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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리 Oct 12. 2023

산리오, 그게 뭔데?

당신의 사진 철학은 무엇인가요?


오랜만에 글을 쓰는 거 같습니다. 브런치가 주기적인 알람을 주고 있었네요.


작가님의 요즘 관심사는 무엇인가요? 오늘은 일상에서 느낀 감정과 생각을 차분하게 글로 정리하는 브런치 타임을 가져보세요.

사실, 영화에 대한 흥미가 조금 시들해졌습니다.

그래서 브런치가 주는 알람의 말처럼

일상에서 떠오른 작은 단상을 조금씩 천천히 글로 남겨보려고 합니다.




때는, 작년의 9월

가을이 길을 헤매던 시간.




 연차를 내고 친구와 함께 2박3일 서울 여행을 갔다. 그 중 '산리오 캐릭터' 관련 카페에 갔던 일이 생각난다. 사실, 방문하기 전까지만 해도 산리오 캐릭터에 그렇게 진지한 흥미를 가지고 있진 않았다. 나의 관심사 외에도 다양한 것을 바라보고 느껴보고 싶어서, 무작정 친구를 따라 방문했다. (결국은 나도 스며들었지만..)


 주말에 향했던 그 곳은, 비교적 20대가 많을 것으로 예상했던 나의 생각과는 달리 아동기의 자녀를 둔 부모님들이 훨씬 많았다. 굉장히 의외였다. SNS에서 핫한 곳이라 인증샷이나 산리오를 좋아하는 키덜트분들이 훨씬 많이 방문하는 곳인 줄로만 생각했다.


'산리오 러버스 클럽' 공식 인스타그램도 있다.


 카페에는 굉장히 다양한 부모님들이 계셨다. 사랑스런 공주와 젊은 부부들, 화려한 카페와는 대비되는 차분한 옷차림에 유달리 잔잔한 미소를 머금은 아이, 또는 활동성 높은 아이와 스포티한 차림의 아버지, 할머니와 어머니와 함께 온 초등학생 아이, 약속 시간을 잡아 함께 온 초, 중학생 아이 둘.


물론, 20대 분들도 종종 계셨다. 외국인 커플도 있었고, 굉장히 힙한(?) 커플분들.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다. 내 편견을 깨부술만큼. 하지만 그보다 더 기억에 남는 것은 사진을 찍는 아이들의 부모님들이었다. 쉴 틈 없이 들리는 셔터 소리. 이 카페는 인증샷과 사진을 남기는 곳으로 충분한 곳이었다. 어디서 찍어도 예쁜 사진이 나오는 특별한 장소.


문득 할머니댁 냉장고에 붙어있던 한 사진이 떠오른다. 내가 언제 갔는지도 모를, 까맣게 잊어버린 에버랜드에서의 추억을.


 그 사진의 나는 해맑게 웃고 있었다. 아니, 객관적으로 보면 카메라가 어색해서 살짝 일그러진 얼굴이었다. 사진에 집중하기보다는 빨리 뛰어놀고 싶어서 바깥쪽을 향하는 오른쪽 다리와 발끝이 그대로 새겨져있다. 세월이 그대로 담긴 사진을 보며 지금의 나는 어렴풋이 느끼지만 그날의 나는 사촌 친구와 함께 신나게, 세상이 떠나가라 뛰어다니며 재미있게 놀았을 것이다.



 소형 카메라 하나씩 지니고 다니는 이 디지털 세계에 모두 저마다의 사진 철학이 생겨 났을 것이다. 예쁜 사진을 남기거나, 맛있는 사진을 남기거나, 자연스러운 순간을 남기거나 등등.


그런데 필름 카메라가 있던 시절에는 단 한장만으로 남길 수 있는 순간들이 있었다. 수 많은 사진 중 예쁜 사진 하나만을 골라 남길 수 있는 스마트폰의 특권이 그 시절엔 없었다. 그래서 어쩌면, 더 자연스러운 순간들이 많이 남아있을 수 밖에 없는 시절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필름 카메라의 감성, 어노니머스 프로젝트가 생각났다.


 '어노니머스 프로젝트'란, 리 슐만이 빈티지 마켓에서 수집한 80만 장 이상의 컬러 필름 슬라이드 컬렉션이다. 이 일상스러운 사진의 컬렉션이 화제가 되고 전시회가 열리게 되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 일까?


(Collection - The Anonymous Project (anonymous-project.com))
어노니머스 프로젝트 공식 홈페이지. 다양한 필름 사진을 구경할 수 있다.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하는 순간, 이야기들을 간직하고 싶어 남겨둔 애정 가득한 사진들.


만약 사진에 어색한 아이라면 어색한 웃음이 깃들어 있을거고 활발한 아이라면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흔들리는 초점이 담길 것이다. 그만큼 자연스럽고 예쁜 사진은 없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드니, 나는 자연스러운 사진을 좋아하는구나 생각했다.



 분명 필름 카메라를 사용하지 않았던 세대임에도 필름 카메라의 사진이 좋다는 걸 느끼는 것, 그 시절의 감성이 좋다고 말하는 것은 모두가 똑같이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그 순간과 감정, 이야기들을 간직하고 싶다는 마음은 같기 때문이다. (현재는 하나의 문화처럼 자리잡고 있는 인생네컷도 아마 비슷한 맥락에서 성장했을 거다.)


 모두가 다른 시대에 태어나고 다른 과정을 겪으며 자라난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고 세대 차이가 생긴다는 걸 이젠, 말도 못붙인다. 하지만 나는 이 날 겪은 경험 속에서 다른 과정과 시대에 태어나더라도 결국엔 같은 공감으로 헤아릴 수 있다는 것. 그게 중요하다는 걸 마음으로 다시금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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