있을 테지만.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우리는 상징계에서 살아가면서 충분히 분리감 또는 고립감을 맛보았다. 우리는 혼자만의 시간에서라도 극한의 명상 활동을 통해 실체계로 접근하려는 노력을 하여야 한다. 분열되어 피로로 찌들어 있는 정신에 휴식을 부여하기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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