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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지 Jun 09. 2024

PERFECT

퍼펙트

매일 아침마다 들르는 카페가 있다. 나는 이곳에서 소이라테와 아몬드 크라상을 하나 사고 출근하는 게 나의 규칙적인 아침 일과 중 하나이다. 아침이 되면 나는 여느 때처럼 카페에 들러 줄을 서고 내 주문 순서를 기다린다. 주문을 한 사람이 받는 게 아니기 때문에 "다음 분?"이라고 부르는 소리를 잘 듣고 있다가 내 차례에 맞추어 주문을 해야 한다. 드디어 내 차례이다. "다음 사람은 누구인가요?"라는 소리를 듣고 나는 어느 한 종업원 앞으로 다가가서 메뉴를 주문한다. 그러고 나면 그 종업원은 주문을 넣은 후 더 필요한 건 없냐고 묻는다. 나는 없다고 이야기한다. 그러고 나면 꼭 하는 말이 있다.


PERFECT!


나는 이 말이 참 좋다. 무언가 자신들이 할 일을 완벽히 처리했다는 의미를 주기도 했고, 아침의 시작이 완벽하게 시작되는 느낌도 들었다. 어떤 한 사람이 쓰는 말이 아니었다. 돌아보면 호주사람들은 참 저 단어를 좋아한다. 퍼펙트라는 말.


아이와 함께 마트를 갔다가 계산을 할 때, 쇼핑을 하다가 찾는 물건에 대해서 점원과 이야기를 나눈 후 더 이상의 궁금증이 없을 때 등 내가 더 이상의 질문사항이나 궁금한 것, 말해야 하는 게 없이 대화가 마무리되었을 때 퍼펙트라는 말로 마무리를 짓는다.


퍼펙트라는 말은 여러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무언가를 해 내었다는 것, 여기에서 제일 포인트는 우리가 함께 마무리해 내었다는 것을 포함했다. 우리가 함께 해서 완벽하게 마무리되었고 잘 해결되었다는 결말인 것이다. 더 이상의 군더더기는 없으며,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음을 의미했다. 이 단어를 자주 씀으로 인해서 조금 더 정신적으로 긍정적인 인간이 되어가는 느낌마저 들었다. 작은 일임에도 뭔가 모르게 성취감을 주고 희망을 안겨주었다.




가끔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할 때가 있었다. 다른 사람의 아픔에는 그렇게 잘 위로를 해주면서, 다른 사람의 기쁨에는 진실되게 공감하지 못했던 적이 많았다. 그럴 때면 나는 나 자신이 위선적으로 느껴지곤 했고, 스스로를 자책하기도 했다. 한국사회에서 살 때는 특히 더 많이 그랬던 것 같다. 그런데 그 답을 나는 호주에서 살며 어렴풋이 알아가게 되었다. 그때의 나는  '우리'로 살기보다는 오로지 '나'로만 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학창 시절, 사회시간에는 늘 이렇게 배웠던 것 같다. 서구 문화는 개인주의가 심하다고 말이다. 하지만 호주에서 10여 년을 살고 있는 지금에서 돌아보면 오히려 한국에 살던 내가 훨씬 개인주의적이었던 것 같다. 나만 아니면 되고, 내 중심으로 생각하고, 나의 행복에만 관심이 있었다. 다른 사람의 불행은 그 사람이 자처한 것이고, 나의 불행은 늘 억울하기만 했다. 일상이 내로남불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내가 겪어온 호주사람들은 진지하게 커뮤니티 중심적이고, 함께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에 집중을 하는 편이었다. 작은 말 한마디라도 칭찬을 더 많이 하고, 싫은 소리는 굳이 하지 않는 편이다.


내가 운영하고 있는 레스토랑에 오는 손님들만 봐도 그렇다. 메뉴가 바뀌어서 마음에 드는 날이면 꼭 맛이 있다, 너희 샵이 가장 맛있는 곳이다, 이곳에 너희가 비즈니스를 시작해서 우리는 너무 행복하다 등등의 말을 너무 자주 한다. 한국에서 카페를 할 때와는 너무 다른 분위기에 아직도 놀라울 때가 많다.




요즘의 나는 제법 변했다. 복잡한 상황에 처할 때면 부담스러운 마음을 거두고 어떻게 이 일을 최선의 선택으로 마무리해 낼지에 대해서 좀 더 생각하게 되었다. 그 전의 나였다면 다른 사람들의 조언이나 평가 때문에 괴로웠을 부분들도 금방 떨쳐버릴 수 있게 되었다. 왜냐하면 이곳의 사람들은 나의 괴로움에 대한 위로 보다 나의 해냄에 대한 격려를 해 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PERFECT,
 WELL DONE!


작은 말 한마디 덕분에 나는 큰 발걸음을 떼어 다음단계로 가볍게 나아가고 있다.





Photo by Eduardo Barrios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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