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 여름에는 산행은 물론 힘들고, 꽃찾아 여행은 더구나 힘이 듭니다. 산은 그래도 숲으로 들어가면 햇빛도 가려지고, 때로는 시원한 바람과 서늘한 계곡도 만날 수 있는데, 꽃은 햇빛을 좋아하다 보니까 꽃을 보러 다니는 것은 땡볕에 노출되는 것을 각오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궁금해서 나설 수 있는 것은 예쁜 연꽃이 있기 때문입니다. 진흙 속에 핀 꽃이라 하여 불교에서는 연꽃이 피는 것을 깨달음이라 여겨 귀하게 대접하는 꽃이지요.
장마 기간이라 멀리 가기가 쉽지 않아서 잠깐 비 그친 사이에 다녀온다고 시흥시에 있는 관곡지를 방문했습니다.
신림동 살 때는 거의 매년 빠지지 않고 들르던 곳이었지요. 이제는 거의 두 시간을 가야 만날 수 있는 관곡지 연꽃을 고향 가듯 그리운 마음으로 담아보았습니다.
하늘이 파랬으면 더 좋았겠지만, 대신 땡볕이 아니라 그렇게 덥지 않아서 걸어 다니기는 괜찮았습니다. 덕분에 관곡지의 연꽃씨를 가지고 왔다는 강희맹 선생의 사위인 권만형의 후손들이 대대로 살아온 권 씨 생가도 들어가 보았습니다. 너무 더운 날씨에는 연못의 연꽃만 찍고 바로 후퇴하곤 하였거든요.
관곡지의 연꽃은 흰 꽃에 뾰족한 부분이이 살짝 담홍색을 띤 연꽃잎을 가진 꽃입니다. 강희맹 선생이 처음 명나라에서 가지고 온 연꽃 씨앗이 전당홍이라는 연꽃인데, 그것을 재배하여 널리 퍼지자 이곳을 연성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가까이에 연성동, 연성초, 연성중학교 등의 관련 이름을 쓰고 있으며, 시흥시 향토문화제의 명칭도 연성문화제라고 하네요.
아이들에게 이보다 좋은 공부가 있을까 싶네요. 자연에 나와 예쁜 꽃을 보고 맘껏 뛰놀고, 맑은 공기를 마시고 햇빛을 실컷 쬐는 것. 커다란 수반에 심어놓은 연꽃을 아주 진지하게 들여다보면서 설명하는 선생님의 이야기는 뒷전, 잠자리채를 들고 신이 난 아이들이 귀엽습니다.
백련도 보입니다. 정말 깨끗한 느낌이 드네요.
색이 매우 화려하네요.
수련은 색이 다양합니다.
홍련을 만났습니다.
변함없이 예쁘게 피어있는 관곡지의 마스코트 능소화.
꽃잎이 다 떨어져도 멋있습니다.
한 쪽 편에 사진작가들이 모여있어서 물어봤더니 꽃이 아니라 새를 찍는 중이라는군요.
관곡지 권 씨 생가가 개방되어 있기에 들어가 보았습니다.
자그마한 연못에 역시나 연꽃을 심어놓았어요.
연꽃 보러 왔으니 전에 찾았던 연잎밥 정식을 먹고 가기로 했습니다.
메뉴가 전에 갔을 때보다 좀 바뀌었더군요. 예전 맛을 기대하고 간 우리는 다소 실망이었지만, 바뀐 메뉴를 좋아하는 사림들도 있겠지요. 여전히 손님이 많은 걸 보면.
내년에 또 갈지는 모르겠습니다. 거리가 다소 멀어졌거든요. 그래도 생각나면 다시 찾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