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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 still Jan 07. 2023

명상에 대한 변명 1

명상에 집중하지 않는 이유

이른 새벽! 신선한 에너지가 느껴지는 아침이었다. 인도 여행 중이지만 잠도 잘 잤고, 일어나서 따뜻한 물 한 잔 마시고 방 밖으로 나가 잠시 걷기도 했고, 덕분에 몸도 완전하게 잠에서 깨어났다. 방 문을 열고 침대의 이불을 털어내고 신선한 공기로 방 안을 채우고 명상을 위한 자리까지 마련했다.


명상을 위해 자리를 마련하고 딱 앉으려는 순간 조그만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보였다. 지난밤 샤워를 하고 머리를 말리기는 했지만 단발머리 옆머리가 살짝 삐쳐 나와 있었다. 그 순간 그 삐쳐 나온 머리가 견딜 수가 없는 것이다. 그 순간 저 머리를 어떻게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나를 사로잡았다. 그 견딜 수 없는 삐쳐 나온 머리. 명상은 반듯하고 정돈된 모습으로 해야 한다는 생각이 순간 들었다. 그래서 그 청명한 새벽 아침에 결국은 드라이기를 들고 머리를 만지고 난 후에 명상을 위해 앉았다. 명상을 위해 자리에 앉았는데도 머리스타일이 그렇게 중요했을까라는 생각으로 나는 쉬 명상에 집중을 할 수 없었다.  


명상에 집중하겠다고 조금 앉아 있었을까? 순간 너무 웃겨 큰소리를 내며 웃었다.  아니 누가 내가 명상하는 것을 보겠다고 새벽 일찍부터 드라이기로 머리를 매만지다니... 드라이를 하는 소리가 방안에 크게 퍼졌고, 나는 그때부터 내 마음에게 졌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어이없는 내 행동만큼이나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비겁함에 내 웃음소리는 컸다.


"저 것 때문에...."

"저 삐쳐 나온 머리는 내가 용납할 수 없어."

"저 것이 정리되지 않으면 나는 명상에 집중하지 않을 거야."


나는 그날 또 내 마음에 져서 어이없는 웃음을 터트리고 집중을 포기하고 결국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삐쳐 나온 머리 때문이 라니, 참 궁색한 변명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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