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은 큰집이다.
할아버지 할머니를 우리가 모시고 산다.
명절엔 우리 집으로 모든 친척들이 모여든다.
삼촌네 식구들, 고모네 식구들, 작은 할아버지 등등.
명절에 모이면 강태관 식솔이다. (북한 드라마: 민족과 운명에 나오는 주인공 식구, 즉 대 가족이다)
명절은 그렇다 치고, 평일에도 우리집은 꼭 1-2명의손님이 있다. 오가는 친척들로 인해 보통 밥을 먹을때는 10명 이상이다. 먹을께 풍족하지 않은 곳 이라 한 가정의 살림을 담당하는 엄마는 항상 힘들어 보였다. 손님만 오면 힘들어 하는 모습이 역력 했다.
고모나 삼촌 입장에선 자신의 부모님 집에 방문해서인지 미안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당당하게 밥을 먹고 자리를 나 앉았다. 요리를 하고 치우고 살림을 하는 건 오로지 며느리인 우리 엄마의 몫이다. 빈 손으로 와 빈 손으로 가면 상관 없을 텐데, 꼭 갈땐 바리 바리 싸들고 간다.
부모 마음에 멀리 사는 딸이 안쓰러웠나 보다. 이것 저것 챙겨 주신다. 눈치 없는 고모는 주는대로 다 받아 간다. 고모가 왔다가 가면 항상 집안에 불화가 생긴다. 엄마의 서운함이 폭발해 할머니에게 쏘아 붙인다. 할머니, 즉 시어머니도 만만치 않다.
“내가 내 딸에게 이것도 못해줘? 우리야 시골에 사니까 어떻게든 살아지지 않겠니?“
그렇게 본전도 건지지 못한 엄마는 나에게 하소연 한다. 난 절대로 너희 할머니와 같은 시엄마는 되지 않을거다. 너 시집가는 날엔 끝이야. 절대 집으로 들여 놓지 않을거다.
엄마를 힘들게 하는 고모가 미웠다가 다시 엄마에게 서운해 진다. 그래도 난 딸인데, 시집가면 본가에 얼씬도 하지 말라는 엄마가 야속해 진다. 시집가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 먼 훗날에 생길 며느리, 즉 내 동생의 아내에게 잘 보여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며느리와 시누이 사이가 좋으면, 어쩌면 엄마를 자주 볼 수 있을 것 같다.
지금와 생각해 보면 모든게 가난해서 그랬던거 같다. 먹을게 풍족 했더라면, 배를 곯지 않을 상황이였더라면, 밥 한끼, 옥수수 몇자루 들고 가는게 무슨 대수 일까. 잘 살아 보자, 동생아. 우린 우애 좋게 잘 지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