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 있는 기여가 인정받는 곳
커뮤니티의 3 요소가 뭐냐고 했을 때 콘텐츠, 운영자, 그리고 참여자라 말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요소는 단연 '참여자'라 생각한다. 이들을 통해 커뮤니티의 결이 정해지면서도 통제 불가능한 영역이기 때문이다. 누가 올지, 그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할지 알 수 없다.
감사하게도 노마드랑 커뮤니티는 적극적인 참여자가 대다수이다.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아낌없이 나누고, 새로운 멤버에게 먼저 다가가고, 상대의 고민을 감싸며 마음을 베풀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적극성을 당연하게 여기고 싶지는 않았다. 노마드 워커 개개인의 시간과 마음이 귀하다는 걸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감사합니다'라는 말로는 고마운 마음을 온전히 표현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참여자가 적었던 노마드랑의 초기에는 특별 할인이나 무상 초대 방식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하지만 멤버 간 교류가 다양한 방면으로 일어나는 멤버십을 구축하면서 새로운 방법이 필요해졌다. 커뮤니티 안에서 가치 있는 기여가 실질적인 가치로 환원되는 방법을 고민하게 되었다.
그렇게 우리는 실험적인 시도를 하게 되었다. 바로 커뮤니티 내부의 고유한 재화 '랑'을 만드는 것이다.
'랑'이라는 이름에 우리 커뮤니티의 정체성과 지향점이 담겨 있다. '랑'은 커뮤니티명인 '노마드랑'의 마지막 글자와 '사랑'의 마지막 글자에서 따왔다. 즉, '랑'에는 서로를 향한 사랑과 존중을 바탕으로 한 커뮤니티를 만들어가고자 하는 의미가 담겨있다.
'랑'은 1랑, 2랑, 3랑 처럼 숫자로 표시되는 단위로, 서로를 향한 감사와 존중의 크기를 나타낸다.
일정 기여에 따라 보상을 하는 대표적인 시스템은 포인트(혹은 마일리지)이다. 포인트의 핵심은 결제금액에 따라 포인트가 쌓인다는 것. 하지만 커뮤니티에서는 결제금액이 기여도와 비례하지는 않는다. 숫자로 담지 못하는 기여의 형태가 더 많기 때문이다.
커뮤니티는 사람이 모인다는 특성상 서로가 좋은 영향을 주고받는 것이 중요하다. 정기 모임에서 발표를 통해 자신의 경험을 나누거나, 동아리를 이끌거나, 유용한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대표적인 행동이 될 수 있다.
또한 새로운 친구를 초대해서 커뮤니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것, 모임에 성실하게 참여해서 적극적으로 교류하는 것, 역시 커뮤니티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활동을 우리는 '기여'라고 정의하였다.
설계 시 중점을 둔 부분들:
어떤 행동을 기여라고 볼 것인가?
기여의 질적 차이를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
(그 결과는 여기서 볼 수 있습니다.)
'랑'이 재화가 되기 위해서는 실제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을 활용할 수 있는 영역이 없다면 그저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전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랑을 획득하는 방법을 만든 후에는, ‘사용처'를 만들어야 했다.
현재는 타 브랜드와 협업을 통해 들어온 혜택을 활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숙박권, 티켓 등 한정적인 초대 기회가 생기면, '랑' 보유량이 많은 순서로 참여 기회를 준다.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기회의 희소성에 따라 랑의 개수가 차감된다.
이번달 예를 보면, 새로 문을 여는 워케이션 시설의 2박 3일 이용권이 들어왔다. 단 2장의 티켓만 있었다. 이 티켓의 가치를 숙박 가격, 초기 초대에 대한 희소성 등을 고려하여 20랑으로 책정했다. 11월 기준 랑의 개수가 가장 높은 2명에게 먼저 참여를 제안했고, 두 멤버 모두 흔쾌히 수락했다.
이렇게 실제 가치가 있는 혜택과 '랑'이 연결됨으로써, 커뮤니티 내에서 실질적인 의미를 가진 재화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3개월에 걸친 논의 끝에 랑 가이드 ver1이 완성되었다. 이 기간 동안 운영진뿐만 아니라 멤버들에게도 랑에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서서히 자리 잡혀 가고 있다.
적극적인 멤버들은 자신들의 기여가 기록되는 것에 만족감을 표한다. 현재 몇 개의 랑이 있는지 궁금해하기도 한다. (이는 ‘랑 은행’ 시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랑과 관련된 대화가 오간다. 이는 멤버들이 랑에 대해 흥미를 가지고 있고 몰입을 하고 있다는 걸로 볼 수 있다. 노마드랑만의 문화가 되어가는 즐거운 과정에 있다.
앞으로 '랑'을 가치 있게 운영하기 위해 풀어야 하는 과제도 많다. 랑의 획득과 사용이 균형 있게 이루어져야지 가치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며, 새로운 활용처를 발굴해서 더 다양한 교환 가치를 만들어야 한다. 더 나아가 커뮤니티 내에서 '랑'을 주고받는 선순환이 일어나기를 기대하고 있다.
'랑'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공을 들였지만, 커뮤니티의 핵심이 참여자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우리의 재화 시스템은 그저 참여자들의 기여를 눈에 보이게 만드는 도구일 뿐이다. 하지만 이 작은 도구가 우리 커뮤니티를 더 건강하고 활기찬 공간으로 만드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