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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새 Aug 25. 2024

지리산 뱀사골 신선길 트레킹

뱀사골에서 와운마을까지

 아직은 덥다. 긴 장마는 끝이 났지만, 연이은 폭염은 어디로 쉽게 움직일 생각을 하지 못하게 한다. 양평과 옆 동네 여주가 전국 최고 기온을 찍는다. 언제부터인가 37.8도의 기온도 놀라지 않게 되어버렸다.

 그래도 매주 여행길은 멈추고 싶지 않았다. 더위를 피해, 폭우처럼 쏟아지는 소나기도 피해 여행지를 검색하다가, 이번에는 지리산 뱀사골로 여행지를 정했다.

 8월 22일(목) 아침 6시경 양평에서 출발해서 뱀사골탐방안내소 도착은 이른 시간인 9시 30분경. 전날 폭우가 내린 후 찾은 뱀사골계곡은 꽤 쾌적하였다.

 예전에도 이 길을 걸은 적 있는데, 그때도 한 여름이었지만, 비가 많이 온 뒤라 시원하고 상쾌했던 기억이 있다.

 또 하나 수량이 풍부한 계곡 풍경을 실컷 감상할 수 있는 것! 우렁찬 물소리와 굽이쳐 흐르는 장쾌한 물줄기는 보는 것만으로도 더위가 싹 가시는 느낌이다.

평일인 데다가 일찍 간 덕분에 나무 그늘에 주차를 하고 여유 있게 길을 나선다. 신선길은 왕복 6km 정도(와운마을 반환점)의 가벼운 트레킹이다.

 텅 빈 고속도로를 보는 즐거움을 맛보려면 집에서 일찍 출발해야 한다. 덕분에 휴게소의 아침 식사 메뉴는 선택의 폭이 적다.

 파란 하늘이 끝까지 함께 해 줬으면 하지만, 소나기 예보에 우비와 우산을 챙겼다.

 뱀사골 신선길의 공식 들머리이다. 들머리에서 와운마을까지는 2.3km.

 와운마을은 지리산 천년송으로 유명한 마을이지만, 이번에 처음 가 보았다. 주로 여름에 트레킹을 하게 되어 뙤약볕에 숲길이 아닌 도로로 걸어 올라가서 지리산 천년송을 보러 가기가 내키지 않아 화개재 쪽으로 올라가다가 병소, 간장소에서 돌아오곤 했다.

 푸르름이 우리를 반긴다. 보기만 해도 눈의 피로를 풀어준다는 '녹색'의 숲으로 안기면 온몸의 세포와 마음까지도 '녹색'의 효과에 반응하는 느낌이다. 데크로 연결된 길은 일반 등산로와 다르게, 숲 터널을 통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녹색'의 세계로 들어가는 느낌이 훨씬 강해서 개인적으로 데크길을 매우 좋아한다.

 수량이 풍부한 계곡의 노랫소리 또한 우렁차다.

 바닥에 떨어진 열매는 쪽동백나무 열매다. 옛 조상들이 머리에 바르던 동백기름은 이 열매에서 짠 기름이라고 들었다. 친할머니도 항상 머리에 동백기름을 바르고 꼼꼼히 관리를 하셨던 것이 기억난다.

 계곡으로 통하는 계단도 몇군데 설치되어 있었다.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하루종일 앉아있어도 더위를 잊어버릴 것 같다.

 큰 바위, 큰 나무에 정령이 깃들어있다고 믿었던 선사시대의 조상들은 이 바위에도 그런 기운을 느끼지 않았을까.

 데크 길이 생기기 전에는 와운마을로 가는 포장도로로 걸어 다녔다. 도중에 있던 매점에는 간단한 음식과 산나물 등을 팔고 있었는데, 지금도 운영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와운교에서 화개재 방향으로 들어가는 입구다. 이번에는 그쪽으로 가지 않고 와운마을을 다녀오기로 했다.

와운마을은 산이 높고 골이 깊어서 구름도 누워간다는 뜻으로 눈골 또는 누운골이라 불리기도 한다.

와운마을 입구의 부부송.

부부송

 와운천년송이 있는 곳까지는 경사가 급한 편인데, 친절하게도 계단을 설치해 놓았다.

 가을이 오고 있다.

 이미 왔을까?

 천년동안 이곳을 지키고 있는 소나무를 만난다. 사람은 기껏 오래 살아도 백 년인데, 한 세대를 30년으로 치면 30세대가 넘도록 인간의 세상이 변화하는 동안 그 오랜 세월을 한 자리에서 지키고 있는 소나무다.

 천년이란 세월을 실감이나 할 수 있을까. 나의 선조들이 가고,  나와 내 자손들이 이 세상을 다녀가는 동안에도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을 것 같은 긴 세월의 끈에 잔잔한 감동이 인다

 600년 수령의 속리산 정이품송은 긴 세월을 견디기 어려워 고생 중인데, 튼튼하고 건강해 보이는 모습이라 안심이 된다. 부디 천년도 더 살아 이천 년 송이라 불리려무나.

 와운마을을 내려다보고 있는 모습이 영락없는 마을의 수호신이다.

 와운천년송은 할머니 소나무이며 할아버지 소나무가 또 있었다. 두 나무를 한 장에 담기 위해 마을에서 위를 향해 찍어보았다.  

 반달가슴곰 조형물.

 와운천년송 조형물과 빨간 우체통이 잘 어울린다.

 도로로 올라왔으니, 내려갈 때는 데크길을 걷기로 했다. 가을이 벌써 지리산 와운마을에 와 있다.


 1시부터 비가 예고되어 있었는데, 12시부터 비가 온다. 준비해 간 우산을 쓰고 걸었다. 경사진 등산로가 아니라 다행이었다.

 계곡 건너 빨갛게 물든 단풍나무를 발견했다. 성질이 꽤 급한 녀석이다.

 우비를 입은 탐방객을 뒤로하고 우리는 주차된 차로 돌아왔다.

  6km, 2시간 반의 가벼운 여름 트레킹이었다.

 숙소인 진주 월아산휴양림까지는 폭우 속에서 이동을 해야 했다.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얼마 안 되어 비가 완전히 그쳤다. 친구를 만나기로 했는데, 취소할까 전화를 했으면 후회할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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