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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이스 Sep 29. 2023

10리 밖까지 퍼지는 송이 향

소소한 시골 이야기

비 오는 날, 시골에선 할 일이 없다.


지금처럼 전기를 24시간 사용할 수 있어서 TV를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텃 밭에 나가 잡초를 뽑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이런날은 따뜻한 구들에 배를 지지고 누워 있는게 마땅하지만 우리 할아버지는 어김없이 밖으로 나섰다.


고사리, 고비, 병풍 등 각종 산나물을 캐러 가신다.  어린 마음에 할아버지와 함께 떠나고 싶었다. 산나물을 캐러 가시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나에겐 소풍처럼 느껴졌다.


한 참을 땡강 부렸다. 나도 데려가 달라고. 할아버지는 강물이 불어 위험 할 수 있으니 안된다고 하셨다.


그때부터 난 고집이 센 아이였나 보다. 결국 나의 바램대로 할아버지는 나를 데리고 나섰다. 하지만 거기엔 조건이 있었다.


“절대 힘들다는 말 하지 않을것”

“업어 달라는 말 하지 않을것”


그런 조건따위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할아버지의 손을 잡고 소풍을 갈 수 있다는 것에 신이 났다.


그렇게 산으로 올라 싱싱한 고사리, 고비, 병풍 등을 한껏 채취 했다. 한번 따라가니 두번째 따라나서는 건 더욱 쉬웠다.


그날은 비가 오지 않았다. 버섯을 캐러 산을 타는데 어디선가 향기로운 냄새가 난다. 소나무가 둘러 쌓인 울창한 숲이었다. 덤불도 많지 않아 지팡이로 쓸수 있는게 마땅치 않았다. 잔잔한 잡초들을  잡아 가며 겨우 겨우 향기가 풍기는 쪽으로 이동했다.


한참을 킁킁 거리다 덤불을 헤쳐 봤다. 어디선가 많이 본 버섯이다. 송이다. 바로 송이향이다.


1등 송이를 따면 설탕이나 쌀로 맞 바꿀수 있어 그야말로 횡재다.


“할아버지, 송이, 송이가 있어요!!! 완전 싱싱해요!!!”


할아버지가 달려 오셨다. 어라, 이게 아닌데. 나의 희열에 찬 느낌가는 달리 할아버지는 담담 했다.


“이 걸론 상품가치가 인정되지 않아. 송이가 오므려 있어야 하는데 잎이 퍼져 있으니 상품 가치가 없어.“


속상했다. 향이 이렇게 좋은데 상품 가치가 없다니.


할아버지 얼굴이 다시 밝아 졌다. “대신 점심으로 쌓온 벤토에 반찬으로 먹으면 되겠다.”


할아버지와 난 얼른 벤토를 열었다. 송이를 툭툭 털어 된장에 찍어 먹었다. 향이 입가에 한참을 맴 돌다 나의 위장으로 넘어 갔다.


울창한 소나무 숲에서 할아버지와 난 수확은 없었지만 맛있는 한끼를 해결했다. 그리고 그 추억은 서른이 된 지금도 눈앞에 선하다. 할아버지 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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