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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 의 Nov 04. 2024

내가 마시는 차(茶)는 과연 차가 맞을까?

차나무잎이 있어, 없어? 정통차/대용차/가향차 이야기.


01. 

우리 사회에서 '차'라는 단어는 참 친숙해서 그 의미도 넓습니다. 일상에서 "우리 차 한 잔 할까?"라는 말이 쉽게 오고 가죠. 실제로 만나면 차가 아닌 커피를 마시더라도요. 여기서 커피는 '차'일까요, 아닐까요? 여러분이 일상에서 마시는 차는 정말 차가 맞을까요? 차는 무엇일까요?


원래 차는 '찻잎'을 따서 달이거나 우린 물을 말해요. 차나무(학명: Camellia Sinensis)라고 하는 동백나무의 변이종 식물의 잎을 따서 만든 것이 '차'이지요. 이런 차들을 "정통차(正統茶)"로 분류하며 original, authentic의 의미를 가져요. 녹차, 홍차, 우롱차, 보이차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만약 여러분이 마시고 있는 차 속에 '찻잎'이 없다면? 엄밀히 말해 그건 차가 아니랍니다! 커피가 아주 넓은 의미에서의 차라면, '찻잎으로 만든 차'로서의 '차'는 그 의미가 좁습니다.  




02. 

조선 후기 실학자인 다산 정약용은, 사람들이 자주 쓰지만 잘못 쓰고 있는 말과 글을 골라 바른 어원을 밝힌 우리말 연구서 <아언각비(雅言覺非)>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원래 차나무 잎을 우려낸 것만 차라고 불러야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차를 탕(湯)이나 환·고(丸·膏)처럼 마시는 것으로 인식하여 무릇 약물을 단조롭게 다리는 것을 모두 차라고 하여 생강차, 귤피차, 모과차, 상지차(桑枝茶), 송절차(松節茶), 오과차(五果茶)라고 관습적으로 항상 사용하는데 이는 잘못이다. 

            

*아언각비 : 항상 쓰는 말 가운데 잘못을 깨우치다

<아언각비(雅言覺非)>와 정약용 


찻잎을 따서 우려 마시던 것이 문화가 되면서, 서민들은 일상적으로 찾을 수 있는 다른 식물의 잎이나 과일, 꽃잎, 곡물 등을 달여 음용하기 시작합니다. 사실 '탕'이라고 해야 맞는 것을 습관적으로 '차'라고 부르게 되었다는 것이죠. 쌍화탕을 쌍화차, 대추탕을 대추차라고 하는 것처럼요. 조선시대에도 '차'라고 일컫는 음료의 의미를 다소 넓게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찻잎이 들어있지 않은 차는 식품분류상으로 차는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차'라고 부르기 시작하면서 "대용차(貸用茶)"라는 이름으로 분류하게 됩니다. 이 대용차의 원료는 크게 4가지로 분류됩니다. 


곡물 ➡︎ 보리차, 율무차, 결명자차            

꽃잎 ➡︎ 매화꽃차, 목련꽃차, 국화차            

과일 ➡︎ 매실차, 오미자차, 귤피차            

차나무가 아닌 다른 식물의 잎 ➡︎ 감잎차, 연잎차, 페퍼민트 등 허브차            


많이 익숙한 차들이죠? 아마 일상에서 쉽게 접해보셨을 만한 차들일 거예요. 곰곰이 들여다보면 찻잎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 찻잎으로만 만든 '정통차'와 찻잎이 하나도 들어있지 않은 '대용차'. 비교가 되죠?




03.

한편 차나무의 잎이 어느 정도 있으면서 다른 재료들과 섞인 차도 있습니다. 이런 차들은 "가향차(加香茶)"라고 합니다. '찻잎에 향을 더한 차'라는 뜻으로, 찻잎에 꽃이나 허브를 사용하여 향을 입힙니다. 


중국의 가장 대표적인 가향차로, '재스민 차'를 많이 들어보셨을 거예요. 재스민 차는 녹차 또는 백차잎에 재스민 꽃 향을 착향 시켜 만듭니다. 


또 다른 대표 가향차로는 홍차로 유명한 '얼그레이'가 있습니다. 얼그레이는 홍차잎에 베르가못 향을 입혀 만들어집니다. 엄밀히 말해 '정통 홍차'가 아닌 '가향 홍차'이지요. 19세기 영국 수상이었던 찰스 그레이 백작이 이 차를 정말 좋아하여, 백작에게 부르는 호칭이었던 Earl을 붙인 'Earl Grey(그레이 백작)'이라는 이름으로 불렀다고 해요.




04.

그럼 우리 정리해 볼까요?

차는 크게 3갈래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정통차(original tea) : 차나무의 잎 100%로 만든 차

대용차(infusion) : 곡물, 과일, 꽃, 차나무가 아닌 다른 식물의 잎으로 만든 차

가향차(flavored tea) : 차나무의 잎에 꽃, 허브의 향을 더한 차


처음의 '차'는 '정통차'만을 의미했지만, 이제는 그 의미는 넓어져서 '대용차'와 '가향차'도 포함하게 되었다는 거죠. 차라고 해서 모두 같은 차가 아니랍니다! 여러분이 평소 즐기는 차는 어떤 차인가요? 집에 보관하고 있던 차들을 꺼내서 한번 확인해 볼까요? 




*평소 차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다면 무엇이든 댓글로 남겨주세요! 차와 더 연결될 수 있도록 글에 담아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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