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답은 언제나 우리에게 있다
나는 편의점을 좋아한다. 작은 공간에 일상생활에 필요한 대부분의 것을 갖춘 편리함이 좋다. 피곤한 퇴근길에 눈이 번뜩일 만큼 다양한 즉석식품을 두루 갖춘 화려함이 좋다. 비록 대형마트만큼 크고 넓진 않지만 원하는 물품만 최대한 빠르게 구매할 수 있는 신속함이 좋다. 24시간 문을 열고 언제 어디서나 쉽게 찾을 수 있는 용이함이 좋다. 시중보다 약간 비싼 가격이지만 편의점의 매력은 그것을 모두 상쇄할 만큼 충분하다. 오늘날 편의점이 없었다면 우리 삶은 어땠을까. 이런 이유로 이 책을 처음 봤을 때 편리함의 대명사로 알려진 편의점을 “불편하다”고 표현한 역설의 미학이 궁금증을 자아냈다.
주인공은 야간 편의점 알바를 하는 ‘독고’라는 아저씨다. 노숙자 출신에 비대한 덩치, 느릿하고 어눌한 말투, 지저분한 옷차림의 아저씨는 깔끔·편리함을 상징하는 편의점이란 공간과 대조적이다. 편의점 점원이 응당 갖춰야 할 친절함의 미덕과 이 불친절한 아저씨는 거리가 멀다. 괴상한 알바 아저씨 한 명이 편의점을 불편한 공간으로 바꿔 놓은 것이다. 그러나 이 불편한 아저씨가 만드는 편의점의 일상은 우리 삶과 맞닿아 있다. 그는 야간 알바를 하며 온갖 군상의 사람을 만난다. 불안정한 수입으로 장래를 고민하는 청년, 엇나가는 아들을 둔 엄마, 가정에서 외면당하는 아버지, 이상과 현실의 괴리감에 절필(絶筆)한 작가 등 언뜻 행복해 보이는 이들의 일상은 조금만 들여다보면 헝클어진 실타래와 같이 복잡하게 꼬여 있다.
손님들은 아저씨에게 짜증과 화를 내기도 하고 때로는 ‘진상’ 짓을 하기도 하지만, 결국은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고 담담하게 털어놓으며 가까워진다.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며 감추고 싶고 외면하고 싶은 마음속 응어리, 혹은 자신만의 넋두리, 삶에 공허하게 울리는 내면의 메아리를 말이다. 해결의 실마리는 아저씨가 던져 주지만, 문제의 답은 항상 자신에게 있었다. 문제를 일으킨 것도, 고민을 이야기한 것도, 문제를 해결한 것도 모두 결자해지(結者解之). 해답은 결국 각자 스스로 가지고 있었다는 뜻이다.
“세상이 원래 그래. 사는 건 불편한 거야.”
독자들은 그들의 삶을 엿보며 여러 가지 불편한 현실을 직면하지만, 이를 해결해 가는 과정에서 ‘편안함’을 느낀다. 그리고 복잡한 고민의 해결책은 생각보다 단순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단지 ‘현실’이라는 벽에 가려져 쉽사리 보지 못했을 뿐.
그러하다. 우리는 인생에서 참 많은 불편함을 감수하지만, 그것을 외면하며 살아간다. 어쩌면 그 불편함을 어떻게 승화시키며 살아가느냐가 우리 삶에 주어진 과제일지도. 해답은 언제나 우리에게 있었다.
군 생활을 잘하는 것 같은 사람도 속으로는 많은 고민과 응어리를 안고 이겨내는 것일 수도 있다. 주변 사람과 전우, 그리고 스스로 돌아보게 만드는 힘! 『불편한 편의점』이 갖는 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