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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하지 않은 상태로 멈춰버린 시간 속에서, '숲 속 노을로'를 상상하다

by 김영


"모든 행복한 가정은 엇비슷하게 행복하고, 모든 불행한 가족은 제각기 다르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생명의 터전인 지구에도 적용될 수 있다. 적절한 온도 유지, 액체 상태의 물, 산소를 충분히 포함한 대기권. 이 모든 완벽한 조화 속에서 지구는 비로소 생명의 터전이 된다. 이는 '모든 행복한 가정은 엇비슷하게 행복하다'는 말과 맞닿아 있다. 수많은 별들 가운데 유독 지구가 생명의 기적을 꽃피운 것은, 행복한 가정이 사랑과 이해, 경제적 안정과 건강, 서로에 대한 존중이라는 보편적인 가치 위에 굳건히 서 있는 모습과 흡사하다. 그러나, 균열은 언제나 예기치 않게 찾아온다. 물이 마르거나 대기가 병들거나 온기가 식어버리는 순간, 푸른 행성은 더 이상 안식처가 될 수 없다. 이는 '모든 불행한 가족은 제각기 다르다'는 톨스토이의 말을 떠올리게 한다. 불행의 씨앗은 경제적인 어려움, 소통의 단절, 믿음의 배신 등 헤아릴 수 없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팡팡에서의 '행복'은 물질적 풍요나 정서적 만족이 아니다. 오히려 '불행하지 않은 상태', 즉 부정적인 요소를 최소화하여 그저 '견딜 만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에 가깝다. 마치 질병만 없으면 곧 건강하다고 여기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상대적으로 '불행하지 않은' 노동자들은 대개 다음과 같은 엇비슷한 조건들을 공유한다.

1. 큰 기대치가 없음: 직업에 대한 높은 이상이나 성취욕보다는, 그저 주어진 시간 동안 일하고 임금을 받는 것에 만족한다.

2. 단순 반복 업무에 대한 적응: 복잡한 인간관계나 의사결정 없이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되는 업무 스타일에 잘 맞다.

3. 건강한 신체: 고된 육체노동을 감당할 수 있는 체력은 기본이다.

4. 급전이 필요한 상황: 단기간에 돈을 벌어야 하는 명확한 목표가 있고, 그 목표가 달성될 때의 만족감이 고통을 상쇄한다.


위 1번 조건만 하더라도 파생되는 경우의 수가 많다. 1-1. 현실주의적 생계 유지형 1-2. 일과 삶 분리형 1-3. 과도한 경쟁 회피형 1-4. 단기 목표지향형 등이 있다.

1-1 유형은 직업을 생계를 위한 수단으로 명확히 인식하며, 일 자체에서 큰 의미나 만족을 찾지 않는다. 이들은 업무의 한계(낮은 사회적 인정, 단순 반복, 경력 발전의 어려움 등)를 잘 알고 있으며, 그에 대한 좌절감보다는 '돈을 벌기 위해 필요한 일'이라는 현실을 받아들인다. 높은 성취나 자아실현보다는, 정해진 시간 일하고 약속된 임금을 받는 것에 집중한다. 이들에게 일은 '최소한의 안정'을 확보하는 수단이다.

1-2 유형은 직업을 통해 얻는 보상이 개인의 여가나 다른 관심사를 위한 자원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업무 시간에는 최소한의 노력으로 주어진 일을 수행하고, 직장에서의 성공보다는 개인적인 삶을 우선시하는 유형이다.

1-3 유형은 성과를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하거나 타인과 경쟁하는 것에 피로감을 느끼며, 팡팡의 단순하고 정량화된 업무 환경을 오히려 편안하게 느낀다.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되는 업무는 불필요한 비교나 평가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줄여주기 때문에 근무 환경에 만족한다.

1-4 유형은 특정 기간 동안 명확한 단기 목표(학자금 마련, 특정 물건 구매, 짧은 여행 자금)를 달성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팡팡 업무를 선택한 경우가 많다. 이들에게 팡팡은 목표 달성을 위한 효율적인 '도구'이며, 장기적인 직업적 비전이나 성취는 중요하지 않다. 목표가 달성되면 언제든 떠날 수 있다는 유연한 마음가짐이 오히려 업무의 고됨을 견디는 데 도움이 되며, 큰 기대가 없으므로 실망할 일도 적다.


