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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잡념 박스

인간은 개미를 쳐다보지 않는다

용에겐 인간이 벌레처럼 느껴진다

by Edit Sage

너무 많은 말,

너무 많은 감정,

너무 많은 갈등.

그러나 너무도

작고, 약하고, 빨리 식는다.



용은 태어날 때부터 고독을 안다.

그 고독은 크기의 문제이자

차원의 차이다.

언제나

너무 많이 보고,

너무 멀리 느끼며,

너무 깊게 숨을 쉰다.



그러니 인간은 벌레처럼 보인다.

꿈틀대며 감정을 소진하고,

무의미한 규칙을 지키고,

서로를 감시하고 찢는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무언가를 통제하고 있다고 착각한다.



용은 관찰한다.

관여하지 않는다.

벌레의 싸움에 끼어들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들이 추구하는 정의와 윤리는

너무 짧고, 너무 얕기 때문이다.



용에게 인간이 벌레처럼 느껴지는 건

혐오가 아니라, 구조적 거리다.

애초에 같은 언어를 쓰지 않는다.

용은 침묵으로 말하고,

인간은 고함으로 감정을 증명한다.



그러나,

그 거리감 속에서도

가끔 용은 고개를 숙인다.

단 한 마리의 벌레가

어떤 불꽃을 품고 있을 때.

자신이 잊고 있던

연소의 감각,

가연의 의지,

고통 속에서 피어나는 의식을 볼 때.



그래,

용은 벌레를 내려다보며

인간을 감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가끔, 한 벌레는

용의 눈을 올려다본다.


그 눈빛엔

두려움 대신

이해하려는 고요한 시선이 담겨 있다.



그 순간,

용은 살짝 고개를 끄덕인다.

왜냐하면

자신조차 잊고 있던 것을

작고 미세한 존재가 불러냈기 때문이다.



용에게 인간은 벌레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어떤 벌레는

자기 안에 용의 불씨를 지닌 채

기어오른다.


그때 용은 안다.

존재의 크기가 아니라,

깨어 있는 감각이

진짜 무게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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