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운전자 동네는 너무 좁다
운전을 시작한지 두달반이 되어간다. 처음엔 운전대를 잡는 자체에 공포가 있었다면, 이제 그 공포감은 많이 사라졌다. 천천히 조금씩 운전하니, 과격한 드라이버들은 내 차에 타면 답답해서 가슴을 두둥긴다. 뒷차에게 이러면 민폐다라고 말하지만, 나는 안전제일이니 어쩔 수 없다고 답한다. 속으로는 조금 찔리지만.
두달반 동안 매일 차를 가지고 출퇴근을 했다. 운전하여 10분 정도 밖에 안되는 거리이지만, 차와 친해지기 위해서 계쏙 운전을 하고 있고 제법 친해졌다. 이제는 저녁에 술을 마시기 보다는 술 마신 동료를 집에 모셔다 드리는 것을 선호하게 됐다. 최근에는 지인 두 명에게 내 차에 타고 집에 데려다 줄 것을 강요^^: 했고, 모두 망설이다 차에 탔고 안전하게 모셔다 드렸다!
기회만 있으면 운전을 하고 싶은데, 문제는 거리가짧다는 것이다. 고속도로를 운전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고 싶은데 아직 그 부분에 대한 경험과 자신감이 부족하다. 남편이 있는 안성을 한 번 다녀오긴 했지만, 생각보다 매우 멀고 고속도로가 1시간 이상 이어지기 때문에 두려움이 극복이 잘 되지 않는다. 짧은 고속도로 경험을 자주 하면서 내공을 익혀야 겠다고 마음 먹고, 약속 없는 어느 토요일 아침 한강에 가보기로 결심한다!
4월의 여의도 윤중로 벚꽃! 내가 직접 운전을 해서 직접 보고 올테다 마음을 먹고 네비에서 윤중로 근처 한강 주차장을 찾았다. 네비가 알려주는대로 침착하게 운전을하며 1시간쯤 가니 한강에 도착했으나 목적지로 삼은 주차장의 차가 만차라 들어갈 수가 없다. 당황하며 잠시 정차하여 다시 '집'으로 경로를 변경하고 긴장하며 가고 있는데, 주차가 가능한 한강 주차장이 하나 더 있다. 집으로 갈 것인가 주차장으로 갈 것인가 10초 정도 망설이다 에라이~ 주차장으로 가자 하고 방향을 틀었다.
한강에 주차를 하고 주변을 휙 둘러보니 30년 전, 20년 전 여의도와 얽힌 사연들이 머리 속으로 쏟아져 나온다. 30년 전 고등학교 사진부 시절 구닥다리 니콘 카메라를 들고 이곳까지 와서 촬영을 했다. 친구들과 뛰어 다니며 사진을 찍고, 회수권을 잏어버려 지나가던 아저씨에게 차비를 얻어가지고 집에간 사연이 있었지.
20년 전에는 이 곳 여의도 공원 야외결혼식장에서 결혼을 했다. 지금도 야외결혼식장이 남아 있는지 모르겠는데, 남편이 기획하여 그렇게 결혼식을 했었다. 결혼식도 참 길었지. 이사람 저사람 축사하고. 지인들의 공연도 두 개나 있었나? 남편이 공연 기획을 했던 때라 그 실력을 지나치게 발휘했던 것 같다. 문제는 지나가던 사람들이 우리 결혼식 부페를 먹어서 정작 손님이 먹을 음식이 부족했더라고 하는 낯뜨거웠던 에피소드도. 핫.
30분 정도 머물렀을까? 잠깐이었지만, 어딘가로 내 스스로 차를 몰고 와서 주차를 하고 차를 마시며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고 가는 시간. 날개를 달고 한강으로 날아갔다 잠시 착지 한 후에 다시 날개로 집으로 귀향하는 기분이랄까. 다음의 목적지는 어디로 할까를 생각하며 집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