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1일 썼던 미술 수업 글입니다. 블로그에만 발행했는데, 7월 5일 발행한 '화실 첫 수업'과 연관이 있어서 원글을 수정해 올렸습니다.)
3월 7일 첫 수업. 매주 수요일 10시~오후 1시까지. 6월 20일 목요일 보강을 끝으로 16강의 수업이 모두 끝났다. 전 과목 중에서 가장 자신이 없었던 과목. 평생 나는 미술에는 소질이 없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3월~6월, 4개월 동안에 내게 큰 변화가 생겼다. 미술에 관심을 가진 것은 물론,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가진 것이다. 애초에 하고 싶던 캘리그라피 공부를 위해서 걸림돌이던 그리기 실력을 키우기 위해서 시작한 것이었는데, 지금은 조심스레 미술이라는 분야에 한 발짝 걸음을 내딛을 마음을 먹어본다. 좋은 선생님을 만나 좋은 가르침을 받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가르쳐주신 강사님께 감사드린다. 함께 한 학우들도 다 나 같은 마음이리라. 20일에는 간단한 종강 파티도 가졌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각기 양평에 살게 된 역사를 풀고, 가르쳐 주신 선생님에 대한 감사의 이야기도 나누었다. 장소를 옮겨 마티스 등의 유명 화가 작품에 대한 공부롤 하고 강사님의 작품도 소개받았다. 진형주 강사님은 구상과 추상을 오가는 특별한 그림을 그린다. 사진을 오래 보고 많이 생각한 다음, 그릴 때는 매우 빨리, 퍼부으면서 그린다고 했다. 그 순간을 <감각이 다른 상태로 열리는 순간> 이라고 표현하였다. 잘 모르지만 색채와 구도가 눈에 보이는 것을 보니 나도 보는 눈이 조금 생겼나 보다. 그림 내용의 기반이 된 구상 요소를 찾아내는 것도 재미있었다. 한 장면의 사진을 셋으로 나누어 시리즈로 그린 작품도 인상적이었다. 6사실 16주, 4개월 만에 소묘와 수채화 기초를 배운다는 것은 무리다. 하지만 시작을 하고, 미술에 관한 관심과 자신감이 생겼다는 사실에 가치를 두려 한다. 현직에 있을 때 미술을 잘 하는 동료가 제일 부러웠다. 제일 수준 낮은 지도가 주제와 방법을 안내하고, 참고 작품을 보여준 다음, "그려!" 하고는 책상에 앉아 밀린 업무를 보는~그런 류의 교사가 안 되려고 애는 썼지만, 늘 능력의 부족함을 느끼곤 했다. 이제 미술을 시작하려고 한다. 수채화를 어느 정도 배운 다음, 아크릴화를 공부해 볼 생각이다. 유화를 오랫동안 한 언니(대구에서 화가로 활동)도 해보라고 할 수 있다고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앞집 아주머니가 유화를 공부하고 있어서, 같은 화실에 등록하기로 했다. 7월 첫 주부터 나갈 예정이다. 한 달간 우선해 보고 될 것 같으면 앞으로 계속할 생각이다. 앞집 아주머니 말처럼 '그림 그리고 가드닝 하면 후반생 준비 완료~' 꽃과 그림이 있는 은퇴 후의 삶을 꿈꾸는 중이다. 미술에 자신 없어서 배우러 문을 두드린 기초소묘반. 자신감을 얻은 것이 가장 큰 수확이다. 내 나머지 인생에 큰 비중이 될 것 같은 예감. 올해를 미술 원년으로 삼으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