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거리공연
정식 공연장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것들
거리공연은 말 그대로 거리를 무대로 삼은 공연이다. 생각지 못한 일이 생길 수 있다. 관객이 난입하시기도 하고, 갑자기 어디선가 경적이 크게 울리기도 한다. 하지만 거리공연을 사랑하는 이유가 있다. 그런 변수 때문이다.
9월의 어느 나른한 평일 점심, 광화문광장에서 공연을 준비한다. 하늘은 파아랗고, 새하얀 뭉게구름이 몽글몽글 피어있다. 해는 아직 따갑다. 나무가 우거진 곳에 자리를 잡는다. 초록 이파리들이 옹기종기 신나게 마시고 남은 햇살이 이마에 청명하게 닿는다. 가을이다.
요즘 광화문광장에는 하얀 탁자와 의자가 많이 놓여있다. 공연을 준비하자 관객분들이 어디에선가 나타나 의자에 앉으신다. 각자의 얼굴과 이름이 담긴 목걸이를 하고 테이크아웃 커피를 든 직장인들도 있고, 나들이 나온 아주머니들, 오래 여기에 계셨던 듯 익숙한 어르신들도 있다. 나른했던 하루에 한복 입은 사람이 뿅 나타나 종종거리며 공연을 준비하니 신기한 듯이 바라보신다. 세팅도 공연의 일부 같다. 일부러 더 리드미컬하게 공연을 준비한다.
소리를 크지 않게 맞춘다. 첫 곡은 이문세의 <가을이 오면>. 따라부르시는 분도, 박자에 몸을 흔드시는 분도 있다. 동행과 작게 담소를 나누시는 분들도 있다. 유모차에 앉은 아가가 별안간 까르르 웃자, 모두가 웃는다. 나도 가득 미소지으며 연주한다.
가을바람이 신선하게 불어오고, 머리 위 나뭇잎은 노래한다. 수종(樹種)에 따라 조금씩 다른 소리를 낸다. 저 멀리 차들의 엔진 소리도 들린다. 아직 몇 마리 남은 가을 매미가 운다. 협연이다. 즉석에서 모인 오케스트라다. 연주가 끝나자 관객들이 박수친다. 박수소리가 반짝인다. 나를 바라보는 눈빛들이 다정하다.
나는 이런 거리공연을 좋아한다. 모두가 내 연주에 아주 집중하지 않아도, 마치 엽서로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소박한 풍경. 야외의 모든 소리가 나와 함께 연주하는 공연. 서로의 눈을 바라볼 수 있는 순간. 실내 공연장에서는 절대 만들 수 없는 공연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