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도 소학교(초등학교)는 담임 선생님이 전 과목을 가르친다. 그렇다 보니 담임 선생님과의 유대는 특별하다고 볼 수 있다.
나의 초등학교 선생님은 음악에 특히 재능이 많으신미혼인 여선생님이 었다.
자신의 특기를 살려 명절엔 미니 공연을 준비해 학부형들을 관람 시켰다. 심지어 학부형 회의 때도 마지막은 늘 학생들의 공연으로 마무리 했다. 자신의 자녀들을 흐믓하게 바라 보는 부모님의 모습을 잊을 수 없다.
그런 담임 선생님과 나는 약간의 특별한 관계가 있었다. 담임 선생님은 우리 아버지 단짝 친구의 사촌 동생이었다. 그러다 보니 선생님의 속사정?(사생활)을 어느정도 들을 수 있었다.
당시 20대 초, 중반의 결혼 적령기 였던 선생님은 집안에서 소개 시켜준 남성을 마다하고 다른 사람과 연애를 하고 있었다.
그녀가 선택한 남자는 군인이었다. 앞쪽 지방 (함경북도를 기준으로 남쪽으로 위치한 곳, 함경남도, 평안남-북도)에서 온 군인 아저씨와 연애하고 있었다. 집안에서는 선생님의 연인을 마음에 들지 않아 했다. 남자 쪽 집안이 변변치 않다느니, 하나 밖에 없는 딸이 만약 결혼을 한다면 멀리 앞 쪽 지대로 보내야하는 상황도 싫었던 것 같다.
어느 날인가, 선생님은 수업을 일찍 마치고 밖에 나가서 놀라고 하셨다. 이유는 바로 연인이 찾아 왔기 때문이다.
우리 반의 모든 친구들은 선생님의 연애가 궁금 했다 보다. 놀이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살금 살금 교실 창가를 향해 기어 갔다. 한명씩 차례로 교실 창가를 빼곰 쳐다 보았다.
선생님과 그 군인 아저씨는 뭐가 그리 좋은지 서로를 마주 보며 싱글 벙글 웃고 있었다. 칠판에도 글을 쓰면서 서로 대화하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우리도 뭐가 그리 좋은지 키득 키득 웃고 있었다.
한국으로 오니, 여기 상황도 비슷한것 같다. 수업 진도 나가기 싫을때, 공부하기 싫을 때, 어김없이 찾아 오는 공통 질문이 있다.
"선생님, 첫 사랑 얘기 해주세요."
참 듣기 좋은 말이다. "첫, 사랑"
그렇게 첫 사랑 얘기로 삼천보 빠지다 보면 수업이 끝난다. 학생들은 자신의 의도에 만족한다는 듯, 모두 웃음꽃이 만발한다. 다음 날, 전 날 못 나간 진도를 빼느라 곤욕이겠지만 그것또한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늘을 즐겼으니까.
남과 북을 막론하고, 선생님의 연애, 아니 우리들의 첫 사랑 얘기는 항상 궁금한가 보다.
정치, 이념이 달라도 이렇게 소소하게 비슷한 일상을 마주하다 보면 너와 나, 우리 둘은 그리 다르지 않음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