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와 재치
옛날, 한 고을의 원님에게 두 남자가 찾아와서 금덩이를 하나 놓고 서로 자기 것이라며 시비를 가려달라고 하였다.
그러자 원님은 이 금이 딱히 누구의 것이라고 판단할 만한 충분한 증거가 없으니 절반씩 나누어 갖도록 판결하였다.
한 달 후 원님은 두 사람에게 각각 기별을 넣어 내가 언제 그 집 앞을 지나갈 일이 있으니 식사나 한 끼 대접받고 싶다 하였다.
원님이 가보니 두 사람 다 사는 형편이 비슷해 보였다.
그런데 자신을 대접하는 상차림은 많이 달랐다.
그중 '갑'은 진수성찬으로 극진히 대접하였고, '을'은 달랑 밥과 된장만 내놓았다.
이튿날 원님은 두 사람을 다시 불러놓고 그중 성찬으로 자신을 대접한 '갑'에게 다음과 같이 호통쳤다.
"네놈이 부당하게 차지한 그 절반의 금을 주인인 을에게 돌려주라!"
왜 그랬을까?
필자의 생각은 이렇다.
갑은 원래 자기 것이 아닌데 원님의 판결로 뜻하지 않은 금덩어리가 굴러 들어왔으니 고마워서 극진히 대접하지 않을 수 없고, 을은 원래 자기 것인데 띨띨한 원님의 어리석은 판단으로 금 반쪽을 잃았으니 그 원님에 대한 원망이 얼마나 컸겠나!
그러니 당연히 홀대할 수밖에.
나라도 그렇겠다.
아무튼, 이런 발상을 한 원님이야 말로 참으로 존경할 만하다.
표제사진 출처: 대학지성 In&Out: https://www.unipres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4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