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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이스 Oct 01. 2023

우리 엄마를 힘들게 하는 고모가 미웠다

우리집은 큰집이다.


할아버지 할머니를 우리가 모시고 산다.


명절엔 우리 집으로 모든 친척들이 모여든다.

삼촌네 식구들, 고모네 식구들, 작은 할아버지 등등.

명절에 모이면 강태관 식솔이다. (북한 드라마: 민족과 운명에 나오는 주인공 식구, 즉 대 가족이다)


명절은 그렇다 치고, 평일에도 우리집은 꼭 1-2명의손님이 있다. 오가는 친척들로 인해 보통 밥을 먹을때는 10명 이상이다. 먹을께 풍족하지 않은 곳 이라 한 가정의 살림을 담당하는 엄마는 항상 힘들어 보였다. 손님만 오면 힘들어 하는 모습이 역력 했다.


고모나 삼촌 입장에선 자신의 부모님 집에 방문해서인지 미안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당당하게 밥을 먹고 자리를 나 앉았다. 요리를 하고 치우고 살림을 하는 건 오로지 며느리인 우리 엄마의 몫이다. 빈 손으로 와 빈 손으로 가면 상관 없을 텐데, 꼭 갈땐 바리 바리 싸들고 간다.


부모 마음에 멀리 사는 딸이 안쓰러웠나 보다. 이것 저것 챙겨 주신다. 눈치 없는 고모는 주는대로 다 받아 간다. 고모가 왔다가 가면 항상 집안에 불화가 생긴다. 엄마의 서운함이 폭발해 할머니에게 쏘아 붙인다. 할머니, 즉 시어머니도 만만치 않다.


“내가 내 딸에게 이것도 못해줘? 우리야 시골에 사니까 어떻게든 살아지지 않겠니?“


그렇게 본전도 건지지 못한 엄마는 나에게 하소연 한다. 난 절대로 너희 할머니와 같은 시엄마는 되지 않을거다. 너 시집가는 날엔 끝이야. 절대 집으로 들여 놓지 않을거다.


엄마를 힘들게 하는 고모가 미웠다가 다시 엄마에게 서운해 진다. 그래도 난 딸인데, 시집가면 본가에 얼씬도 하지 말라는 엄마가 야속해 진다. 시집가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 먼 훗날에 생길 며느리, 즉 내 동생의 아내에게 잘 보여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며느리와 시누이 사이가 좋으면, 어쩌면 엄마를 자주 볼 수 있을 것 같다.


지금와 생각해 보면 모든게 가난해서 그랬던거 같다. 먹을게 풍족 했더라면, 배를 곯지 않을 상황이였더라면, 밥 한끼, 옥수수 몇자루 들고 가는게 무슨 대수 일까. 잘 살아 보자, 동생아. 우린 우애 좋게 잘 지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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