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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지 Sep 17. 2023

호주는 왜 이렇게 방학이 많아

독박육아의 달인이 되기까지

호주는 왜 이렇게 방학이 많은 거야!


늘 맞이하는 방학이지만 방학마다 이 말을 달고 산다. 일 년에 네 번의 방학 중 세 번째 방학을 맞이하였다. 방학이 되기 전에 아이와 이번 방학은 무얼 하며 지낼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래도 도심에서 사는 친구들은 수족관이니 놀이동산이니 근처에 많은 문화공간들이 있어서 연간 회원권을 끊고 간다지만 호주 시골에 살고 있는 우리는 할 수 있는 게 정말 몇 개 없다. 집 앞 바닷가 혹은 강가에 가서 놀기나 등산하기, 공터에서 연 날리기 그즈음. 다행히 이번 방학에는 친구들이랑 테니스교실에 갔다가 친구 집에서 놀다가 오기로 했고, 가족끼리 2박 3일 캠핑을 다녀오기로 했다. 이 스케줄이 짜이기까지 우리 부부는 이미 한 2주 정도를 스케줄 맞추느라 온 신경을 썼다.


호주는 적어도 2주 전에 변동사항들을 직장에 미리 이야기를 해야 스케줄이 나오는 환경이라 나는 나대로 유치원에 내 일정을 알려야 했고, 남편도 남편대로 레스토랑에 방학스케줄을 알렸다. 2주 방학 중 첫 번째 주는 일단 남편이 아이를 3일 보고 이틀은 방학교실에 가기로 했다. (아이가 어려서는 방학교실 가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지만 요즘은 그래도 다행히 2~3일 정도는 받아들이고 가는 편이다. 얼마나 고마운지.) 그런 후 두 번째 주는 내가 일을 쉬고 육아를 도맡기로 했다. 그 사이에 친구도 만나고 캠핑도 가고 엄마아빠와 이런저런 놀이를 하다 보면 이번 방학도 무사히 지나갈 것 같다.


그래도 다시 생각해 보면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억지로라도(?) 주어지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호주에서 살고 있는 덕분에 오로지 나 아니면 남편이 늘 아이를 돌봐주고 있다 보니 아이의 정서는 지금까지 너무 안정적이다. 바쁜 엄마아빠로 인해 할아버지나 할머니 댁으로, 이모 댁으로 돌아다니거나 학원으로 뺑뺑이를 돌 일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다른 이유들도 많겠지만. 우리도 이 환경 덕분에 아이의 성장을 온전히 우리가 함께 겪었다. 우리 아이의 성장에 있어서는 나와 남편 모두 어느 한 부분도 놓친 게 없다. 덕분에 독박육아의 달인이 되었다. 그러고 보면 독박육아의 결실은 생각보다 달큼하다. 쌉싸름할 때도 있지만 결국은 단 맛.


오늘은 방학 후 첫 번째 일요일, 심지어 날씨도 너무 좋다. 이 글을 마치고 얼른 딸아이와 바다구경을 나가야겠다. 독박육아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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