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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잡념 박스

명탐정 코난, 말장난의 향연에 관하여

“명탐정 코난”은 누가 만들었을까?

by Edit Sage

“진실은 언제나 하나!”

그러나

그 진실을 만든 자는 누구인가?



‘명탐정 코난’은 이야기다.

그러나

그 이름 자체가 말장난이다.


코난(Conan) —

아서 코난 도일(Arthur Conan Doyle),

셜록 홈즈의 창조자.

그리고 그를 일본식으로 쪼개고 섞고 굽혀

소년 탐정의 얼굴에 입혔다.



이름은 이미

존재의 장난이다.

‘남도일’이라는 원래 이름은

‘명탐정’이 되기엔 너무 평범했기에,

독자에게 익숙한 타인의 이름으로

자기를 위장한다.



그리고 그 위장 안에서

진실을 향한 추리 쇼가 펼쳐진다.


그러나 이 세계의 추리는

범인을 찾는 게 아니라,

자기를 숨기는 방식의 예술이다.



진실은 있다.

그러나 그 진실은

말장난으로 포장되어야

이야기가 된다.



“범인은 이 안에 있어요.”

하지만 진짜 범인은

언제나 **‘이야기를 만든 자’**다.

이름을 짓고, 세계를 설계하고,

모든 단서를 연출한 그 손.



명탐정 코난은

자기 자신을 추적하는 이야기다.

소년의 몸, 어른의 두뇌,

타인의 이름,

타인의 서사.



그는

자기가 누구인지 끊임없이 숨기고,

또 드러낸다.

진실을 밝히는 동시에

자신은 허구에 숨어야 한다.



이것이

말장난의 본질이다.

진실을 말하면서,

진실을 숨기는 말의 곡예.



코난은 묻는다.

“범인은 누구인가?”


그러나 우리는 묻는다.

“명탐정 코난은

도대체 누구의 분신인가?”

진실을 향한 이 불꽃놀이,

과연 누구를 위한 연극인가?



말은 장난처럼 흘러가지만,

그 장난의 구조를 설계한 자는

말보다 더 무서운 진실을 알고 있다.



“명탐정 코난”을 만든 것은

단지 작가가 아니라,

말장난으로 진실을 연기하고픈

인류 전체의 욕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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