이처럼 팡팡 노동자들이 '엇비슷하게 행복하다'라고 느끼는 순간은 부정적인 요소가 최소화되어 그저 '견딜 만한' 상태가 유지될 때, 즉 주로 기본적인 필요가 충족될 때 찾아온다. 반면, '서로 다르게 불행한' 노동자들은 신체적 고통, 경제적 압박, 심리적 소외, 미래에 대한 불안 등 각기 다른 불행의 양상을 경험한다. 톨스토이의 말처럼, 그들의 불행은 획일적이지 않고 각자의 삶의 맥락 속에서 다채롭게 나타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불행의 뿌리를 좀 더 깊이 파고들면, 단순히 '운'이 나쁜 경우가 적지 않다. 운 좋은 사람들은 흔히 자신의 능력이 뛰어나거나 노력의 결실이라 여기며, 한결같이 "노력하면 안 될 게 뭐가 있어?"라고 말하곤 한다. 그러나 이천 년 전 어떤 철학자가 지적했듯, 세상의 이치는 아이러니로 가득하다. 건강해도 죽을 수 있고 건강하지 않아도 오래 살 수 있다. 충신이 죽임을 당하고 간신이 오래 벼슬을 하기도 하며, 큰 도둑은 잡히지 않고 작은 도둑이 잡히기도 한다. 오래 살기 위해 아무리 노력해도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하고, 삶에 대한 의지가 부족한 사람이 뜻밖에 오래 살기도 한다. 또한, 열심히 노력해도 결과가 좋지 않은 반면 노력하지 않은 사람이 성공하는 경우도 허다한 것이 바로 세상의 이치다.


그렇다면 이제, 단순히 인생의 운이 나빠 물류센터에서 일하게 된 사람들의 유형을 살펴보겠다. 첫 번째 유형은, 좀 더 나은 직장을 찾기 위해 잠시 이곳에 머무는 사람들이다. 두 번째 유형은, 집에 휑하니 머물며 더디게 흐르는 시간을 버티기보다는 짧은 경험이라도 하러 나온 사람들이다. 그런 노래가 있잖나, 세상은 어제와 같고 시간은 흐르고 있고 나만 혼자 이렇게 달라져 있다 바람이 분다 서러운 마음에 텅 빈 풍경이 불어온다 이런 노래를 들으면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 사람들이다. 다시 부풀어 오르지 못할 정도로 바람이 빠져 줄 위에 떠 있지 못한 채 바닥을 굴러다니는 풍선처럼, 이들은 어딘가 닿지 못하고 헤매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유형의 사람들에게 이곳에서의 경험이 마냥 나쁘지만은 않다. 예전에 하던 일이 결코 쉽지 않았음에도 꽤 괜찮은 일이었음을 새삼 깨닫기 때문이다. 삶의 치열함이 약해질 때 다시 마음을 다잡기 위해 찾아오기에 좋은 곳이다. 그리고, 세 번째 유형은 생각보다는 행동의 중요성을 아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머릿속에서 그리는 삶과 실제로 부딪히며 살아내는 삶은 다르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이다. '산다는 것'과 '살아내는 것'의 차이, '사랑한다는 말'과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의 차이, '용기 있다고 생각하는 것'과 '진짜 용기를 내는 것의 차이'를 아는 이들이다. 그들은 입은 꾹 다문 채 뒤돌아보지 않고 온몸으로 밀고 나가는 사람들이다.


플랫폼 기업이나 디지털 공장이라는 말을 들으면, 흔히 기존 공장보다 더 세련되고 산뜻한 분위기를 떠올린다. 정해진 출퇴근 시간 없이 유연하게 일하고, 쾌적한 휴게 공간에서 직원들이 자유롭게 소통하며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풍경을 상상한다. 회사의 아낌없는 지원 속에 일에 대한 동기가 자연스레 높아지고 실적도 증진할 거라 믿는 것이다. 물류의 흐름 또한 무인 지게차가 물건을 옮기고, 첨단 로봇이 선반을 운반하며, 자동 포장기가 상품을 봉인하고 송장까지 붙여주는 미래적인 모습이 그려진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이곳의 물류 작업은 거의 수작업으로 진행된다. 말 그대로 첨단 플랫폼 기업의 외피를 쓴 아날로그 방식인 셈이다. 물론 경영진은 자율적이고 세련된 분위기에서 디지털화된 플랫폼을 통해 데이터를 분석하고, 노동의 생산성과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동자에게 할당할 작업량과 노동 과정을 치밀하게 계획한다. 그러나 정작 현장 노동자에게는 자율성이란 찾아볼 수 없고, 오직 노동을 강제하는 목표치만이 주어질 뿐이다.


그가 일하는 물류센터는 크게 세 가지 주요 작업으로 나뉜다. 첫째, 입고는 물류센터로 들어온 상품을 하차하여 검수하고 전산에 등록한 뒤 진열하는 작업이다. 둘째, 출고는 고객이 주문한 상품을 카트에 담아 집품하고, 이를 올바르게 배송되도록 포장하는 일이다. 셋째, 허브는 포장된 상품들을 분류하여 테트리스처럼 퍼즐을 맞추듯 차량에 효율적으로 적재하는 과정이다.


