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글쓰기 직무로 취직한 지 한 달 하고도 2주가 지났다. 크게 좋았던 점과 아쉬운 점이 생각난다.
좋았던 점은 하루가 정말 잘 지나간다는 점이다. 면접본 이후 15분 만에 합격전화가 왔고, 그다음 날부터 바로 출근해 정신없이 매일을 보냈다. 주 과제는 1일 1 글쓰기다.
보통 하루에 2500자~3000자 분량의 글을 쓴다. 글의 목적은 고객의 마음을 움직여 고객사의 매출을 올려주는 것이다. 당장 발행을 위한 글은 아니고, 연습을 위한 글이다.
글을 쓰면서 매주 실력을 빠르게 개선할 수 있었다. 일단 글쓰기 코칭을 해주시는 팀장님 덕이 크다. 그분에게 글쓰기 컨설팅을 받으려면 직장인 한 달 월급은 우습게 넘는 비용이 든다. 나는 오히려 월급 받으면서 코칭을 받는다. 분명 감사할 일이다.
그런데 오히려 감사하기 쉽지가 않았다.
계속해서 글쓰기 코칭을 받아 발전하는 만큼 내 부족한 점을 인식했고, 인식한 만큼 정규직으로 제대로 일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글쓰기의 '과정'보다는 '결과'가 계속 신경 쓰이는 것이다. 아쉬웠다.
이는 무엇을 하든 간에 결코 바람직한 태도는 아니다. 심리학이나 정신과학에 있어 과정보단 결과를 신경 쓰면 쓰면 쓸수록 성과가 좋지 못한 다는 사실은 입증되었다.
예를 들어서 "열심히 해서 결과가 좋아야 좋은 학교에 간다, 좋은 회사에 간다, 좋은 거래를 한다" 등의 생각은 존재하지도 않는 미래를 계속 걱정하며 당장 해야 할 일에 지장을 준다.
그럼 어떻게 하면 결과보다 과정에 더 집중할 수 있을까?
32년간 살아온 내 경험상 감사함이라 생각한다. 여기서 '감사함'은 구체적으로 무엇일까? 네이버 국어사전에 나온다.
감사함 :고맙게 여기다.
도움이 1도 안 되는 지식이다. 원래 비싼 지식일수록 사전 같은데 없기 마련이다. 그래서 내가 정의했다.
감사함: 내가 통제하지 않았지만, 원하는 것을 이루어 기뻤을 때의 감정
이렇게 써놓고 보니 이 글을 보는 분들의 '감사함'에 대한 각기 다른 정의도 궁금하다. 어쨌든 여기서 2가지 단어가 중요하다. '통제' 그리고 '원하는 것'이다.
사람은 무언가를 원하는 마음이 클수록 자신과 환경을 통제하려 든다. 그리고 통제하려면 할수록 크든 작든 일은 원하는 대로 진행될 확률이 높아지고, 감사함과는 멀어질 수있다.
내가통제하고, 내가 고생해서 원하는 결과가 이루어졌다 생각하기 때문이다.
근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한 개인이 의식적으로 무엇을 통제한다는 것은 의지로는 한계가 있다.
내가 숨 쉬는 것과 심장이 뛰는 것은, 자율신경계가 자율적으로 수행하기 때문이다. 나의 의지가 수행하는 게 아니다.
내가 회사에 글 쓰러 나가고 돈 버는 것은, 내 정신이 건강한 편이기 때문이다. 정신건강진단 매뉴얼인 DSM5에는 약 300개의 정신질환이 있고 정신건강 외적으로는 훨씬 많은 장애종류가 있다. 그런데 경계성 지능장애라는 신체적 문제 1개를 가진 분들만 해도 대한민국에 무려 14%가 있다.
내가 대한민국에 태어나 최하위 소득을 받기만 해도, 전 세계 인구 중에서 소득 상위 20%라고 한다.
이처럼 내가 무언가를 통제하여 원하는 바를 이루려면 어느 정도의 운이 전제가 된다. 운이 좋기에 노력도 가능하고, 의미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아무리 작은 성공일지라도 감사해야 된다. 애초부터 그 작은 성공조차 확률상 100% 될 거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작은 것에도 감사할 줄 알게 되면, 확실하지 않은 낙관 혹은 비관이 줄어든다. 감정이 안정되고 과정의 작은 과업에 더 몰입할 수 있게 된다.몰입하면 몰입할수록 좋은 결과가나올 확률은 점차 증가한다.
그러므로 입사하여 핑크 빛 미래를 확신하는 생각은 가급적 지양하는 것이 좋다.
'지금 이 순간 글쓰기를 하고는 있다' 라는 [작은 성공]을 자주 감사하는 습관을 들여야겠다.
한동안 브런치에 글을 쓰지 못했습니다. 회사에서의 글쓰기로 너무 바빴습니다. ㅠㅠ 앞으로도 바쁠 가능성이 높아 글을 자주 쓰지 못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가급적 시간 내서 글쓰기 지식 나눌 수 있는 만큼 나눠보겠습니다. 기존에 비해 나누는 양은 적어도 더 퀄리티 높은 노하우를 전달할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어떤 주제든 간에 신선하고, 실용적인 전략과 인사이트를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글쓰기 마케팅 직무를 얻은 것도 다 제 글을 봐주시고, 구독과 좋아요를 눌러주신 분들 덕분입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