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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이스 Sep 27. 2023

우산 씌워주는 행인

2023.09.27.

오늘 아침도 달렸다.

10km를 목표로 달리려고 집을 나섰다.

보슬보슬 비가 온다. 오히려 시원해서 더 좋았다.


올해 8.15런을 신청해 받은 “대한민국 잘될 거야” 노스페이스 하양 티와 태극기가 그려진 하양 모자를 쓰고 추적추적 달렸다. 달리다 보면 온갖 잡념들이 사라져서 좋다. 어제와 다르게 오늘 달리는 여정이 힘들지 않게 느껴져 감사한 마음이 든다.


그렇게 달려 안양천 입구에서 신호를 기다리려고 멈춰 섰다. 그런데 갑자기 내 머리에 우산이 씌어진다. “누구지? ” 하고 옆을 쳐다봤다. 모르는 사람. 인상 좋게 생긴 50대는 족히 되어 보이는 아저씨가 우산을 씌어 준다.


아저씨:  “이렇게 오는 비가 더 짜증 나지 않아요?” 하면서 말을 건다.


나:  “감사합니다. 어차피 맞을 생각을 하고 나와서요, 괜찮습니다.”


아저씨: “ 아 그래요? 운동하러 나왔나 보네.”


나: “네, 10km 목표로 뛰려고 나왔어요. 10월에 하프 마라톤 신청해서 연습 중이에요”


아저씨: “거참 대단하네, 하프 마리톤이면 10km 인가?


나: “아니요, 21km에요”


더욱 대단하다는 눈길로 바라본다. 신호가 바뀐다. 나는 연신 감사한 마음을 담아 꾸벅꾸벅 인사를 했다. 그리고 뛰었다. 뛰는 내내 기분이 좋았다. 힘이 났다. 그래서 발걸음은 더 가벼워졌다.


왜 기분이 좋았을까? 대가 없는 친절함. 기대하지 않았던 행인에게서 받은 배려가 기분 좋은 하루를 선물한 것 같다.  감사했습니다. 누군가에게 우산을 씌어 주는 어른이 되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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