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공주를 15번 방문했다. 아직 10월이니 한 달에 한 번 이상 내려간 셈이다. 일 년 만에 공주는 내게 가장 많이 방문한 도시가 되었다. 그리고 나는 공주의 관계인구가 되었다.
전 세계에 살고 싶은 도시 12개를 점찍고 있다. (12개인 이유는 월별로 계절별로 가장 좋은 도시를 방문하기 위함) 올해 이 중에 공주가 들어왔다. 그정도로 공주는 단순히 자주 방문하는 곳이 아니라 아끼는 지역이 되었다.
처음에는 '스마트폰 해방촌'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위해서 한 번, 두 번, 세 번 공주를 방문했다. 점차 마음이 가는 도시가 된 건 공주만의 열린 분위기 덕분이다.
공주에 살지 않아도 지역화폐를 사용할 수 있고, 외지인에게도 창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지원해 주며, 로컬기업도 협업에 열려있다. 게다가 식당과 카페 사장님들은 왜 이리 정감이 넘치는지. 그들의 반가움을 보러 재방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공주에 주민등록을 둔 사람이 아닌데도, 이곳을 내 집 앞 놀이터처럼 자유롭게 누빈다.
지역의 태도가 변화하고 있음을 느낀다. 4~5년 전에는 “우리 지역으로 이주하세요.”라는 분위기가 만연했다. 4년 전 한 청년마을에서 한달살기를 한 경험이 있다. 프로그램 참여비는 무료. 숙박비는 있었지만 비용은 10~20만 원대로 상당히 저렴했다. 프로그램 운영자들은 이주를 자주 권했다. 이주할 생각까지 없었던지라 이주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부담스러웠다. 이주할 사람이 아니라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이 미안할 정도로.
요즘에는 “아유, 그냥 자주 놀러만 오세요~”로 바뀌었다. 이주 → 한달살기 → 워케이션 으로 점점 지역 방문 트렌드가 가벼워지는 것도 일맥상통한다. 심지어 지자체가 권하는 워케이션도 4박 5일에서 3박 4일, 2박 3일로 점점 짧아진다.
노마드 워커에게 이주는 무거운 말이다. 지원금을 주고, 월세가 저렴하고, 경쟁이 적고 등등의 이점은 그다지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노마드 워커가 가진 공간적 자유를 포기해야 하니까.
노마드 워커로 어디든 갈 수 있지만 한 곳에만 머물고 싶은 건 아니다. 재밌는 일이 일어나는 여기저기.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여기저기를 누비고 싶다. 그렇다면 베이스캠프는 어디든 가기 편리한 서울이 최고다.
반면 관계인구는 한결 마음이 편하다. 마음이 끌리는 만큼, 원하는 만큼, 이벤트가 일어나는 만큼 방문할 수 있다. 특히나 외지인을 언제든 환영하는 곳이라면 계속 놀러 가고 싶다. 공주가 그런 곳이다. 여행자로 가도 사업가로 가도 경계보다 환대를 베푼다. 그래서 친구를 데려가고, 팀원도 데려가고, 심지어 프로그램으로 사람들을 모아서 간다. 믿고 데려가는 지역이랄까? 어느새 나와 주변 사람들이 공주의 관계인구가 된다.
게다가 공주는 가깝다! 서울에서 버스로 1시간 반이면 도착한다. 서울에서 경기도 본가에 가는 시간 만큼 걸린다. 자주 놀러 가기 위한 조건에 '접근성'이 빠질 수 없다. 출퇴근하듯이 갈 수 있기 때문에 공주에 부담 없이 방문하게 된다.
식당도 재방문 맛집이 ‘찐’인 것처럼, 앞으로의 지역도 관계인구가 많은 곳이 더 오래 살아남지 않을까?
공주에 스며든 사람이 나뿐만은 아닌 듯하다. 공주는 충남 인구감소지역 중 관계인구(생활인구)가 가장 많은 지역이다. 공주가 서울의 삶에 피로한 사람들이 줄을 서는 여행맛집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