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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드커넥터 이지 Oct 27. 2024

우리의 무대는 서울에만 있지 않다

서울에서 지역으로 내려간 이야기

 

충남 공주에서 열린 창업경진대회에서 수상을 했다. 창업경진대회 참여가 처음이고 당연히 수상도 처음이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이 비즈니스로는 창업대회에 나갈 수 없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공주로 사업장을 옮기면서 ‘그렇지 않다’라는 걸 느끼고 있다.

 


창업한 지 1년 만에 사무실을 세 번이나 옮겼다. 경기도 분당에서 성수로, 성수에서 공주로.


분당에서 성수로 갈 때는 모두 축하를 해줬다. 서울의 중심으로 갈수록 박수를 받으니까. 하지만, 성수에서 공주로 간다고 했을 때는, 다들 뜬금없어했다. 서울로 모여드는 순리를 거스르고 역류한다니. 그렇지만 세 번째 사무실을 공주로 택한 이유는 지극히 합리적이다. 기회 때문이다.


예비를 떼고 붙은 창업 2년 차. 초기 단계의 지원사업 경쟁은 더욱 매서워졌다. 쟁쟁한 IT스타트업이 판치는 서울에서 ‘노마드 워커 커뮤니티‘를 주제로 살아남기는 쉽지 않았다. (너무 솔직하게 쓴 탓도 있다.) 서울권으로 넣은 지원사업은 계속해서 서류를 넘지 못했다. 그리고 마지막 희망을 걸었던 것이 ‘로컬크리에이터 육성사업’이다.


로컬크리에이터 지원사업은 지역 자원을 활용한 스몰 비즈니스를 지원한다. 마침 공주에서 진행하고 있던 프로젝트가 있었다. 우리의 사업과도 결이 잘 맞았던 터라 지원서를 쓰면서도 자신이 있었다.


결과는, 세종권에 넣은 로컬크리에이터지원사업이 합격했다. 안도의 숨을 뱉으며 공주로 사업장을 옮겼다.


 

솔직히 말하면 지원금 말고는 별 기대를 하지 않았다. 첫해에 받은 지원사업도 지원금 말고는 별다른 지원을 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다르다. 더 섬세하고 끈끈하달까.


우선 담당 팀이 내가 어떤 사업을 하는지 명확히 인지하고 있다. 그래서 나에게 맞는 정보가 있으면 너나할 것 없이 건네준다. 공고문을 보내주기도 하고, 행사에 강연자로 추천해주기도 하고, 홍보가 필요할 때는 여러 방법을 찾아준다. 이번 창업경진대회도 담당자가 공고문을 보내준 덕분에 수상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


창업가 네트워킹도 결이 다르다. 단순한 명함 돌리기가 아니라, 서로 대화하는 시간이 많다. 왜 이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현재는 어떤 일에 집중하고 있는지,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지 대화를 나누며 교류하게 된다. 자연히 서로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고 협업으로 연결되기도 수월하다.


서울에서 고작 1시간 반 거리에 내려왔을 뿐인데,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온다.


 

서울의 창업 세계는 치열하기 그지없다. 수많은 관객이 앉아 있는 무대가 있지만, 그 무대에는 발 디딜 틈도 없이 빽빽하게 사람들이 올라가 있다. 그리고 다들 손을 흔들며 “저를 보세요!”, “제 이야기를 1분만 들어보세요.”하고 있다. 관객들은 처음에는 다양한 볼거리에 눈길을 둔다. 그러나 이내 피곤해져서 등을 돌리고 밖으로 나간다.


하지만 지역의 무대는 다르다. 커다란 무대에 두어 명이 서있다. 극장은 서울에 비교해 작지 않지만, 실제로 앉아 있는 관객은 열명도 채 안된다. 무대 위의 한 사람이 말을 시작하면, 같이 무대에 서있던 사람도, 열명 남짓의 관객도 귀 기울여 듣는다. ”우리는 이야기가 필요했어요!“라며 따뜻한 눈길을 끝까지 보낸다.


 

큰물에서 놀라는 말이 있다. 세상의 경험을 넓혀갈 때는 다분히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 경험을 풀어내는 곳도 꼭 큰물이어야만 할까?


우리의 무대는 서울에만 있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아간다. 큰물이라고 생각한 서울보다, 진짜로 큰 전국이 우리의 무대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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