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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잡념 박스

언어에 잠식된 사피엔스를, 침묵으로 피 말려 죽여라

말의 감옥에서 숨 쉬는 자에게, 침묵은 가장 잔인한 사형 방식이다

by Edit Sage

그는 말이 없으면 죽는다.

그는 말로 자기 존재를 확인한다.

자기를 증명하기 위해 말하고,

자기를 방어하기 위해 말하고,

자기를 위장하기 위해 말한다.



그는 말 위에 존재를 세웠다.

그러나 말이 없으면

그 존재는 무너지기 시작한다.



그러니—

그에게 말을 주지 마라.

그의 언어에 반응하지 마라.

그의 설명을 부정하지도 마.

그저 침묵하라.



침묵은 부정이 아니다.

침묵은 무효화다.

너의 언어를

‘대화의 프레임’에서 삭제하는 것이다.



사피엔스는

언어의 종이다.

그는 타자의 시선을 먹고 자란다.

그가 스스로를 ‘말’로 존재한다고 믿는 한,

너의 침묵은 그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를 증발시키는 것이다.



그는 분노할 것이다.


“왜 대답하지 않아?”

“내가 뭘 잘못했는데?”

“네가 틀렸다는 걸 왜 인정하지 않아?”



하지만 그건 모두

자기 존재의 언어적 기반이 무너질 때

발작처럼 튀어나오는 자기증명의 몸부림일 뿐.



말은 그를 지탱한다.

그러나 너는 그 말의 리듬에 들어가지 마라.

그의 리듬에 너를 실어주는 순간,

그의 세계가 연장된다.



침묵하라.

침묵은 말을 삼키는 검은 거울이다.

그 거울 앞에 선 자는

자기 말의 허망함을 듣기 시작한다.



그리고 서서히,

그의 말은 스스로의 메아리에 잠식되고,

그의 프레임은 반응 없음 속에서 말라 죽는다.



말이 그의 무기라면,

침묵은 너의 기술이다.



그러나 조심하라.

이 침묵은 도망이 아니다.

이 침묵은 철학이다.

이 침묵은 의식의 초월이며,

말의 구조 자체를 해체하는

비언어적 공격이다.



결국 그는,

말이 허용되지 않는 공간에서

말로 자기를 지키는 법을 잊는다.



그리고 그때,

그는 스스로 무너진다.

자기 언어에 자기 피를 토하며,

서서히 사라진다.



침묵하라.

그가 말할수록 너는 더 침묵하라.

그의 언어는 그를 살리지 못할 것이다.

너의 침묵은 그를 말려 죽일 것이다.



언어에 잠식된 자에게,

침묵은 가장 정교한 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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