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서 미끄러지는 흰자처럼
"조금 있으면 마감시간입니다, 사원님들!"이라고 관리자가 외친다.
출고 작업은 오전에 마감 시간이 정해져 있다. 고객의 주문 마감 시간이 있듯, 물류센터도 마감 시간에 맞춰 움직인다. 고객이 당일 배송을 받으려면 정해진 시간 안에 작업을 끝내야 한다. 대략 오전 11시에서 12시 사이, 이 시간이 다가올수록 웹사이트 트래픽이 폭증하고 물류센터의 긴장감도 최고조에 이른다. 이 시간은 물류센터에서 가장 분주하고 긴박하게 돌아가는 '골든아워'이다. 직원들은 밀려드는 물량을 최대한 빠르게 처리하기 위해 집중해야 한다. 마감 시간을 넘기면 당일 출고가 불가능해 그날의 노력이 헛수고가 될 수 있지만, 다행히 그런 일은 좀처럼 발생하지 않는다. 관리자들은 더욱 빨라진 몸놀림으로 빈번하게 지시를 내리고, 작업자들은 높은 집중력으로 작업을 이어간다. 만약 마감 시간 안에 물량 처리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면, 다른 작업장의 인원까지 포장 라인에 투입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 내에 완료가 불가능할 것 같을 때는 비상조치가 발동된다. 바로 '선 스캔 후 포장' 방식이다. 상품 포장을 잠시 미룬 채 모든 상품을 미리 스캔하여 송장을 출력하고, 송장 바코드를 스캔한 후에 실제 포장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이 언뜻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간단히 설명하면 이렇다. 송장을 미리 뽑아 스캔하면 전산상으로는 상품이 이미 출고된 것으로 처리되고, 그 후에 실제 포장을 완료하는 방식이다. 이는 마치 방전 효과로 인해 번개와 천둥이 같은 곳에서 발생해도 시간차가 느껴지는 것과 같다. 혹은 친구에게 급한 일이 생겨 약속 장소에 조금 늦게 도착할 것 같으니, 먼저 도착한 다른 친구에게 대신 양해를 구해달라고 부탁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전산 처리를 먼저 하고 실물 작업을 나중에 하는 셈이다. 이처럼 긴박한 상황에서는 종종 거친 말이 오가기도 한다. 천장을 가로지르는 덕트와 수많은 형광등 아래, 분주히 뛰어다니는 소리만으로도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한다. 이 거대한 회색 창고에서 펼쳐지는 풍경은 마치 '동물의 사육제' 같다. 생상스의 곡처럼 다양한 동물들이 등장한다. 제1곡 '서주와 사자왕의 행진'처럼 힘찬 사자의 모습을 한 관리자들이 웅장하게 등장하고, 제4곡 '거북이'처럼 느릿느릿한 거북이 같은 사원들도 등장한다. 그러다 마침내 제14곡 '종결'처럼 모든 동물들이 함께 화합하며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한다.
다급한 관리자의 목소리가 준하에게 점점 더 크게, 그리고 빠르게 다가온다. 간격이 좁아지면 음파의 진폭은 커지고 진동수가 증가하는 효과처럼, 그의 가슴은 뛰고, 몸은 불안하게 서두른다. 그 순간, 손에서 달걀판이 균형을 잃고 떨어진다. 끈적거리는 흰자가 줄줄 흐른다. 달걀껍데기 조각들을 하나씩 건져내려 하지만 손이 미끌거린다. 그가 어찌할 바를 몰라 당황하는데, 다른 관리자가 “지금 뭐 하세요, 마감시간 이라고요!”라고 소리친다. 그가 일머리가 없긴 하다. 언젠가 이삿날, 액자를 걸기 위해 처음으로 콘크리트 벽에 못을 박으려던 일이 생각이 난다. 왼손으로 못의 몸통을 잡고, 머리 부분을 망치로 내려치자 못에서 불꽃이 튀기며 어딘가로 튕겨나갔다. 다시 못의 몸통을 잡고 달래듯이 살살 못질을 하면서 조금 들어갔다 싶어 망치를 내리쳤지만 못은 다시 어딘가로 튕겨 나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