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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 ez Jan 14. 2024

정부지원사업 '진짜' 필요한가요?

사업계획서 쓰기 전에 10분만


2024년 정부지원사업 공고가 뜨기 시작했습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2~3월에 공고가 나왔는데, 한 달이나 앞서 올라왔습니다. 지원사업이 뜨면 '뭐라도 빨리 써야 해!'라는 생각이 듭니다. 조급해지고 불안해지기 시작하죠. 이럴 때일수록 차분하게 생각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사업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정부지원사업을 하지 않으면 바보다'라는 말이 돌고는 합니다. 무턱대고 사업자를 내지 말라는 메시지겠지요. 그런데 이와 달리 오히려 무턱대고 지원하는 분들이 많이 보입니다. 사업에 뜻이 없는데도 경험 삼아 지원을 하기도 합니다.


정부지원사업 역시 수많은 경쟁자가 있고 철저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시장조사를 하고, 사업계획서를 작성하고, 발표를 준비하는 과정은 결코 만만치 않습니다. '한 번 해보지 뭐'라는 태도로는 경쟁자들을 넘을 수 없겠지요. 그러니 지원사업 준비를 시작하기 전에 꼭 생각해봤으면 좋겠습니다.




내 사업에 정부지원금이 반드시 필요한가?



갚지 않아도 되는 '지원금'을 준다기에 혹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남의 돈을 쓰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그냥 남의 돈도 아닌 세금으로 운영되는 나랏돈이니까요. 돈을 한 번 쓸 때마다 제출해야 하는 보고서는 4~10장에 달합니다. 허투루 쓰지 않는지 까다롭게 확인합니다. 어느날은 서류를 만드느라 하루가 다 가기도 해요. 사업도 해야 하고 보고서도 써야 하고 기가 쭉쭉 빨립니다.


그렇다고 대표자 인건비로 사용할 수도 없어요. (모르고 시작하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대표자는 창업활동비로 월 20~30만 원 가져갈 뿐입니다. 또한, 대부분의 지원사업은 선결제 후정산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예비창업자일지라도 최소한의 자본금이 필요합니다. 아, 오히려 더 쓰게 될지도 몰라요. 작고 큰돈이 여기저기 필요해지니까요. 한마디로 정부지원 사업은 합격도 운영도 쉽지 않아요.




그럼에도 제가 정부지원사업에 도전한 이유는 팀을 위해서입니다. 팀이 건강하게 지속하기 위해서 '지원'이 필요했습니다. 팀원들에게 월급을 줄 정도로 매출이 나면 좋겠지만 부끄럽게도 그런 BM을 만들어내지 못했으니까요.


지원사업을 받기 이전부터 여러 프로젝트를 함께 한 디자이너 팀원이 있습니다. 함께 워케이션을 운영하기도 하고, 기획형 콘텐츠를 만들고, 책도 출판했어요. 하지만 팀원이 들인 시간과 노력에 비해 충분한 돈을 주지 못했습니다. 참 속상했어요.


저의 사업은 '사람'에 대한 일입니다. 노마드 워커를 모으고 연결하고 성장을 도모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가장 가까이서 함께 일하는 팀원들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들이 일로 인해 번아웃 되지 않고 성장해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저의 비전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지원사업에 도전했습니다. 많지는 않더라도 최소한의 생활비를 주고 싶었으니까요. 저에게 지원사업은 안정적인사업을 만들어가는데까지, 우리 팀에 지원사격을 해주는 은인 같은 헬퍼입니다.




한편, 지원금을 받지 않아도 사업을 잘 꾸려가는 팀도 있습니다. 작년 3월에 스타트업 스테이션이라는 창업 교육을 들었습니다. 그때 당시 20팀 정도 있었어요. 거의 모든 팀이 정부지원사업에 도전했습니다. (그중에서 합격은 2팀만 했고요. 다시 말하지만 경쟁은 치열합니다.) 그런데 지금 사업으로 돈을 벌고 있는 팀은, 그때 당시 지원금을 받지 않은 팀입니다. 스스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내고 규모를 키워가고 있어요. 세상에 나와서 부딪히고 있는 진정한 사업가들이죠. 수익을 만들어낼 수 있는 힘이 있다면 지원사업은 거추장스러울 뿐입니다.




그러니 스스로에게 반드시 물어보세요.


"지금 내 사업에 정부 지원금이 왜 필요하지?"


여기에 대한 답을 찾았다면 사업계획서는 술술 써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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