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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길온 Gilon Dec 14. 2022

선물

2022.12.09

몇 년 전부터 나는 누구의 집을 방문하거나, 오랜만에 만남을 가지던가, 혹은 기념할 일이 생길 때 작더라도 선물을 챙겨가는 습관을 유지해오고 있었다. 선물은 사랑의 표현이다. 사랑은 관계를 맺을 때 생긴다. 표현에는 다양한 방법들이 존재하지만, 가장 간단하면서 직접적인 표현을 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선물인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유튜버 빠더너스의 문상훈 님이 물리적인 따뜻함을 선물하기 위해 목도리 선물을 즐겨하는 것처럼, 나도 나와 그 사람과의 관계를 소중히 여기기에 선물을 통해 행복을 전달한다.


사실 선물은 선물을 주는 물체와 같이 마음도 함께 보내는 것이다. 예를 들면, 목도리를 선물하는 이유는 물리적인 따뜻함을 주는 것도 있지만, 당신이 추워서 감기에 걸리지 않기를 걱정하는 따뜻한 마음도 담겨있는 것이다. 따라서, 선물은 사물에서 오는 감동과 상대방의 마음에서 오는 감동, 총 두 번의 감동을 선사한다.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고 적응의 동물이기에, 그 선물을 처음 받았을 때 감동을 영원히 기억하며 기뻐할 수 없다. 그러나, 선물이 주는 감동은 시간이 지날수록 추억이라는 이름 안에서 더 깊어지고 풍부해진다.


이번 휴가 때는 5년 만에 뵙는 중학교 미술 선생님 전시회에 갔다. 선생님을 찾아뵈러 갔을 때도 조그마한 선물을 준비했다. 선생님과 같이 밥을 먹으면서 선물을 드렸는데, 정말 신기하게도 선생님과 나는 둘 다 선물을 준비했다. 내 선물은 초라한 마스크팩과 아이마스크 였지만, 선생님은 직접 만드신 너무나 귀한 예쁜 그릇을 선물로 주셨다.


처음 그릇을 받을 때 나는 그릇의 아름다움에 감동했지만, 이걸 선물해주신 선생님의 따뜻한 마음에 더 큰 감동을 느꼈다. 누군가를 좋아하면 관심을 가지게 되지만, 누군가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관심을 가질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그래서 오랜만에 선생님을 뵙자마자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어서 그날은 덜 추웠던 것 같다.


중학교 시절 나한테 미술은 힐링 과목이었다. 나른한 선생님의 목소리와 따뜻한 미술실의 분위기는 그리운 추억들 중 하나로 기억 속에 남아있다. 다양한 친구들을 만난 학교를 졸업하고 나니, 더 다양한 세계가 내 눈앞에 펼쳐졌고 스무 살부터 스물두 살 까지 짧은 2년 동안 많은 것을 배우고 성장했던 것 같다. 특히, 요즘은 앞으로 어떤 직업을 가지고 어떻게 해야지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지 많은 고민을 했던 시기인 것 같다. MBTI가 ISTJ라서 그런지 아니면 습관 때문인지 항상 오지 않은 미래를 통제하려고 개인적인 능력 안에서 분석을 하고 플랜을 세우는 버릇이 있는데, 최근 들어 미래에 대해 고민할수록 불안과 불확실함은 더 커져만 갔던 것 같다.


