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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새 Jul 16. 2024

바쁜 하루

오늘도 바쁘게 살았다

어제 갑자기 시동생이 제천 리조트에 2박 하기로 했다고 1박 준비해서 놀러 오란다.
 동생이라면 마음 약한 남편, 궁남지 접고 제천 의림지 길 걷자고 한다.
1박은 어렵고(쓰레기 버리는 날이다. 아파트와 달라서 한 번 미루면 2주일 치가 쌓인다.) 모처럼 초대니 가서 점심이나 함께 먹기로 했다.
 궁남지 연꽃 보러 가기 힘들다. 얼마 전에도 가려고 계획 세웠다가 폭우 소식에 취소했는데.
 어쨌든 갑자기 스케줄 바꾸어 비룡담 걷고, 차로 이동하여 의림지까지 걷고. 약속 시간 맞추어 리조트로 출발했는데 전화가 다시 왔다.
노천 스파가 있는 곳인데 스파에 늦게 들어갔다고 저녁 시간에 만나자고 한다.
 할 수 없이~우리의 걷기 스케줄은 끝난 데다가, 간식으로 빵만 먹은 터라 배가 고팠다. 리조트로 가서 식당을 찾아 우리끼리 점심을 먹었다.
 리조트 산책로와 구석구석 시설들을 구경하고 시간이 남아서 카페에서 커피와 에이드 시켜서 마시면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블로그에 글 한 편 후딱 쓰고. 세 시간 정도 잘 쉬었다.
 조금 일찍 연락이 와서 시동생 부부를 만났다.
 어머니 간병하느라 애 많이 써서 업어주고 싶은 동서. 형과 늘 의논하고 서로 돕는 남편의 제일 가까운 혈육인 동생. 누군가 해야 하는 일을 '식구니까'라는 말로 기꺼이 해낸 부부에게 늘 미안한 마음이다.
 같이 온 조카 부부는 제천 시내로 놀러 갔단다.
 저녁은 다음에 먹기로 하고 양평으로 돌아오니 7시다.
 간단히 저녁을 먹고 설거지도 미룬 채 내일 우체국에 갖고 갈 택배를 쌌다.
 작년과 달리(생땅이었던 작년보다 토질이 많이 개선되었다.) 화단에 무성하게 자란 모종들을 솎아내면서 카페에 나눔을 했는데, 내일 보낼 생각에 저녁에 준비하려고 일찍 올라온 것이다.
 일 끝나고 나니 11시. 설거지를 하고 분리한 재활용 쓰레기와 종량제 쓰레기봉투를 내놓고 자리에 앉으니 12시. 나의 오늘 하루도 꽤 바빴다.
 현직에 있을 때 종종 일을 하다 보면 종례 시간에 맞추기가 어려울 때가 많았다. 일을 느리게 하는 것도 아닌데 하루에 할 일을 다 못해 집으로 일거리를 가져가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어느 날은 일직(다른 직원보다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 한 때가 있었다. 일직 담당자는 학교 일지를 썼다.)과 교통 당번이 겹치기도 했다.
 결재 맏을 서류 작성이 겹치는 날은 더 정신이 없었다.
 이렇게 바쁘게 생활하면서 어떤 스릴 같은 느낌, 잘 해냈다는 성취감을 느꼈던 것 같다. 바쁘면 생생하게 살아있음을 실감하는 기분이었다. 잠깐의 스트레스조차 내겐 활력소였다.
 겨울 방학식 하는 날조차, 한 달 동안 동료 직원들을 못 보게 되는 중요한 종례시간에 나만! 그날까지. 당시 맡은 학교 문집의 교정을 보느라 한 일하느라 참석하지 않았던~
 그날 무사히 교정 원고는 넘기고 즐거운 마음으로 퇴근했다.
 퇴직하고 바쁘지 않은 일상에 우울증 생길까 봐 걱정한 이유도 그 때문일 거다. 바쁘지 않아도 되는 삶을 살 수 있을까 했는데, 살아졌다.
 가끔 이렇게 바쁘게 산 날은 그 시절의 활동적이던 일상이 생각난다.
 '내 팔자가 바쁜 팔자인가 봐' 하고 생각하며 치열하게 살았던 그때가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여유를 즐기며 살 수 있었던 걸 거다.
 이제 나이 들어 체력도 딸리고. 그때의 생활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지만, 참 그리운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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