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의도된 병원 방문은 거의 없겠지
경찰서나 병원 출입은 안할수록 좋으니까
예전 글에서도 언급됐듯이 남편은 병원이나 약국을 기피하는 성향이 강하다.
남편이 이러다보니 나도 자연스레 아파도 병원이나 약국을 찾는대신 자연치유을 기다린다.
사실 약이나 치료없이 다 견뎌냈다는 것은 그만큼 심각한 상황까지 않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니까 이 얼마나 감사할 일인지
남편은 코로나 이후에 한번씩 심장이 찌릿찌릿 쥐어짜는 느낌이 있다고 했다.
내가 기억하기로는 세 번 정도인데, 운전하다가 통증을 느꼈고, 갑갑하다면서 중간에 차를 세우고 심호흡을 한 뒤 몇분 후에 안정을 찾은 적도 있다.
그 원인은 정확히 모르기때문에 그런 일을 겪으면 걱정이 걱정을 불러 일으켜서 불안감이 상승하지만,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 그런가 또 좀 살만하면 그 고통을 잊고 검사를 받지 않은 채 지금까지 몇년 간 버텨왔다.
그게 코로나 백신의 부작용인지, 아니면 코로나를 겪은 후유증인지는 정확히는 잘 모르겠지만 본인 말로는 코로나 백신 부작용 같다고 했다.
최근에 부동산을 알아보고 있는데, 우리는 회사 (empresa) 명의로 구입할 예정이고 회사 명의는 남편과 내가 socio(동업자 혹은 파트너)로 되어 있다.
이 부동산을 사기 위해산 별도의 보증인 필요하고, 남편이 보증인이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회사에 관한 서류 말고 남편 건강에 관한 서류를 첨부해야한다.
기본 검사인데
소변검사, 혈액 검사 그리고 심전도 검사이다.
남편이 그 간 심장에 문제가 있다고 느낄때마다 병원에 가서 심전도 검사를 받아보자고 했지만 내 말은 듣지 않더니 내가 몇년간 이루지 못한 것을 은행에서는 종이 한 장으로 남편을 움직이게하였다.
세가지 검사 중에서 심전도 검사는 예약을 해 놓은 상태였고, 소변 검사와 혈액 검사는 오늘 방문하면 예약 없이 바로 진행 할 수 있는 안내를 받았다.
검사를 진행하기 전에 먼저 수납을 해야 하는데 나는 의자에 앉아 남편을 기다렸는데 생각보다 오래 걸린다.
남편의 뒷모습에서 .. 뭔가 일이 순조롭게 풀리지 않고 있다는 것을 감지하고 남편에게 가보니 검사를 해 줄 수 없다는거다.
아니, 내가 내 돈 내고 내 건강을 체크하겠다는데 이게 뭔말일까?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지만, 반복되는 질문에도 대답은 no였다.
아침 공복이었고 시간과 돈을 허투로 쓰는 것을 아주 싫어하는 남편은 짜증이 많이 났다.
그래서 담당자에게 굳은 얼굴로 항의 중이지만 그쪽에서는 계속 시스템 문제를 언급하며 거절했다.
이런 경우 보통 웃는 얼굴로 아니면 최대한 불쌍한 얼굴로 납작 엎드려서 도와줘~~!!를 외쳐도 될까말까인데 남편의 저 표정과 말투로는 절대로 yes를 받을 수 없다.
이럴 땐 차라리 빨리 포기하고, 그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구하는 게 낫다.
솔직히 이렇게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가는 경우에 나도 같이 짜증을 내고 할 때도 있지만, 오늘은 머리를 최대한 차갑게 하고 감정에 흔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어제 다짐했던, 착한 마음과 나쁜 마음사이에서 착한 마음의 손을 잡고 화를내지 않고 잘 참았다.
(이런 나를 칭찬한다..!!)
담당자 말로는 이런 검사를 받기 위해서는 의사의 소견서가 필요하단다.
나는 우리가 몇년 전에 의사 소견서 없이 이러한 검사를 한 적이 있다고 말했더니, 코로나 이후부터 반드시 의사 소견서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럼 무조건 의사에게 형식적인 진료를 받아야하는거고 의사를 만나면 무조건 진료비는 최소 5만원이다.
그냥 그러한 검사를 받아야한다는 종이를 단 몇분만에 받는 건데 억울하고 이해 안되기는 나도 마찬가지였다.
우선 알겠다고 말하고 병원 외부 벤치에 앉아서 보험사에서 준 서류를 꼼꼼히 읽어보았다.
처음에는 보험사에 연락을 해서 이러한 상황을 설명해서 보험사 측에서 의사 소견서를 보내 줄 수 있는지 문의하려고 했는데 하필 오늘이 토요일이라 상담이 불가했다.
다시 확인해보니 눈에 걸리는 한 문장이 있었다.
보험사와 연계된 병원에서 검사를 받으라는 것.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그 보험사가 어느 병원과 연계되어 있는지 알아내서 그 병원으로 갔다.
이러 이러한 이유로 세 가지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더니 의사 소견서니 뭐니 이런 얘기는 일절 없었다.
검사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첫번째 병원에서 검사를 거절 당했을 때 남편이 화가 난 결정적인 이유는 처음에 검사 예약을 하고자 방문했을 때는 이러한 설명이 없이 심전도 검사는 예약을 잡아줬고 나머지 두 가지 검사는 예약 없이 바로 가능하다고 했는데 오늘 다른 담당자는 안된다고 한 것 때문이다.
한국도 이런 일들이 빈번한지 모르겠지만 솔직히 이 나라는 병원이나 관공서나 은행이나 이런 곳에서 일하는 담당자에 따라 답이 많이 달라진다.
똑같은 케이스를 가지고 그 날 누구와 상담했는지에 따라 다른 답을 듣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만약 A라는 사람에게 무슨 무슨 일을 처리하기 위해 필요한 서류를 알려 달라고 한 뒤 그 서류를 완벽하게 준비해서 B 담당자에게 가면 또 엉뚱한 서류를 요구하기도 한다.
남편은 이러한 경우를 많이 당했기 때문에 오늘도 담당자를 잘못 만난 탓에 꼬였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두 번째 병원에서 검사를 했지만, 지금도 의문으로 남는 것은 왜 두번째 병원에서 의사 소견서를 요구하지 않았는지이다.
그게 좋은(?) 담당자를 만난 덕인지, 아니면 그 병원이 보험 회사와 연계된 때문이지 확실치 않다.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결국 원하는 검사를 다 받았으면 됐지 !
이제 좋은 결과만 받으면 되는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