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소소함
밥을 하다가 갑자기 생각 났다.
10여년 전에 밥을 할때면 흔하게 사용하던 싸람박.
혹시나 해서 찾아 보니 여기선 “쌀함박”이라고 부르더라.
심신산골에서 태어나 15년을 살았지만 “대한민국 쌀”이라고 적혀 있던 쌀자루를 기억한다. 쌀을 받아 본적 없지만 시장에서 쌀 자루를 판다. 노랑색 배경에 진한 파랑색으로 쓰여 있던 자루였다.
중국에서 나온 쌀자루와 비교할 수 없이 질이 좋다고 소문이 났다. 시골에서 살다보니 대부분 농사를 지어 생계를 이어 간다. 가을에 수확을 하면 담을 용기가 필요해 가능한 많이 자루를 구비해 뒀다.
그렇게 구비해둬도 쥐들의 타켓이 되어 구멍나기 일쑤였다. 자루를 보면 너나 할 것 없이 퍼즐을 만든 듯 기운 상처가 여기저기 남아 있었다.
“대한민국 쌀“ 자루에 대한 소문이 떠 돌았다. 저기 쌀은 돌멩이가 없다고 한다. 즉 싸람박이 필요 없다는 소리다. 싸람박의 기능이 여러번 씻어 돌을 걸러내는 목적인데 쌀에 돌멩이가 없다고 하니 일반 소래로 밥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나는 그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어떻게 논에서 나온 쌀인데 돌멩이가 없을까? 탈곡장이 그렇게 깔끔 한가? 아니면 쌀을 이미 다 씻어서 보관하는 것일까?
돌멩이가 없는 쌀이 당연한 이 사회에 와선 그 궁금증이 자연스럽게 없어 졌다. 그냥 당연한 일상이 되었다.
엊그제 저녁 밥을 짓다가 우연히 생각 났다. 그래 그땐 저런게 궁금 했었지. 싸람박이 갑자기 생각 날 줄이야. 아직도 그 궁금증이 해결 되진 않았지만 지금 누위고 있는 이 일상이 소중해 진다. 당연한건 없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