참 감사하게도, 내 주변에는 균형 잡힌 시각으로 방향을 제시해주는 사람들, 지칠 때마다 자신감과 희망을 불어주는 사람들, 그리고 언제나 곁에서 응원해주는 좋은 사람들이 많다. 아마도 타고난 게 있다면 외모, 운동능력, 지능 이런 부분이 아니라 인복이지 않을까. 좋은 사람을 만나려고 해도 만나기 힘든 게 현실인데, 좋은 사람들이 내 옆에서 계속 함께 해주는 게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미술 선생님과 점심도 먹고 재밌는 공예 트렌드 페어도 구경하고 난 뒤 커피타임을 가졌다. 근황 토크를 하면서 이야기를 하다가 자연스럽게 선생님한테 고민을 털어놨다. 막막한 미래에 대해 불안해하는 나를 보면서 선생님은 많은 위로와 조언을 건네주셨다. 선생님의 말씀이 많은 생각을 하게 도와주고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게끔 도와줬다. 이 삶을 살 수 있는 기회는 단 한번뿐이다. 좋아하는 일과 안정적인 일 중, 많은 사람들이 뭘 골라야 하는지 고민을 한다. 요즘은 돈이 우리 사회에 가장 가치 있게 여겨지고 우선시되기에 돈을 위해 사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돈은 현 경제체제가 유지되고 잘 돌아가게 도와주는 편리한 시스템이다. 하지만, 돈을 위해 혹은 안정적인 직업을 위해 사는 삶이 과연 좋은 선택일지, 올바른 선택일지 의심이 된다. 애초에 옳고 그름이 희미해지는 요즘 시대에 돈이 없으면 할 수 있는 게 없는데 돈을 위해 사는 모습을 비판하는 사람들을 어리석다고 생각하는 사회적 흐름이 있는 것 같다.


사실 어떤 삶이 옳고 그른 것인지에 대한 질문은 끊임없이 이루어져야 되지만,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는 매 순간 선택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 처해있다. 질문에 대한 답이 나와있으면 그대로 행하면 되지만, 이 질문은 죽을 때까지 고민해야 되는 주제이기 때문에 지금 내리는 나의 판단이 잘못됐을지도 모른다는 불안함에 우리는 항상 초조해한다. 만약 1번 문제 답이 2번 문제를 푸는데 관련이 있다면, 1번을 풀지 않고 어떻게 2번을 맞출 수 있을까. 우리는 1번 문제 답을 모르지만 매 순간 2번 문제를 풀어야 되는 시험을 치고 있는 중이다.


가장 명확한 방법은, 1번 문제의 선택지의 확률을 전부 다 계산하고 제일 확률이 높은 선택지를 정답이라고 가정해 2번 문제의 답을 찾아가는 방법이다. 숫자에 의한 사고는 가장 오류가 없고 확실한 숫자로 답을 내기에 가장 합리적으로 보이는 방법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나는 현명한 방법은 숫자에 의존한 확률 계산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가장 직관적이고, 에러가 없으면서 확실한 답을 내리기엔 이 계산법이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나는 우리가 이 세상의 모든 것을 숫자로 표현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특히, 인생에 관해서 선택을 내려야 할 때는 더욱더 숫자에 의존하면 안 된다고 믿는다. 그 이유는, 확률에 의한 선택은 항상 실패할 확률을 내포하기 때문이다. 100퍼센트 성공할 확률이라면 우리는 확률에 의한 판단을 내리지 않는다. 왜냐면, 100 퍼센트는 정답 그 자체 이기 때문이다. 의심을 할 여지없이 그저 따르면 되는 정답이 바로 100퍼센트이다. 반면에, 90퍼센트 정답일 선택지를 다른 말로 하면 10퍼센트의 오답일 가능성도 내포하는 선택지라는 의미이다.


100퍼센트가 아닌 확률에 의한 선택은 항상 실패할 확률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도 제일 이성적인 사고는 90퍼센트 정답일 선택지를 고르는 행위인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확률에 의존하고 싶지 않다. 나였다면 선택을 하기 전에 왜 이 시험을 치러야 되는지부터 그 본질에 대해서 먼저 질문을 던질 것 같다. 자연을 숫자라는 틀 안에 넣지 못한다면, 자신이 믿는 대로 사는 삶이 더 멋있는 선택이 아닐까 싶다. 인생의 본질은 무엇인지 정답을 여기서 내리기는 힘들 것 같다. 근데, 개인적으로 나는 그 본질이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지금까지 경험하고 배운 바로는 사랑을 주거나 받을 때 인간이 가장 행복한 것 같다. 그래서, 우리는 사랑하기 위해 살아야 되지 않나 싶다.


선물을 받고 주는 일은 언제나 설레고 행복하다. 오늘 하루는 사랑이라는 선물을 주위 사람들한테 나눠 주는 건 어떨까. 뭐하고 지내냐고 짧은 카톡도 좋고, 안부를 묻는 전화도 좋다.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을 때 최대한 많이 사랑한다고 하는 게 가장 후회하지 않을 선물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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