그는 오전에 포장 업무를 배정받았다. 작업 방식은 간단하다. 먼저 상품이 가득 담긴 카트의 바코드를 스캔하고, 이어서 카트 안의 상품들을 스캔하면 모니터에 해당 상품의 포장 방법이 상세히 안내된다. 그저 모니터의 지시를 그대로 따르면 될 뿐이다. 제일 먼저, 상품에 맞는 크기의 박스를 찾아 밑면을 접고 디스펜서에서 셀로판테이프를 당겨 단단히 고정한다. 이후 상품을 뽁뽁이나 에어셀 같은 충전재로 꼼꼼하게 감싼 후, 필요에 따라 아이스팩이나 드라이아이스와 함께 은박지로 다시 포장한다. 이렇게 포장된 상품을 상자에 넣고, 다시 디스펜서에서 셀로판테이프를 당겨 박스 윗부분을 봉한다. 마지막으로 운송장을 붙이고 바코드를 스캔한 후, 옆에 있는 롤러 컨베이어에 상품을 올리면 한 번의 작업이 끝난다. 간혹 컨베이어에 긴 머리카락이 끼일 수 있어, 어깨 근처까지 오는 머리는 뒤로 묶거나 머리핀으로 단단히 고정해야 한다.


이처럼 반경 1미터 남짓한 공간에서 4시간 동안 같은 작업을 반복하는 것이 업무의 전부다. 작업 중 별도의 쉬는 시간은 주어지지 않으며, 화장실은 눈치껏 빠르게 다녀와야 지적받지 않는다. 대형 전광판에는 실시간으로 작업 속도와 마감 시간까지 남은 물량, 그리고 목표치가 표시된다. 덕분에 관리자는 개별 작업자를 일일이 감시할 필요 없이 모니터 하나로 모든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


작업대들은 마치 줄기에 가지가 연결된 듯, 세로로 길게 뻗은 롤러 컨베이어에 가로로 줄지어 놓여 있다. 마치 한 꼬투리 속의 콩들처럼 일정한 간격을 유지한 채 배치된 모습이다. 각 작업대는 책상 위의 책꽂이처럼 위로는 세 칸, 아래로는 두 칸으로 나뉘어 있다. 일이 시작되기 전, 포장 직원들은 각자의 작업에 필요한 물품들을 미리 준비한다. 마치 어린 시절 부모님들이 머리가 쨍하고 코끝 찡한 겨울을 앞두고 월동 준비를 하시듯, 직원들 역시 포장을 위한 만반의 채비를 한다. 이들은 김장을 담그고, 얇은 옷 대신 두꺼운 옷을 꺼내고, 얇은 이불 대신 두꺼운 이불을 준비하고, 창문에 뽁뽁이를 붙이고, 베란다의 화분을 정리하며 달달한 과일청을 담그듯이, 각자의 작업 공간을 필요한 물품들로 꼼꼼히 채워나간다. 눈높이에는 노트북, 바코드 스캐너, 송장 프린터가 놓여 있고, 그 주변으로는 계란 포장용 에어캡, 음료·유동체·야채 포장용 뽁뽁이, 각종 크기의 박스, 아이스팩과 드라이아이스 등이 빼곡히 비치되어 있다. 이곳 직원들에게는 각자의 공간에 대한 은밀한 신경전이 존재한다. 일하는 데 방해되지 않는 넓은 공간, 그리고 앞뒤에서 함께 일할 마음 맞는 동료를 원하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학교에서 함께 놀 친구들이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는 것과 같다. 만약 그 친구가 유머러스하기까지 하다면 더할 나위 없다. 시끄러운 작업 환경 속에서도 연신 귓속말을 주고받다 보면, 고되고 처덕처덕한 시간을 그나마 잘 버텨낼 수 있다.


모두가 저마다의 방식으로 시간을 보내듯, 준하 또한 자신만의 방식으로 하루하루를 견뎌낸다. 그가 포장 작업을 하며 지루함을 달래는 방법은 이렇다. 때로는 포장할 상품으로 근사한 음식을 상상했고, 어떤 때는 이름 한 글자가 지워진 구매자를 엉뚱하게 그려보기도 했다. 또 특이한 주소나 도로명에서 낯선 풍경을 떠올리며 무료함을 잊곤 했다.


