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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호텔 다녀와서 얻은 건 소화불량과 뱃살 뿐

feat. 부자체험

by 창가의 토토

여름 휴가를 다녀왔다.

우리 부부는 앞으로 10년 정도만 이곳에서 살고 노후는 한국으로 가서 살 생각이기 때문에 이곳에 머무는

동안은 최대한 이 나라 근처 여행을 많이 다닐 생각이다.

한국 지구 반대편인 이 곳은 내가 한국으로 가 버린 후에는 절대 오지 않을 것 같다.

물론 애들이 이 곳에서 살게 된다면 애들을 보러 올 수는 있지만, 나의 한치 앞도 모르는데 애들이 이 곳에서 살지는 알 수 없다.

아무튼 말로만 듣던 도미니카는… 좋!았!다!!!


내가 살고 있는 이 곳과 비교적 가깝지만 다이렉트 항공노선이 없는 관계로 생각보다 너무 오래 걸렸다.

최근 들어 빈번하게 나오는 비행기 사고 뉴스때문에 긴장을 해서 비행중에 잠을 통 잘 수가 없었다. 아마 그래서 비행 시간이 더욱 길게 느껴졌지 싶다.


우리는 도미니카에서 5박 6일 일정이었는데, 그 중 4박은 에어비앤비를 통해 예약하고 마지막 날 하루는 엄청 고가의 호텔에 머물렀다.

나는 그것이 미친 짓이라고 생각했지만, 결국에는 남편의 엉뚱한 발상에 동의할 수 밖에 없었다.


우리부부는 그야말로 자수성가 부부이다.

물론 부모님의 도움을 땡전 한푼 안 받은건 아니지만, 정말 최소한의 도움을 받은 편이다.

지금은 누구에게 나 부자라고 말할 정도는 아니지만, 슈퍼에 가서 먹고 싶은 음식을 가격표를 보고 갈등하다 내려놓는 수준은 지났다.

(이 부분이 남편이 생각하는 .. 그래도 우리 이제 제법 살만하지 않은가? 하는 기준이었다 ㅋㅋ)


나름 먹고 살만큼 살고 있지만, 둘 다 뼛속까지 가난이 새겨진지라 돈 쓰는게 아직도 쉽지 않다.

우리 둘이 돈 쓰는 패턴이 좀 다른데, 나같은 경우는 옷에 좀 신경을 쓰는 편이다.

그렇다고 비싼 옷을 사는 건 아니다.

주로 카드 할인을 받는 품목을 구입하거나 그렇지 않아도 비싼 옷은 선호하지 않는다.

아무리 비싼 옷을 사도 5만원을 넘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물론 겨울 겉옷은 그 가격을 넘지만.. )

내 기준에서 옷에 신경을 쓴다는 것은 목이나 손목이늘어진 옷, 색이 바랜 옷은 남들 앞에서 입지 않는다는 것이다.

남편은 그런데 돈 쓰는 것을 아까워한다. 그래서 애들이 옷 사달라고 할 때마다 잔소리한다.

그리고 고속도로 통행료가 아까워서 이동할때 대부분 국도를 이용한다.

난 기름값이 더 나가는거 아니냐고 따져 묻지만, 절대 아니라며 고속도로 통행료에 엄청 민감하게 군다.

그렇게 잔돈푼에는 벌벌 떠는데, 이 사람이 큰 돈 앞에서는 개념이 없어지나보다.

숫자가 너무 많아지면 돈이 돈 같이 안 느껴지는지, 자동차나 스피커나 커피메이커 관련 소품이라든가, 아무튼 내 기준에선 사치품인 것을 살라치면, 무조건 더 더더 더 더더더더 비싼 것을 사고 싶어한다.

예전 어떤 예능에서 와이프가 해산물을 먹고싶다는데 비싸다고 딱 잘라떼던 남자가 딜리버리 일을 하기 위한 용도로 명품차를 산 걸 보고 어이가 없었는데, 내 남편은 그 정도는 아니지만 하튼 자기가 사야겠다 마음 먹는 것들에 한해선 꼭 비싼 것을 사고 싶어한다.

언젠가 아버님이 그러셨단다.

뭘 구입해야하는데 잘 모르겠거든, 제일 비싼 것을 사라고. ( 그럼 그 돈은 땅에서 나오나욧!!!!)

이런 개념의 남편이니 이번 여행에서 최고급 호텔에 하루 묵는 스케쥴을 끼워넣은거다.


그리고 또 다른 이유는 애들에게 ‘동기부여’를 시켜주기 위함이란다.

남편은 언젠가 비행기를 업그레이드 받아서 비지니스석에 탄 적이 있는데, 그때 돈 맛을 보았다고 한다.

맨날 이코노미만 타고 다니다가 비즈니스를 타보니 넓고 안락하고 뭐 어쩌고 저쩌고 만족감이 엄청 컸고, 그 때 이후로 더더욱 돈을 많이 벌고 싶다고 느꼈다고한다.

그래서 그 비싼 호텔을 예약한 이유도 우리 애들한테 돈 맛을 보여주고 (?) ‘ 열심히 일해서 돈 많이 벌어서 이런 것들을 누리고 살고 싶다!’ 하는 동기부여를 시켜주고 싶다는 거였다.


이 호텔이 비쌌던 이유는 우선 시설은 기본이고, 호텔 바로 앞에 깨끗한 바다, 그리고 다양한 프로그램 거기에 더해서 all inclusive이기 때문인데, 식사는 기본이고, 후식, 커피, 주류까지 다 포함이라 우리는 말 그대로 뽕을 뽑기 위해 식사는 기본으로 먹고 비싼 칵테일을 수시로 받아 먹었더니, 후폭풍이 장난 아니다.

남편은 소화불량에 걸려서 수시로 소화제를 먹어야했고, 나도 뱃살이 엄청 늘었다.

가기 전부터 급다이어트를 했다.

수영복 입을 걱정에 하루 두끼먹고 운동해서 가까스로 눈꼽만큼 살을 뺐는데, 지금은 다이어트 하기 전보다 훨씬 살이 많이 붙었다.

체중기 배터리가 다 됐지만, 체중계에 올라가고 싶지 않아 계속 안 사고 버티는 중이다.


애들은 동기부여가 됐는지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난 all iclusive 안 맞는거 같다!

오늘까지만 먹고 싶은거 다 먹고 내일부터 다욧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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