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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있을 곳은 대한민국

by 창가의 토토 Feb 17. 2025

이민 생활 연차과 상관없이 항상 드는 생각은 이곳에서 나는 이방인이다.


남편과 나는 앞으로 10여 년 정도 이곳에서 더 살다가 다시  한국으로 들어갈 계획을 갖고 있다.


이민을 나오고 얼마 안 지났을 때, 이민 생활을 하다가 다시 한국으로 들어가는 사람을 보면서 난 “굳이, 왜? ”라는 의문을 갖었었다.

그런데 이제 나이가 들다 보니, 나도 내 나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든다.

이민 생활을 20년 가까이하고 있지만, 이곳은 내 나라라는 생각이 든 적이 한 번도 없다.

항상 이방인일 뿐이다.


그 이유는 일차원적으로 생각해 보자면, 당연히 언어와 그들과 다른 외모 때문일 것이다.

나의 모국어를 쓸 수 없는 나라이니 당연히 내 나라가 될 수 없는 것이다.

사실 이민 생활을 접고 한국에 가서 노후를 맞이하고 싶다고 결심하게 된 것은 작년부터인데, 작년에 한국에 갔을 때 제일 좋았던 것이,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지금 나는 이곳에서 나름의 소통을 하면서 먹고살고 있지만, 은행이나 병원을 가면 버퍼링이 시작된다.

은행이나 관공서에 가면 서류에 관한 것들에 대한 거부감이 든다.

혹시 나의 서명 한 번에 어떠한 중요한 결정이 바뀔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곳에 가서 서명하는 것은 항상 어렵고 서명을 하기 전에 주는 여러 장의 서류는 대부분 스킵하고, 나름 느낌상(?) 제일 중요하다 생각되는 부분만 체크하고 서명을 한다. (나름 이민 생활의 노하루라고나 할까? 풋..! )


병원에 가면 더욱 대략 난감이다.

한국어로도 의학용어는 쉽게 다가오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심지어 외국어로 의학용어를 대할 일은 정말 드물다.

이러한 이유로 웬만하면 병원을 잘 가지 않았고, 또 남편이 약 의존도가 높은 것에 굉장히 부정적이기 때문에 약국도 잘 가지 않고 거의 자연치유로 낫는 편이다.

물론 집에 비상약은 있지만, 남편이 약 먹는 것을 워낙 싫어하다 보니, 그런 기운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어서 우리 가족은 거의 약을 안 먹는다.

긍정적인 면은 약에 대한 내성이 없기 때문에 가끔 약을 먹으면 효과가 바로 온다는 점이다.

그런 불편함을 겪고 먹고살기 위해 잘 버티는 중이지만, 작년에 한국에 갔을 때 나의 주된 목적 중에 하나가 건강검진과 은행 업무 처리였는데, 그곳에서 소통하는데 어려움이나 불편함이 거의 없었다.(나의 살짝 부족한 한국어 실력 때문에 100프로라고는 말 못 하겠음)

내가 굳이 어떤 단어를 선택해야 하는지 머릿속에 떠도는 단어를 끄집어내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 없이, 그저 생각나는 대로 말하면 되는 것이다.


이렇게 언어가 능통하지 않을 때 답답한 것은, 질문과 클레임을 굉장히 자제하고 살게 된다는 것이다.

궁금한 것이 있지만, 웬만하면 묻지 않는다.

왜냐면 질문해도 100프로 이해가 되지 않기 때문에 그들의 답변을 듣고 거기에 어느 정도 나의 추측과 상상을 더해서 결론을 내린다.

그래서 어떨 때는 의도치 않게 오해가 생기기도 한다.

또 웬만하면 클레임을 걸지 않는다.

보통 클레임을 걸면 쉽게 처리되는 경우도 있지만, 가끔씩은 빡빡하게 나올 때가 있다.

그럼 나도 내 입장에 대해 어필해야 하는데, 말문이 막히면 쉽사리 흥분하게 되고, 그러한 방법으로 나의 불편함이나 불이익을 해소했을지라도 왠지 찜찜함이 남는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궁금한 게 있으면 질문을 할 수도 있다.


웃픈 일은 작년에 한국에 가서 국민건강보험공단에 가서 이것저것 질문을 했는데, 거기서도 100프로 이해가 안 가서 자꾸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하니까 응대하시는 분이 갑자기 쓰시고 있던 마스크를 내리고 창구에 더 붙어서 답을 해주셨는데 아마 내가 귀가 어두운 걸로 생각하셨을까???

물론 내가 한국말도 100프로 잘하는 것 같지 않아서이긴 하지만 , 또 다른 이유는 한국 사람들도 말을 너무 뱅뱅 돌려하는 것 같다.


… 하시지 않으시면  불이익이 생기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이 있을 수도 있지만… 

(하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한국에 가서 살기로 마음먹은 두 번째 이유는 바로 병원시스템이다.

한국은 집 앞에 병원이 너무너무너무 많다.

그게 외국에 살아보지 않은 한국인들에게는 당연한 일이겠지만, 외국에서 살아 본 또는 사는 사람들에게는 얼마나 감사할 일인지 모를 것이다.

아플 때 바로 집 앞에 병원이 있는 것은 참으로 감사할 일이다.

노년에는 모아 놓은 돈이 다 병원비로 쓰인 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크고 작게 병원에 갈 일이 많이 생긴다.

그런데 외국에서는 병원비가 너무 비싸고, 한국처럼 병원이 과별로 많지 않다.

또 거의 대부분 예약 시스템이고 대기 시간이 길기 때문에 차라리 웬만하면 그냥 집에서 약 먹고 쉬는 게 낫다.


마지막으로 한국으로 가서 살고 싶은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가족 때문이다.

물론 이곳에 딸이 둘 있지만, 키울수록 품 안의 자식이란 생각이 든다.

아이들은 한 살 한 살 더 먹을수록 부모의 관심을 귀찮아한다.

애정 어린 충고는 그들에게는 꼰대 잔소리로 들릴 뿐이다.

나이가 더 들면 당연히 독립을 시키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완벽하게

그들이 나에게 인생의 선배로써 도움을 구할 때 말고 내가 그들에게 먼저 하는 충고는 그저 귓가에 맴매 돌다가 허공으로 날아가버린다.

그러니 이제 조금 더 입을 다물고, 아이들에게 주던 시선을 나와 남편에게 집중하려고 노력 중이다.

그런데 눈에 보이면 자꾸만 간섭하고 싶으니 이제는 아이들은 독립시키고, 나는 나의 원가족의 품으로 가고 싶다.

항상 나를 기다리시는 엄마와 나의 언니 오빠와 함께 , 나의 원가족과 부대끼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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