예를 들어, 닭가슴살, 양상추, 사과, 플레인 요거트, 아보카도 오일을 포장할 때면 이 재료들로 만들 수 있는 다양한 음식을 상상한다. 우선 간단한 샐러드다. 닭가슴살을 삶아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놓고, 양상추와 얇게 슬라이스 한 사과를 고기와 함께 섞는다. 요거트와 오일, 약간의 소금과 후추로 드레싱을 만들어 샐러드 위에 골고루 뿌려준다. 견과류가 있다면 더욱 풍성한 맛을 즐길 수 있다. 물론 재료들을 따로따로 먹을 수도 있다.아니면 고기 야채 볶음이다. 다시 명명하는 게 낫겠다. 고기 야채 사과 볶음. 닭고기는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약간의 소금과 후추를 뿌린 후 오일에 볶는다. 여기에 양파, 파프리카, 버섯 같은 채소가 있다면 함께 볶고, 마지막에 사과를 넣어 살짝 볶아주면 은은한 단맛을 더할 수 있다. 풍미를 위해 간장이나 굴소스를 첨가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다음으로 떠오르는 음식은 사과를 곁들인 고기구이다. 고기를 오일에 마리네이드 한 후 굽고, 구운 사과를 고기 옆에 나란히 곁들여낸다. 다른 야채가 있다면 함께 구워 올리면 더욱 근사할 것이다. 거듭 말하지만, 재료를 따로따로 조리해 먹을 수도 있다. 가끔은 색다른 시도로 요거트와 사과를 갈아 오일을 약간 넣어 부드러운 식감의 요거트 사과 스무디를 떠올리기도 한다. 스무디가 당기지 않을 때는 '고기 야채 사과 샌드위치'도 좋은 선택지다. 구운 고기와 야채, 얇게 썬 사과를 빵 사이에 넣고, 요거트를 소스로 활용하면 샌드위치를 더욱 촉촉하게 즐길 수 있다.


이런 생각이 귀찮으면 가운데 글자가 지워진 구매자의 완성된 이름을 상상해 본다. 김*영이라면 김지영, 김가영, 김혜영 등 가능한 이름들을 생각한다. 김지영이 작고 아담한 느낌이라면 김가영은 왈가닥 같고, 김혜영은 둥근 느낌이다. 김지영이 비 그친 5월 오후의 바람처럼 싱그러운 느낌이라면, 혜영은 낡은 청바지처럼 몸에 편안하게 맞는 느낌이다. 그리고 가영은 차박차박 걸어 모퉁이를 지나면 등을 쭉 펴고 서 있는 나무처럼 굳건한 느낌을 준다.


이런저런 생각도 싫증 날 때면 그는 특이한 주소나 도로명을 통해 그 장소를 상상하며 시간을 견딘다. 예를 들어, '책향기마을'이라고 쓰인 주소를 보면 소규모의 도서관, 문화 강좌, 독서 토론, 그리고 작가와의 만남이 활발하게 이루어질 것 같은 마을이다. 그곳은 어쩌면 작가를 지망하는 사람들이 살고 싶은 마을일지도 모른다. 또한, '숲 속 노을로'라는 주소는 이름 그대로 숲 속에서 바라보면 나무들 사이로 붉게 물든 노을이 보일 거 같다. 그 노을은 때로는 붉고, 때로는 수증기나 먼지 입자에 산란되어 주황색이나 보라색으로 변하기도 하며, 태양이 지평선 가까이 떨어질 때는 노란색으로, 구름에 햇빛이 반사될 때는 분홍색으로 물들 수 있다. 그 숲에서 몸과 정신은 자유를 느낀다. 그 세계는 나무이며, 흙이며, 잎이며, 열매이며, 그리고 노을이다.


업무에 집중하던 그의 곁으로 움직임이 느껴지더니, 잔잔한 향기가 스몄다. 작약의 화려함도, 프리지어의 싱그러움과도 달랐다. 마치 최면을 걸듯 마음을 파고드는 달콤한 감향(甘香)이었다. 이미 잊혔던 그 향이 그의 의식을 일깨웠다. 향 속에는 부드러운 관능이 갇혀 있었다. 한때, 그의 삶을 눈부시게 만들었던 순간이 되살아났다. 우리가 어떤 것을 선택할 때 결정하는 요소는 분명히 존재하지만, 딱 뭐라고 꼬집어 말하기란 좀처럼 쉽지 않을 때가 있다. 그 요소는 흥분과 동요, 때로는 광기에 버금가는 열정이고 유치하고 어리석은 감정일 수 있다. 부수적인 이야기지만, 지금부터 말할 두 개의 일화는 그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사람이 아닌지를 설명하는 이야기다. 좀 더 꼬집어 말하자면, 그가 얼마나 충동적인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첫 번째 일화는 아내를 만나기 전 잠깐 만났던 여자에 대한 이야기다. 그녀가 '관능성', '교양 있는 몸짓', '미숙한 모성'으로 그를 자극했다면, 아내는 '관능성', '잘 산다는 기색', '결연한 교활함'으로 그를 유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