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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행성RDY Jun 18. 2024

#10 밝은 빛 앞에선 드러난다

A 카페 주인의 말이 글감이 되다

   

오늘 대전 기온이 34도까지 올라갔다. 불어오는 바람도 후끈한 열기를 어쩌지 못하고 그대로 실어나르고 있는 것 같은 하루다. 6월 날씨가 이 정도이면 7월은 어쩌란 말인지. 더워도 너무 덥다.


그나마 한풀 꺾인 저녁 햇살이 A 카페 유리창을 통과해 그대로 비추고 있다.

주문한 라떼를 가져다주던 카페 주인이 햇살에 그대로 민얼굴이 드러난 것 같은 유리창을 보며,  

   

“역시 밝은 빛 앞에서는 모든 게 다 드러나는 게 맞나 봐요.”

    

라고 하는 말에 나는,  

   

맞아요. 날아다니는 먼지까지 다 보이더라고요.”


라며 맞장구를 친다.      


유리창에 얼룩덜룩 묻은 손때와 먼지까지 있는 그대로 저녁 햇살에 드러나는 것을 보며 하는 말이다.  

    

순간 ‘교회나 성당을 다니시나?’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잠깐이지만 ‘밝은 빛, 드러난다.’라는 이 단어가 종교적인 비유로 다가왔나 보다. 윤회, 중생이란 말을 들으면 불교를 떠올리는 것과 같은 맥락이리라.

    

“밝은 빛 앞에서는 모든 게 드러난다.”


카페 주인의 너무나 현실적인 한 마디가 가볍게 느껴지지 않고 되새김질하게 되는 것은 왜일까?

    

카페 주인의 말 뒤에 나는 “어둠 속에서는 드러나지 않고 숨길 수 있겠구나.”라는 말이 퍼뜩 떠올랐다. 어둠 속에서 우린 많은 것을 감추고 산다. 밝은 빛이 사회적으로 드러난 우리의 모습이라면 어둠은 드러내지 않고 나만 알고 있는 나의 모습, 타인에게 숨기고 싶은 모습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너무 지나친 비약이라고 하려나.  

    

가끔 유명인들이 보이지 않게 잘 숨겨둔 모습이 아주 작은 계기로 시작해서 드러나는 것을 보게 된다. 이때 그 사람을 비추는 빛이 정말 정의롭고 공평한 것인지는 거론하지 않더라도 지금껏 드러난 모습과는 다른 면을 보게 되는 것은 사실일 것이다. 그 빛은 스스로 빛을 거두어들이거나 다른 무언가를 찾아 옮겨갈 때까지 멈추지 않는다.     


사실 우리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우리가 사는 세상 안에서도 똑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을 것이다. 단지 세상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않는다는 것일 뿐, 우리가 속한 작은 사회에서도 사건 사고는 끊이지 않고 일어나고 누군가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고는 실망하고 때론 존경하게 되기도 하는 건 똑같지 않을까 한다.  

    

카페 주인이 던진 말 한 마디가 주는 의미를 생각하며 나를 돌아본다. 밝은 빛 속에 있는 나의 모습은 어떠한가? 그리고 혹시 어둠까지는 아니라 해도 타인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어떤 모습을 잘 숨겨두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 이유는 무엇일지에 대해서 말이다.


누구나 그런 양면성을 가지고 살고 있겠지만 나의 밝음, 그 이면에 있는 나의 모습은 언제나 밝음을 향해 있으리라. 부디 언제, 어디서, 어떤 식으로 만나게 되는 나일지라도 항상 당당하고, 변명하지 않는 그런 사람으로 묵묵히 나의 길을 가고 있기를 기원한다.        



#빛#어둠#당당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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